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펌이지만 그냥 올린다.
동아일보에 대한 인식이 나쁠 대로 나빠졌는데, 이런 기사도 쓴다는 것을 널리 알려주면 동아일보로서도 좋은거 아닌가? 동아일보 욕들을만한 기사는 불펌하지 않을테니 이번만 용서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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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면서 드는 생각..
1. 어떻게 프랑스는 연 평균 근로시간이 1,431시간밖에 되지 않을 수 있지? 공부 좀 해봐야겠다. 가끔 칼퇴근하는 것이 미안할 때가 있는데, 미안해하지 말아야지... 그나저나 요즘은 맨날 야근이라 글쓸 시간도 없다.
2. 스웨덴에서는 유모차를 밀고 가면 지하철, 버스가 공짜? 꿈만 같다. 유모차 타고 버스를 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다. 직장 옆에 장애인 집단거주지역(?)이 있어서 마을버스에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데, 녹만 쓸었다. 사실 장애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차체를 낮춰야지, 리프트를 쓴다는 것은 들어오지 말라는 것과 같다.
3. 프랑스에서는 직장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고 말하면, 모두 용납하는 분위기란다. 나도 자주 아이 때문에 '칼퇴근(조퇴도 아니다)'을 하지만, 이럴 때마다 눈치보는 내가 싫다. 칼퇴근을 하는대도 눈치를 봐야 한다니.. 특히나 회식같은 것이 있을 때 불참 사유로 '아이 데리러 가기'를 이야기한다면 무능한 직장인으로 찍힐 것이다. 남자는 가정만 아는 무능한 남자, 여자도 가정만 아는 무능한 여자로 찍힐 것이다. 물론, 칼퇴근이 생활화되지 않은 직장의 경우다.
정부도 문제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 물론, 변화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빨라야 한다.
4. 직장의 솔로 직원들, 세금이 많다고 난리를 친다.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 때문에 세금 공제를 그나마 많이 받는다고 말하면 나랑 자기랑 바꾸자고 한다(뭘?). 특히, 나보다 훨씬 급여를 많이 받는 사람이 그런 말 하면 섭섭하다.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해 특별한 혜택을 주자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아직까지 사회의 제도적 도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5.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어야 하는 이유가, 미래의 우리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인적 자원으로서 아이를 생산해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관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만이 많다.
요즘처럼 저출산이 문제시되고 있고 각종 출산 촉진 방안을 내놓는 현 상황의 기본적 인식은 2-30년 그 이후 우리 나라의 '경제력'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일할 인력을 산출해야 하며, 고령화 사회에서 돈 못버는 고령자를 부양하기 위한 세금과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낼 수 있는 젊은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를 위해서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기를 강권하고 있고, 출산과 관련된 어이없는 단기 대책을 발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이를 잘 낳고 잘 키우게 하기 위한 정책적,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이유는 이러한 경제적 필요에 우선하는 그 무언가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하고 있다(이쯤에서 밝히자면, 나는 무조건 많이 낳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 오히려 지극히 비경제적 마인드지만 인구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우리는 미래에 인적 자원으로 활용할 아기를 낳는 것이 아니고, 부모들의 삶을 참되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아기를 낳는다. 점점 살기 힘들고 어려워지지만, 우리라는 이름으로 누리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서 함께 느끼고 호흡하게 하기 위해 아이를 낳는다. 결국은 그들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로 키우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낳는다. 미래를 위해 정책적으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주장을 들으면 우리가 하루에 한 알씩 달걀을 낳아야 하는 이름도 없는 양계장 속의 시골닭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아이들은 우리에게 이런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기는 태어날 때 축복을 받아야 하며, 아이들이 자라기 힘든 환경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서서 변화시켜야 하며, 우리 모두가 지극히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공동으로 키운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아이를 우리와 함께 하는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아이를 낳으라 하지 않아도 낳을 수 있는 사회적 제반 조건에 대한 합의를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육아를 하찮은 문제로 생각하는 세상의 편견은 많이 해소될 것이고, 아이는 놔두면 저절로 큰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며, 아이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일상화될 지도 모른다.
멀지 않은 옛날 이야기에서 흔히 보듯이 단지 노동력이 필요해서 세상에 태어났던 아이들은 얼마나 억울한가. 부모가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보험으로 생각하고 낳은 아이들은 얼마나 불쌍한가. 그들은 부모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한 희생양이 될 공산이 크다. 어느 재벌가처럼, 승계구도의 완성을 위해 아들 없는 삼촌의 양아들로 입양된 조카는 과연 너무너무 행복할까?
