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한 편 정도 올리겠다고는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내기 쉽지 않습니다. ^^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마기 님의 시도 좋아지고, 시에 빠져드시는데,
이 특강이 지향하는 바를 제대로 드러내기에는 지금 제목이 나을 것 같아서입니다. 

세상에 시는 지천으로 깔려있습니다만,
뱀을 보고 '길다'고 한 것도 시라고 합니다.
오늘 태풍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지나갔습니다.
저더러 시 쓰라면, '쎄다~'정도 썼을까요? ㅎㅎㅎ 

오늘은 신경림의 '갈대'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파스칼이 그랬다지요. '팡세'란 수상록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구요.
은유법이 쓰였죠? 오늘은 갈대로 시작해서 은유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겠습니다.
일단, 신경림의 그 유명한 '갈대'를 읽어 보겠습니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갈대> 

제가 이 시를 처음 대한 건, 대학 1학년 멍청하던 시절인데요.
같은 과 여학생 하나가, 수업 시간에 갑자기 이 시를 내 앞에 쑥 들이 밀데요.
그러면서, 읽어봐~ 이러는 겁니다.
멍청했던 저는 멍청하게 읽고는, 멍청하게 돌려줬다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 열아홉 살 여린 나이에, 시쓰겠다던 내 친구는 '갈대'를 읽으면서 얼마나 짜릿한 전율을 느꼈을까!
그 반면, 멍청했던 나에게 시는 뭐, 시험에 나오는 시나 몇 편 알던 그런 거였습니다. 

그러다, 스무 남은 살이나 되어 혼자 자취하던 날이었는데 말이죠.
어쩌다 혼자 집에와서 비스듬히 누워 신경림 시집을 읽다가, 갈대를 떡하니 만났는데,
정말, 숨이 헉, 막히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 이란 대목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데요.
그 때가 1989년 전교조가 결성되어 해직이 시작되던 서슬 퍼렇던 시절이었던 정도만 기억이 나네요. 

시험지 말미에 여백이 좀 남거나 하면, 시를 한 편씩 옮겨 주기도 하는데요.
이 시가 단골입니다.
이런 여학생도 있었어요.
시험 마치고, 새초롬한 눈으로 와서는
선생님이 이 시 치셨냐고... 근데, 왜? 이랬더니,
시험치다가 이 시 읽고 눈물이 나서 시험을 망쳤대요.
아이고... 그래서, 내가 미안하구나... 했더니, 아니오, 좋은 시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갑디다. 

그런 게 시 감상인 건가봅니다.
마음을 퉁, 치는 울림이 있는 시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신경림의 '갈대'를 꼽습니다.
이 시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시어들도 간결하고, 단정하며, 쉽습니다. 반복되기 때문에 어려울 것 하나 없습니다. 

그러나, 시를 읽어가면서,
이 시에 대해서, 더이상 설명은 군더더기에 불과할 것이기에, 다시 읽어보시는 걸로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암튼, 산다는 일은, 그런 거예요.
째콤이고, ㅋㅋ
피투성,의 존재구요.
그렇지만, 시를 쓰시는 마기님이나, 시를 소개하고 풀이하는 일에 재미붙인 저나 <기투>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답니다.
갈대지만, '생각하는 갈대'가 되자구요.
파스칼의 팡세 첨에 이렇습니다. '인간은 나약한 갈대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라구요.
나약한 갈대는 '피투성'의 갈대고, 생각하는 갈대는 '기투'의 갈대인 거죠.(피투성에 대해 모르시는 분은, 10강을 들어 보시길...) 

조용히 울던 갈대,
온몸이 흔들리는 갈대,
누가 흔드는지 생각하는 갈대,
제 울음이 흔드는 것도 몰랐던 갈대,
산다는 것의 의미를 몰랐던 갈대,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이젠 조금은 알 것도 같은 갈대...

인 화자를 만나게 됩니다.  

<존재의 이유>라는 노래도 있었는데, 뭐, 그 노래 가사야 별 거 아니지만,
인간 존재가 뭐 이유가 있나요?
피투성,의 존재인 걸요. ^^
기억 나십니까? 우연히 던져진 존재, 피투성의 존재.
의미가 없게 살아가는 게 당연한 존재죠. 

