밑바닥에서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앞으로 넘어져도 코가 깨집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 중의 하나가 경찰서와 감옥입니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구질구질한 잡범의 조서입니다. 작가인 유용주씨 본인이 그런 삶을 살아봤기 때문에 구질구질함이 정말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하지만 군대와 감옥에서 매 맞거나 여자 따먹는 얘기만 듣다보면 좀 짜증이 나는데, 이 소설도 역시 그런 짜증을 동반하기는 합니다.
신자유주의 전도사인 공병호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면서 10년 후 한국의 희망을 위한 신자유주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입니다. ‘살아남고 싶다면 이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하게 얘기하는 공병호의 목소리를 단호하고 힘 있습니다. 공병호가 좌파정권이라고 얘기했던 노무현 정부시절 내놓은 이 책이 6년의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어떻게 다가올까요? 쉬운 대중적 표현, 단순하고 단호한 주장, 이론적 일관성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추고 있는 공병호의 글은 대중적 글쓰기의 모범임은 분명합니다.
일제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끝까지 투쟁을 이어갔고, 해방 후 분단된 상황에서 조선공산당과 남노선노동당 지도자였고, 한국전쟁 이후 미제의 간첩으로 처형당한 박헌형의 일대기는 근대현사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진보적 역사학자들과 박헌형의 아들인 원경 스님이 10년의 노력 끝에 내놓은 ‘이정 박헌형 전집’의 제1권에 해당합니다. 오랜 노력 끝에 모아서 정리한 역사적 사료들을 중심으로 박헌영의 일대기를 정리한 이 책은 평론은 아니지만 생생한 박헌영의 목소리를 그대로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죽어간 철거민들의 억울함과 정당함을 함께 하고자 작가선언6.9 소속 문인들이 힘을 모아서 내놓은 책입니다. 시와 산문과 만화와 사진과 그림이 하나의 염원을 갖고 어우러져 있습니다. 철거민들의 투쟁만큼 문인들의 글들도 절박하고 당당합니다. 현장문학이 투쟁 속에서 힘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자율주의자인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공저인 제국은 반자본주의 운동과 철학에 새로운 이론적 접근을 제안합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국민국가를 틀로 하는 제국주의적 접근이 아닌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제국적 접근이 필요함을 주장합니다. 세계적 접근에서 새로운 이론이지만 아직도 국민국가를 틀로 하는 현실적 접근에서는 충돌하는 지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