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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말하다 - 우리 미술이 발견한 58개의 표정
박영택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거울을 볼 때 비친 얼굴과
사진에 박힌 얼굴 중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당연히 거울에 비친 얼굴이다.
거울을 보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에서 바람직한 모습, 더 나아진 모습, 희망의 모습을 찾으려 하기때문에,
안면 근육을 미세하게 변화시키게 마련이란다.
눈도 깜작이고, 묻은 거도 닦아 내고,
그러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표정이 등장했을 때 비로소 거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 박힌 얼굴은 '하나둘셋~'하는 순간에 셔터의 버튼을 누를 뿐이지,
어느 순간의 표정이 필름에 남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란 힘든 일.
얼굴은 고전에서 '꼴, 형태, 형체'에서 지금은 '안면'만을 가리키는 말로 축소되어 쓰이는 말로,
<얼 + 꼴>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 얼의 꼴.
향을 쌌던 종이는 향냄새가 나고, 생선 엮었던 새끼줄은 비린내를 간직하듯,
얼굴은 정신의 형체를 드러내는 부위가 되는 것이다.
얼굴에 대한 예술 작품 이야기를 열 개의 꼭지로 나눠서 실었다.
선후 관계가 없는 독립된 이야기들일 것 같아, 고르다가 '이렇게 울어봤나요'를 먼저 펼쳤다.
왜 그 순간에 광주의 5월이 떠올랐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게 울음이라고 하면 5월로 각인되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피해자 2번>이란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면천에 바느질로 발가벗겨진 어린아이의 오열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사회는 이렇게 폭력적이다.
얼마전, 고려대 학생들이 같은 과 여학생을 성추행 내지 폭행했다. 촬영까지 했단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과연 이 사회는 이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쳤던가, 반성해야 한다.
그 아이들을 매장한다고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
표지 그림이 된 양유연의 '숨바꼭질'은 색감이 참 인상적이다.
장지에 채색한 그림인데, 종이의 질감과 어우러진 색감,
가려진 손가락 사이로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어쩌면 목도해서는 안 될 비참한 순간인 것이나 아닐는지...
김은현의 조형물은 참으로 아름다운 미소를 빚어내었다.
이 책의 139쪽 표정을 정말 좋아하는데, 인터넷 사진으로 구할 수 없어 아쉽다.
정원철의 판화들을 두고서 적은 말이 오래 남는다.
얼굴은 일종의 사회적인 텍스트이자 비명이다.
얼굴은 다름 사람들이 읽어가도록 의도된 것이다.
그것은 책과 같다.
얼굴은 그가 살아온 역사와 사연들로 빼곡해서, 흘러넘쳐서 한 번에 읽을 수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온 삶을 자신의 얼굴 위에 새긴다.
얼굴은 거짓을 모른다.
혀는 거짓을 쏟아내지만,
얼굴은 표정과 눈빛은 언제나 진실로 향해 있다.
부지불식간에 모든 것을 발성한다.
내 얼굴은 나의 것이지만 결국 타자가 읽는다. 본다. 뜯어먹는다.
그래서 얼굴은 사회적인 것으로서의 거울이 된다.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겉모습에 그 사람의 인생이 각인되어 그런 말도 생겼을 게다.
그러나, 여전히 얼굴을 내미는 일은 낯설다.
이게 벌써 한 5년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