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새터민,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미혼모 자녀 등 세상의 구석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추고 있는 소설이다. 인권과 관련된 글들에서 주용한 소재로 다뤄졌던 이들을 소설로 다시 다루고 있지만, 소재주의로 치달리지는 않았다. 그들의 삶의 호홉을 이해하는 절제된 호흡과 따뜻한 감성이 충분히 느껴진다. 중간중간 상담과 교육의 흔적이 작위적으로 들어간 것이 좀 웃긴다.
미술에 대한 책인데 보기 위한 책이다. 요소 요소에 시각적인 것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각종 자료들을 끌어다 모은 듯한 글인데도 완성도가 느껴진다. 그림과 글도 서로 잘 어울린다. 하지만 톡특함 이상의 깊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그림은 그림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짤라온 글들은 이음새가 허전하다.
한국에서 사진을 예술로 하는 20명의 사람들의 발자취를 모았다. 현대한국사진의 외연이 어디까지 넓어졌고,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 볼수 있다. 고생해서 사람들을 선정하고 정리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의 치열함이 예술가의 치열함을 넘어서지 못하는 예술중심주의는 속세사람들이 제대로 호흡하기 어렵다. 지적인 멋을 한껏 부린 지식인적 글쓰기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대표적인 조직사건의 하나인 남민전 사건으로 구속되어 10년을 살아야 했던 이수일의 기록이다. 장기수들의 옥중수기나 편지, 기록들이 책으로 나온 경우들이 많지만, 아직도 이들의 기록들은 소중하다. 비전향 장기수와는 달리 70년대 후반 비공개활동을 하다 구속되서 80년대를 감옥에서 보낸 이들의 기록을 결이 다르다. 비장함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은 그 비장함과 사랑으로도 감당하기는 힘든 시기였다. 그만큼 무겁지만, 그만큼 깊이 있고, 그만큼 따뜻하다.
순간적으로 발작하듯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엄마가 있다. 그 엄마와 함께 아빠가 다른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소녀가 있다. 상처받은 가족 속에서 소녀는 숨죽여 살아간다. 체념 속의 삶을 어린 나이에 배우고 있다. 누군가의 손이 절실한 소녀에게 역시 상처가 많은 한 소년이 나타난다. 조심스럽게 둘은 친구가 되지만, 소녀의 상처는 너무 크고 깊다. 너무 사실적인 얘기다. 그리고 어른이 잘난 척 아이들을 교양하는 소설이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담고 있다. 내가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