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는 사랑 있네
첫눈에 반하는 불길 같은 거 말고
사귈까 어쩔까 그런 재재한 거 말고
보고지고 그립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대천 바다 물 밀리듯 솨아 솨아아아아
온몸의 물길이 못자국 하나 없이
둑방을 너머

진액 오른 황금빛 잎사귀를
마지막 물기 몰아 천지사방 물 밀어 가듯

몸이 물처럼
마음도 그렇게
너의 영혼인 내 몸도 그렇게 

                               (김선우, 대천 바다 물 밀리듯 큰 물이야 거꾸로 타는 은행나무야 , 전문)

제1탄이라고 하니까, 계속 이어질 것 같지만... 알 수 없어요. 

어제 술김에(=3=3 후회중) 적은 코멘트에 세실님이 너무 적극적으로 반색을 하셔서...
몇 자만... 올립니다. 

이 시는, '사랑'에 대해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화자에게 '연속극식 사랑', '신파조의 사랑' 말고, 사랑은 어떤 의미인가...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정도는 이해가 가시죠? 

뜨거운, 에로틱한, 가슴졸이는, 애가 타는, 절절한... 이런 사랑 말고,
시원시원하면서 서로 굳은 믿음이 있는,
좀스럽고 자잘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그 사랑을 의심할 필요 없는,
그런 크고 넓은 사랑을 '대천바다 물 밀리듯 큰 물'에 비유한 것 아닐까 합니다. 

물리학에서 '입자'가 있고 '양자'란 개념이 있는데요. 
입자는 '내 몸'입니다.
내 몸은 교실의 앞문으로 들어오면서 동시에 뒷문으로 들어올 수가 없잖아요.
제가 부산에 있으면서 세실님의 청주에 존재할 수 없듯이요.
근데, 양자는 '양 쪽'에 다 있을 수 있는 거예요.
부산에 비치는 저 햇살이 청주에도 가잖아요.
정말정말 큰 물이 넘친다면, 부산에 넘친 그 물이 동시에 청주에도 넘칠 수 있듯이요. 
물이나 햇살이라면 교실의 앞문과 뒷문에 동시에 들어올 수가 있겠지요. 끈같이 생긴 양쪽이 있는 것들이라면...

그래서, '내 몸'에 한정된 그런 사랑 말고,
큰 물 지듯,
물과, 마음과, 영혼의 공통점은, '내 몸'과 같은 입자가 아니라, '큰 물'처럼 파동이 일듯,
한꺼번에 넓은 지역에 들이닥칠 수 있는 포용성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몸이 물처럼
마음도 그렇게
너의 영혼인 내 몸도 그렇게 

이 마지막 연이 이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인 거 같은데요.
나의 사랑은,
내 몸뚱아리를 탐하거나, 몸뚱아리의 실존적 쾌락에 머무르지 않고,
내 몸뚱아리로만 부딪치는 당신과의 임팩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스르르 풀린 물처럼 자연스럽게,
마음도 화르르 불살라진 것처럼 넉넉하게,
그래서 비로소 너의 영혼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나의 정신, 나의 넋.
내 몸이 그렇게 스러진 자리에서 너를 만나는... 

이런 넓고도 얽매이지 않는 사랑을 표현한 시가 아닐까 싶네요. 

주제 : 얽매이지 않는 넓은 사랑의 희구 에 밑줄 쫙! 

시라는 게 워낙 쓰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주관적인 거구요.
읽는 사람의 관점이나 관심사,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이라서...
제가 읽은 것은 저런 정도입니다. ^^ 

아래 열 분 이상이 이 강좌의 개설을 열렬히 원하시면, 제2탄도 고려해 볼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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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7-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이런 거였군요^*^
바다같이 넓고 큰 사랑.


