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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황금시대 - 인간 정신의 위대한 경지를 보여준 禪의 역사와 그 정신
존 C. H. 우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중용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늘이 명하는 것이 곧 본성이며, 天命之爲性
이 본성을 따르는 것이 도이고, 率性之爲道
도를 닦는 일이 곧 가르침이다. 修道之爲敎
모든 종교란 곧, 이 마음 둘 곳을 찾는 길이다. 철학도 그러하고, 문학도 그러하다. 거기 붙인 이름이 철학이고, 문학이고, 종교학일 따름이다.
인간의 본성을 따르는 도의 길을 닦는데, 가르침을 앞세우는 것이 교종이라 하고, 곧장 사람의 마음으로 짓쳐들어 가는 방법을 선이라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론 그렇다.
선의 황금시대는 당나라 고승들의 선문답과 수도를 재미있게 쓰고 있는 책이다.
육조 혜능, 마조 등의 이야기는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듣던 이야기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선 이야기 아닐까? 나처럼 미욱한 눈으로는 그분들의 걸릴 것 없는 목소리들이 당황스럽고 그야말로 똥막대기처럼 낯설지만 거침없는 목청과 주먹질은 삶을 통쾌하게 한다.
모순, 불일치, 기행, 논리를 벗어난 이야기들은, 우리 삶이 곧 이런 모순의 부평초임을 생각하게 한다.
직관에 의한 경험론적 확실성을 추구하는 선은, 나의 존재로부터 진실을 시작한다.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존재하므로 생각할 수 있단 것이다. 오직 생각만으론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문지방, 거기를 넘어가는 경험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낮은 곳의 경험, 더러운 것의 경험, 가난과 병과 죽음의 경험들 말이다. 선은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지만, 곧바로 가리킨다. 선사들의 행동과 몸짓이 울려주는 자명종 소리를 듣고 곧장 '이 무엇'에 도달하라는 것이다.
형체도 색깔도 아무 것도 없는 자유로운 '그 무엇'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구차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공자 왈 : "얘들아, 너희들은 내가 너희들 모르게 뭘 감춰두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너희들에게는 하나도 감춰둔 게 없다." 그래. 가르친다고 끙끙거릴 일 하나도 없다. 아이들은 다 안다. 어느 선생님이 가르칠 게 있는지, 어느 선생님에게서 배울 것이 없는지...
성 요한 : 아래로, 아래로 몸을 수그려 더 높이, 더 높이 나는 올라가니 바라던 곳에 이르는 방법이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아는 이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이는 알 수 없다. 이 곧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의 소통법이다.
네 마음을 꺼내 놓아라... 고 외치시는 선 지식들을 책으로나마 만나는 일은 진흙 속에서 연꽃이 흙탕물 한 점 튀기지 않고 피듯이, 오롯이 서 있는 온전한 그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한 물건은, 갈고 닦을 게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본래 더럽혀질 수 없었던 것이어서 그렇다.
마땅히 어디에도 머무름이 없이 應無所住
그 마음을 살아있게 하라. 而生其心
금강경의 한 구절이 비오는 아침, 수억의 빗방울에 경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