도대체 사는 게 뭔가.
새삼스럽게 이 나이에 그런 고민을 떠올릴 것까지야 없는 거 아니냐?며 반문할지 몰라두요.
어떤 나이와 상관없이, 공자님 말씀처럼 지천명이든, 이순이든, 그 고민은 떠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도대체, 삶이란 어떤 것일까?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있는 것.

아, 삶에 대한 비유로 얼마나 처절하면서 간결한 문장인지요.
이 문장을 나직하고, 조용하게 읊조려 보세요.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있는 거...라구요.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팡세에서도 하고, 갈대에서도 하고 그런 걸까요?
그것은 시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답니다.
20세기라는 시대는 자본주의와 함께 열립니다.
서양의 자본주의는 후발 국가들의 시기와 질투에 휘말려, 세계대전의 연기속에 휩싸이는데요.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이 독일, 이탈리아입니다. 통일이 늦게 된 나라들이죠.
그런데 세계대전에서 죽어나간 군인들은 어른이 아니라 청소년들이었대요. 청소년의 전쟁.
자본주의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인간 존재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이런 시대를 까놓고 말한 것이 니체입니다. 

형이상학자들은 신이 있네, 없네 다투는데,
솔까말, 신이 있으면, 이런 자본주의와 세계전쟁의 꼬락서니는 뭐냐?
시대의 분석에 따라 그는 <신은 죽었다>는 말을 합니다. 신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말이죠.
인간은 '바보'지 '죄인'은 아닌데, 성직자들은 '죄인'으로 만들거든요.
그래서 니체는 '위버-멘쉬'(일본에서 초인으로 번역)가 되려면,
'낙타'같은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사자'같은 용맹함을 가져야 된다고 했답니다. 

낙타 하니깐, 하이데거의 <피투성>이 떠오르시나요?
사자 하니깐, 당연히 <기투>가 떠오르셔야죠? ^^ 훌륭한 수강생들이니 말입니다. 

니체 : 신은 죽었다
신 : 니체 너 죽었다!
청소 아줌마 : 니들 둘 다 죽었다... 

니체가 좋아할 법한 개그죠.
근데, 니체가 낙타보다도, 사자보다도 좋아한 게 있대요. 바로 '어린 아이'랍니다.
엄숙하고 장엄한 삶보다는,
어린아이처럼, 고정되지 않는 <변신>의 명수로 사는 것 말입니다.
초인,은 위인이 된 사람이 아니라,
고정된 <인간형>을 뛰어넘는 존재라고 하더라구요.
(오늘은 너무 딱딱한가요? 이제 한계점 도달인가봐~ ㅋㅋ 제목만 유쾌한~으로 바꿨어~ㅋㅋ)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그의 책도 그런 의미랍니다. 

다음엔 고정희의 시 한 편 읽어 보시죠.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이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또 나오죠. 갈대~
근데, 상한 갈대라네요. 상태가 좀 더 나빠졌쓰~ ㅋ 
상한 영혼들에게 이 연사! 두 번이나 외칩니다!
충분히 흔들리자고...
고통을 거부하지 말고, 고통에게로 가자고...
뿌리 깊다면,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을 거란 믿음을 갖고, 흔들리며 살자고
 

갈대도 못 되어, 개구리밥에 불과한 부평초일지라도,
고통과 살 맞대고 살자고...
삶은 끝없이 피투성으로 점철된 존재인데,
뭐, 화려한 도시를 찾아 헤매지 말고,
이 세상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해 살아 보자고...
어차피 외로운 거, 굳세게 가자고... 

아무리 막아도 바람은 불고,
갈대는 울고 있지만,
영원한 눈물도 영원한 비탄도 없노라고...
상한 갈대, 그대여.
하늘 아래선 캄캄한 밤에 너를 향한 손 하나 오고 있노라고... 

읽다 보면, 비슷한 주제들을 다룬 시들이 참 많습니다.

