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말해요, 찬드라

 

이제는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이미 이주노동자문제는 심각해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이 책을 보고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이주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풀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란주 씨의 풍부한 경험과 쉬운 글쓰기가 어우러져 깊이를 느낄 수도 있었다. 이 땅이 같이 살아가지만 보이지 않았던 이들이 보이게 되면서 세상이 좀 더 넓어졌다.

 

 

알라딘: 아주 작은 차이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여성주의적 시각이라는 것을 아주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남성중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여성의 시각으로도 바라보게 되면서 내게는 당연했던 것들이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론을 중심으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여러 사례를 단순히 나열한 것도 아니다. 이 시대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얘기가 차분하고 진지하게 정리돼 있다. 독일 얘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알라딘: 풀하우스

 

미국 출신의 좌파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J 굴드의 진화론에 대한 책이다. 진화를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진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를 구체적인 사례와 과학적 분석으로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양성의 점점 증가하는 진화의 세계에서 우연하게 생겨진 인간이라는 종들이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짓인지 얘기하고 있다. 인문학적 글쓰기와 대중적 표현방식으로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자연과학자의 글을 음미해볼 수 있다.

 

알라딘: 새로 만난 하느님

 

과거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이니 하는 책들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운동권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는 것과 함께 해서 이런 신학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그 사이에 우파 기독교세력들을 점점 세력을 확장해갔고, 좌파 사회주의자들의 영혼은 황폐해져 갔다. 다시 최근 들어 우파 기독교세력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좌익과 종교의 새로운 결합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마커스 보그라는 진보적 신학자가 쓴 이 책은 하느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쓴 기독교인을 위한 교리서이다. 하지만 비기독교인들 역시 자신을 성찰하고, 민중과 함께 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알라딘: 오래된 미래

 

생태주의 관련한 책 중에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책일 것이다. 뻔한 생태주의와 공동체주의에 대한 얘기려니 해서 관심을 두지 않다가 아주 뒤늦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난리지?’하는 생각에서 읽게 됐다. 그리고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이 책은 생태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느냐, 정치적 입장으로 지지하느냐와는 상관없이 깊은 감동과 영혼의 울림을 준다. 그저, 남에게서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겠다는 자세만 있다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알라딘: 기학의 모험 1

 

전통적인 동양의 기()철학을 현대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바라보기 위해 동양철학자들이 모여서 책을 냈다. 철학아카데미라는 대중강좌를 통해서 진행됐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서 기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권인 이 책은 역사 속에서 기철학이 어떻게 형성됐고 발전해왔는지를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소통의 철학으로서 기철학을 접해보는 재미가 솔솔치 않다. 기철학을 이해함으로서 세상을 좀 더 유연하고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사유의 방식을 배우게 됐다.

 

 

알라딘: 유경의 '죽음준비학교'

 

 

노인들의 삶을 같이 호흡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유경이 진행했던 죽음준비학교에 대한 얘기이다. 다양한 죽음들을 따뜻하게 쓰다듬으면서 다가오는 죽음을 차분히 바라보게 하는 과정이 편안하고 좋았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삶을 돌아보면서 자신을 긍정하는 과정이다. 노인들만은 위한 과정이 아니라 힘겨운 삶에 허덕이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과정이기도 했다. 죽음을 차분하게 바라봄으로서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알라딘: 반란의 매춘부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급진적 주장인 성노동자론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펼치고 있다철저하게 당사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관점을 아주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다성매매 근절을 외치며 오히려 성노동자를 억압했던 기존 패미니즘진영과의 논쟁을 통해 현실에 기반한 문제해결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주장이 조금 장황한 감이 있고 선듯 그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성매매문제를 새롭고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알라딘: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사람과 동물이 주체 대 주체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할 수 있다는 급진적 내용이다. 파격적인 주제에 대한 거부감을 걷어내고 그 얘기를 차분하게 들어보면 이해 못할 것도 없는 대등한 관계에 대한 얘기이다. 얘기의 방점을 지나치게 섹스에 맞추다보니 문제의 본질이 조금 흐려지기는 하지만 관계와 사랑에 대한 시야를 확 넓혀주는 책이다.

 

 

알라딘: 화이트홀

 

별이 수명을 다해 수축하며 블랙홀이 만들어지는데, 그 블랙홀이 점차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적 반등을 통해 다시 화이트홀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론물리학의 난해한 내용을 설명하는데 물리학의 수식 하나 등장하지 않고, 에세이처럼 쉽고 편하게 얘기하면서도 물리학의 첨단 내용과 논쟁들까지 다 설명하고, 거대하고 심오하면서도 논쟁적인 이야기를 펼쳐놓는데도 200쪽이 되지 않는 얇은 책속에 다 담아놓고 있다. 우주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 넓혀버리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도 거침없이 확장시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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