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이 어른들을 향해서 반란을 일으켰다. 한때 혁명을 꿈꾸다가 현실에 안주했던 어른들과 그 혁명을 진압했던 어른들이 애들의 반란에 맞서 하나가 됐다. 발상만이 신선한 것이 아니라 얘기 방식도 신선하고 철학도 신선하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내용없는 교훈을 설교하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현실과 타협하지도 않는다. 유쾌 상쾌 통쾌한 소설이다.
비판이 장점인 경우는 내 가슴 속에 있는 것을 끄집애내서 속시원하게 얘기해주거나, 내가 비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알지 못하던 것을 비판을 통해 깨닫게 해줄 때이다. 그런데 강준만의 비판은 속시원함을 주지도 않고, 깨달음을 주지도 않는다. 온통 남을 씹는 얘기만으로 넘쳐나는 책을 다 읽고나면 '아, 짜증나!'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친노세력을 비롯해서 손학규와 조국과 오세훈까지 자근자근 씹어댄 강준만이 강남자파와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박근혜를 등장시켜서 대비를 시킨다. 정말 용감한 강준만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그들을 찾아서 돌아다녀봤다. 생각외로 심각하게 썩어가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게 된다. 기자 출신답게 그 넓은 대륙을 발로 뛰면서 생생하게 기록한 점이 돋보인다. 미국의 애완견이 되서 딸랑거리는 한국의 몇년 후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인너넷 연재용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기자출신이라는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보수주의 작가 중에서 이청준은 이데올로기를 겉으로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강한 보수적 이데올로기가 작용한다. 그의 대표적 장편 소설인 '당신들의 천국'에서도 그런 면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선민과 지도자의 문제를 지도자의 입장에서 다루면서도 지도자의 자기성찰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지식인 소설이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 다루지만, 관념으로 도망가지 않는 것은 그 자신과의 싸움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황무지기가 없는 나라에 살면서 황무지에 대한 소설을 읽는 것은 이국적인 어떤 것을 기대하게 한다. 황무지와 탄광촌이라는 거칠고 몰락한 배경 속에서 뭔가 신비하면서도 아련한 것들 찾아가는 소설이다. 확실하게 이국적이다. 너무 이국적이어서 호기심은 생기지만 동화는 되지 않는다. 신비한 분위기가 다른 영화나 환타지 소설에서 익숙한 분위기를 보여주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기도 하다. 읽히기는 하는데 남는 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