아까 신경림의 갈대를 다루다가, 은유법을 잠시 이야기했습니다.
중학교때, 배우잖아요. 왜. 
비유법에는 직유와 은유가 있다.
직유는 ~~처럼, ~~같이, 이런 거고, 은유는 A는 B다.
그러고 꼭, 들어주는 비유의 예는 '내마음은 호수다.'  

그런데,  이렇게 배운 성인들에게 물어봅시다.
내 마음은 호수다. 내마음과 호수 사이에 뭔가 유사점이 있다는 건데, 그게 뭐냐구요~

읽으시는 지금, 답해보세요.
호수와 내 마음의 유사점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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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답이 아닙니다.
내 마음은 호수~란 비유의 뜻은 그 뒤를 다 읽어봐야 합니다. 

내 마음은 호수(湖水)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어떤가요?  
호수와 내 마음의 유사점이 뭐죠?
거부하지 않음이잖아요.
내 마음은 호수예요.
언제나, 언제까지나... 당신의 마음만 내키시면,
마음을 내서 노저어 오시기만 한다면,
나는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가득해서,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겠어요~
이런 사랑의 표현이죠.  

듣고 나니,
비유법을 잘못배우신 거 같지 않나요? ㅎㅎ 

비유는 '유사성'에 근거하여 빗대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제가 잘 드는 예로, '사랑은 피자'도 있는데요.
사랑은 피자와 뭐가 유사한가요?
피자 위의 토핑은 먹기 싫은 거 골라 내버리면 피자가 아니잖아요.
그건, 피자 도우지~
먹기 싫은 토핑도 같이 먹어야 맛이 나듯이, 사랑도 입맛에 맞는 상황만 즐긴다면, 그건 진실한 사랑이 아니겠죠?
그런 비유라면, 사랑은 피자다!
좀 괜찮지 않나 자뻑에 빠져 듭니다. 

비유를 쓰는 이유는 말입니다. '사랑'이나 '내 마음'과 같은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거예요.
애절하지만, 비유가 없어서 시적이지 않은 가사 한 번 보실래요? 

그 사람 날 웃게 한 사람/ 그 사람 날 울게 한 사람/그 사람 따뜻한 입술로 내게 /내 심장을 찾아준 사람
그 사랑 지울 수 없는데 /그 사랑 잊을 수 없는데/그 사람 내 숨 같은 사람/그런 사람이 떠나가네요.
그 사람아 사랑아 아픈 가슴아/아무것도 모른 사람아. /사랑했고 또 사랑해서/보낼 수 밖에 없는 사람아.. 내 사랑아
내 가슴 너덜 거린데도/그 추억 날을 세워 찔러도/그 사람 흘릴 눈물이/나를 더욱더 아프게 하네요
그 사람아 사랑아 아픈 가슴아/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아/눈물 대신 슬픔 대신/나를 잊고 행복하게 살아줘...내 사랑아
우리삶이 다해서 우리 두눈 감을때 그때 한번 기억해...
그 사람아 사랑아 아픈 가슴아/아무것도 모른 사람아. /사랑했고 또 사랑해서/보낼 수 밖에 없는 사람아..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내 사랑아 

요즘 엄청 인기인 '탁구왕 김제빵~'인가 하는 드라마에 나온다던가? 뭐, 이승철 노래라는데... 인기라네요.

노래 가사에서 비유를 써서 추상을 구체화하긴 어렵죠. 직설적일 수밖에요.
근데, 다음 시 한번 읽어 봅시다.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난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울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이성복, 꽃피는 시절>

저는 이 시를 첨 읽고, 이별하는 상황을 떠올렸답니다.
위에 나온 '제빵왕~' 주제가보다 훨씬 가슴 먹먹하게 하는 이별가 아닌가요? 

1연 : 당신은 멀리 있어요.
2연 : 자꾸 당신이 고개를 들어요.
3연 : 내 안의 당신은 나를 벗어나려 하지만 
4연 : 내게서 당신이 떠나면 내 몸 다 찢어져요.
5연 : 온몸이 당신과의 이별을 아파해요.
6연 : 어떻게 당신을 보낼까요.
7연 : 당신을 어떻게 보낼까요...