"대천 바다 물 밀리듯 솨아 솨아아아아
온몸의 물길이 못자국 하나 없이
둑방을 너머"
전 요기에서 열정적인, 불같은 사랑을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이상하게 생각했더랍니다.
님 감사해요. 2탄 기대합니다.
제가 댓글 열개 달 수도 있어용

여우꼬리) 이런 사랑이라면 참 행복하겠네요^*^

글샘 2010-07-09 14:31   좋아요 0 | URL
그냥 저의 해석이 그렇단 거죠. 말이 되면, 그게 이해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ㅎㅎ
맞아요. 이런 사랑이라면... 마음이 대천바다같이 넓은 사람이라야겠죠. ^^

pjy 2010-07-0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맘에 들어서 자주 읽는, 사랑에 관한 시 있어요^^
읽을때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달콤해지는데 정작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아직 없어서 좀 아쉽긴해요~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세실 2010-07-09 20:26   좋아요 0 | URL
어머 이 시도 참 좋으네요.
요건 이해하기도 쉬워요~~~ 시는 이렇게 쉽게 쓰여져야 해. ㅎㅎ

글샘 2010-07-09 22:27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시 좋아합니다.
너도 그렇다. 아~ 좋다.

세실 2010-07-09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시는 도종환 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이랍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글샘 2010-07-09 22: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쉽게 들어오는 시가 좋죠.
그치만, 자기만의 경험을 시로 쓴 걸 나무랄 수도 없죠.

세실 2010-07-10 06:23   좋아요 0 | URL
아 자기만의 경험이라...일리가 있어요^*^

pjy 2010-07-10 00:57   좋아요 0 | URL
개인의 경험인데 같이 공감하게 되는 내용..이게 맞나요?
음~칸트의 미학개론이었던가? 가물가물하네요^^;

글샘 2010-07-10 10:52   좋아요 0 | URL
진액 오른 황금빛 잎사귀를
마지막 물기 몰아 천지사방 물 밀어 가듯
... 거꾸로 타는 은행나무...
화자는 황금빛 잎사귀로 타오르는 은행나무를 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중장년이죠. 큰물에 들이비친 은행나무의 찬란한 황금빛 잎사귀와
넘실대는 물을 보고 이런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에 물기가 가득 밴 사람이겠지요. ^^

그 개인의 경험으로, 우리에게 이런 인식의 확장을 제공해 주니,
시인은 우리 대신 먹고 소화시켜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죠. ^^

세실 2010-07-10 22:22   좋아요 0 | URL
아 마음에 물기가 가득 밴 사람.
요즘 알라딘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제 맘에도 물기가 가득한 느낌^*^
님 덕분에 조금씩 시 맛을 느낄수 있을듯 해요.
예서 멈추면 안되는거 아시죠?
책임지세욧!!!!

잉크냄새 2010-07-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탄 개설을 열렬히 지지합니다.

글샘 2010-07-10 10:52   좋아요 0 | URL
자, 이제 두 분입니다. ㅎㅎㅎ

비로그인 2010-07-1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탄도 약하구여, 상설강좌 카테고리 만들어주세염~~플리쥬~~~

글샘 2010-07-10 10:55   좋아요 0 | URL
이제 세 분. ^^
마기님 욕심쟁이시군요. ㅎㅎ

비로그인 2010-07-1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기라는 사람을 알고있는 사람인데요,
상설강좌 카테고리 만들어주세염~~2

글샘 2010-07-10 12:28   좋아요 0 | URL
상설강좌는 유료예욧! 네 분으로 쳐 드릴까요?
ㅋㅋ 마기님 정말 귀여우셔~ 마기님이 10분 모셔오면 생각해 볼게요. ㅎㅎㅎ

비로그인 2010-07-10 12:37   좋아요 0 | URL
흥~~세실님을 위한 시 특강인데...세실님이 모아와야죠!

난 마기를 위한 시 특강이 열릴 때 생각해 볼래요.
으윽~~그런건 없다구요?
ㅠㅠ

글샘 2010-07-10 17:40   좋아요 0 | URL
마기님 질투하시는군요? ㅎㅎ
알았어요. 마기님을 위한 시 특강도 생각해 볼게요.

세실 2010-07-10 22:24   좋아요 0 | URL
호호호 마기님 질투할줄 알았어^*^
결국 그렇게 글샘님은 마기님을 위한 특강 만들꺼야. 아마도....

글샘 2010-07-11 02:03   좋아요 0 | URL
마기라는 분께 전해 주세요.
상설 강좌 카테고리는 바빠서 어렵다구요. ㅋㅋ
시간 되는대로, 제가 좋아하는 시를 해석해 볼게요.
제 맘대로 해석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