뭐, 하는 이야기는 이런 건데요. 

나는 울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5연)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7연) 

히야~ 다들 이별이야 몇 번 씩 해 보셨잖아요.
이렇게, 울다가 웃다가 토할 지경이 되고, 벌컥벌컥 물 마시고 길길이 날뛸 지경,
다들 경험해 보셨잖아요?
어, 다들 왜 그래요.
이 구절 읽고 술 마신 다음 날 떠올린 사람들처럼?
그건 아니잖아요. 그런 건 이별이 아니잖아요. 그냥, 퇴근이지. ㅋㅋ (개콘을 안보신 분은, 먼저 보시고 읽으셔얄 듯 ㅠㅜ) 

조막만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아, 얼마나 애절한 이별의 메시지인지요. 

그런데, 이 시의 제목을 보셨나요? 제목은 꽃피는 시절~이랍니다.
꽃피는 시절에 이별을 한 걸까요?
이 시를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이제 나는 <나무>로 변신을 하겠습니다.
나는 뻣뻣한 나무입니다.
내 안에서 봄이 오면, 꽃이 피어나려 움트고 있겠지요. 

다시 1연 : 겨울에도 나는 꽃이 올 것을 알아요.
2연 : 봄이면 당신은 당연히 올 거예요.
3연 : 내 안에 너 있다~
4연 : 꽃이 피려면 내 몸으 갈라지는 고통을 겪어야 해요.
5연 : 희고 고운 꽃이 잎잎이 피어날 거예요.
6연 : 그러나, 어떻게 꽃잎을 떨굴까요? 미치겠네~
7연 : 내게 매달린 조그만 꽃잎과 어떻게 이별할까~ 

꽃이 피었다 떨어지는 것을.
나무에서 꽃이 솟아나고, 이별하는 것을,
남녀간의 이별의 상황과 유사한 점들을 추출해서,
<이별>이란 추상을 <낙화>란 구체로 비유한 것!
이런 것이 비유의 짜릿한 전율이 아닐까 합니다. 
저 짜릿한 거 참 좋아하네요. ^^ 

신영복 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보통 우리더러 집을 그리라고 시키면, 지붕부터 그리잖아요. 지붕 아래 집 그리고, 창문 그리는 순서.
근데, 목수가 그림그리는 걸 봤더니, 주춧돌부터 그리더래요.
그 다음 기둥, 창문, 지붕은 맨 나중이라죠.
지붕부터 짓는 집은 없는 거죠.
그런 게 삶에서 우러난 지혜이자 삶의 연륜, 곧 나이테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립이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험을 통하여 얻은 묘한 이치나 요령,을 뜻하는 말입니다.
어제 제가 쓴 리뷰에서 <매직>의 순간을 이야기했는데요.
사노라면, 매직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고, <미립>이 나는 프로가 되기도 하는 거겠지요.
제 리뷰에 쓴대로, 꿈꾀꼴깡끼끈꾼이 되려고 너무 심하게는 아니고,
미립이 날 때까지 <기투>하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 옆에서 22년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방학인데도 이제 수능 99일 전인 아이들의 공부를 보노라면,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제 미립이 나서 좀 잔인해질 때도 되었는데 말입니다. 

원래 새싹은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엽록소가 없답니다. 
근데, 우리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부터 광합성하라고 후려잡는 거나 아닌지...
알묘조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장자,엔가 나오는데,
싹이 자라게 하라고 시켰더니,
밤새 모든 싹을 쏘옥~쏙 잡아당겨서, 키를 크게 해 놨더래요.
담날, 싹들은 모두 죽어버렸죠.

 

방학인데, 자녀분들은 모두 잘 자라고 있을까요?
혹시 알묘조장하시는 부모님들은 안 계실까요? 

유럽에 가면, 곳곳에 '로댕'의 작품으로 '깔레의 시민들'이란 동상들이 있습니다.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가진 깔레의 시민들을 기리기 위한 것인데요. 

태풍도 지나갔고, 다시 열기가 올라봤자, 이제 가을에 점령당한 여름은 맥을 못 춥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생각해보는 동영상 2편 넣으면서, 오늘은 문을 닫을게요.

 

 

비도 내리고, 기분도 꿀꿀한데,
쐬주 한 잔 하지 마시고, 엔딩 포엠 한 편 읽어 보세요.

곽재구, 새벽편지, 입니다.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제 닉넴이 '글샘'입니다. ^^ 
국어 선생님이라 글 샘이구요.
글이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길 바라는 글 샘이구요.
글 잘 쓰고싶은 샘이 많아서 글 샘이랍니다. ^^ 

오늘도, 어딘가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지 않나요? 

아름다운 밤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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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1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입추를 지나니 엄마말씀대로 찬바람이 나긴 나는군요~~
세상만사 다 때가 있는거죠~
아무리 힘들었더라도 지나고 보니 다 꽃피는 시절이 되는듯 싶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낭만이 있었지..이러면서요

글샘 2010-08-11 21:47   좋아요 0 | URL
꽃피는 시절, 그런 의미가 담겨 있겠지요.
청춘의 이별을 꽃피는 것과 비유한 것은 참 절창입니다.

낮에나온반달 2010-08-1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강 제목을 바꾸신 것. 이 특강이 오래오래 계속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을 받습니다.
마기님은 살짝 서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고정희의 시는 언제 읽어도 울컥, 합니다.
상하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겠습니까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다 조금쯤은 맛이 가 있지만
그래도 서로 마주잡을 손이 있으니...


비로그인 2010-08-11 22:17   좋아요 0 | URL
살짝이 아니라 많이 서운하죠.ㅋ
하지만 한편 맘이 편합니다.
시 숙제의 부담이 덜해졌으니까요.

글샘 2010-08-12 10:10   좋아요 0 | URL
마기님, 많이 서운하셨어요? ^^
이렇게 롱런할 거라고 생각도 안해서 붙였던 이름이니깐, 이제 당분간 이렇게 갈게요.

오래오래 계속될 지는... 제 능력에 기대를 걸어 보겠습니다.
상한 영혼... 이런 시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죠.

시 숙제의 부담 없이도 잘만 쓰시더구만요. ^^

비로그인 2010-08-12 12:07   좋아요 0 | URL
어제는 시를 써봤지만...당장 오늘아침부터는 뭔가 달라졌어요.
나를 위한 시 특강에 숙제를 한다는...그 특별한 상황이 사라지니까...시상이 전혀 떠오르지가 않네요.
푸히히~~

글샘 2010-08-12 20:09   좋아요 0 | URL
꼭 숙제는 아니라도 답시는 계속 써 주셨으면 해요. ^^

양철나무꾼 2010-08-1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아침이네요~^^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들은 라디오에서 이승철 노래가 나왔었는데,
여기서 또 보게 되네요~
(헐~컴 스피커가 안 되는 걸 어찌 알고...)

시 특강 제목이 바뀌었네요?
그렇다고 앞으로 마기님의 답시를 볼 수 없게 되는 건 아니겠죠?

글샘님의 특강이 오래오래 계속 된다는 건 해피한 일이지만,
마기님 식의 특강 해석도 전 좋았거든요~^^
(네,저 마기 선녀의 나무꾼 맞습니다여~)

글샘 2010-08-12 10:11   좋아요 0 | URL
오래오래 계속 되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컥, 합니다. ^^

페크pek0501 2010-08-1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강의가 계속되도록 저도 한 표 찍겠습니다.ㅋ
제목은 어떤 게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많아서, 길어서 다 읽어 보진 않았지만 종종 찾아와 시 강의를 읽곤 했어요.
시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 강의는 계속되어야지요.
마기님의 시도 하고 다른 시인들의 시도 하고...
이럴 때 저도 시를 쓸 줄 알면 좋은데 ㅋㅋ
그냥 전 팬으로 남겠습니다.

글샘 2010-08-12 20:09   좋아요 0 | URL
너무 길었군요. 안 그래도 길이를 줄여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래 가려면 짧게 가야하는데... 쓰다보면 생각이 막 엮어서... 꼬여요.
계속 가도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