그래서 나는, 아주 비현실적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지만, 고령화시대 인구 추이나 30년후 젊은이 1인당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치, 국민연금 고갈 추세와 관련된 통계수치보다는, 출산의 아름다움이나 공동으로 아이 키우기, 아이들 아름답게 키우기위한 부모의 역할과 관련된 글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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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편들은 파김치… 둘 기르기 벅차요
[동아일보 2005-06-29 03:16: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아이 수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줄어드는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회원국 중 가장 긴 2390시간(2003년 기준)이다. 2002년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한국처럼 출산율이 급속히 줄어든 체코의 연평균 근로시간도 한국 다음으로 긴 1972시간이다. 반면 2003년 유럽연합(EU) 전체 인구 증가분의 4분의 3을 차지할 만큼 빠른 속도로 아이가 늘어나는 프랑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한국의 거의 절반인 1431시간이다. 출산율 회복에 성공한 스웨덴의 근로시간도 1564시간으로 과로(過勞)와는 거리가 멀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대기업 재무팀에서 근무하는 김경옥(金京玉․35) 씨는 둘째를 낳기 위해 부인과 7년간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이다 얼마 전 아이 하나에 모든 걸 집중하기로 마음을 정리했다.
"둘째를 원하지만 솔직히 제대로 키울 자신은 없어요. 거의 매일 밤 12시 넘어 들어가고 새벽에 나오는데…. 아이한테나 아내한테나 못할 짓이죠."
한국은 처절할 정도의 과로 사회다. 한국 남성은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아빠들이다. 게다가 한국 남성들은 생계부양자로서의 부담, 회사 내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이중 삼중 부담에 짓눌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의 40대 남성 사망률이 인구 1000명당 4.2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3.4명)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한국 가장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임을 잘 보여 준다. 과로 사회의 스트레스는 노동시장에 진입한 여성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최재천(崔在天)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나친 소모품 인간 사회인 한국사회에서 출산 기피는 여성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라 엄청난 양육비 부담과 지나친 희생을 염려해 부부가 함께 내리는 이성적인 결정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못지않은 회사형 인간의 나라인 일본도 조직 우선의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일본은 1994년부터 10년간 에인절플랜 뉴에인절플랜 등의 정책을 통해 보육시설을 대폭 늘리고 육아휴직 제도를 정비했지만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았다.
30대 남성 4명 중 1명이 주 60시간 일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저출산을 막을 수 없다.(야가미 아쓰오․八神敦雄 일본 후생노동성 고용균등 아동가정국 기획관)
이에 따라 일본은 지난해부터 남성을 일찍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뉴뉴에인절플랜을 시행하고 있다. 300인 이상의 기업에 다니는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거나 단축노동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한 것.
한국에서도 7월 1일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대 시행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 가족 간 친밀감이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가족자원경영학회가 2002년 금융권과 일부 기업체에서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직후 직원과 배우자 182쌍을 조사한 결과 가장 큰 변화로 37%가 가족관계의 개선을 꼽았다. 금실이 좋아진 덕분에 남편의 19.1%, 아내의 18.7%는 성관계 횟수가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출산 권하는 사회▼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서구 선진국들은 모두 가족 중심사회라는 특징이 있다. 오후 6시면 상점 주인까지 문을 닫고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경제부 기자인 도미니크 갈루아(48) 씨도 오후 6시면 어김없이 집에 간다. 초등학교 교사로 7시 반경 퇴근하는 아내 이사벨라(48) 씨보다 먼저 도착해 4명의 아이들을 돌본다. 르몽드가 석간신문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는 저녁 약속은 거의 하지 않으며 주로 점심시간을 활용해 사람들을 만난다고 했다.
프랑스의 직장 문화에서 두드러진 점 중 하나는 육아문제에 관한 한 모든 게 이해된다는 것. 이사벨라 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고 하면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받아들인다고 소개했다. 이는 대통령비서부터 경찰공무원까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인 앤 크리스틴 얀스(43) 씨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 5시경 퇴근한다. 근무시간 중 개인적인 일을 보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다.
그러나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은 누구나 용인한다. 아이가 12세가 될 때까지 근무시간의 25%까지 줄일 수 있으며, 직장에 따라 재택근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도 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시내에는 지하철과 버스마다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있고 유모차를 실으려면 승객들이 너나없이 일어나 자연스럽게 돕는다. 스톡홀름 시에서 버스를 하루에 두 번 이용하면 한 달 요금이 약 600크로나(약 7만9440원)인데 유모차를 끌고 타면 공짜다. 일렉트로룩스사에 근무하면서 아들(4)과 딸(2)을 키우는 마가레타 핀스테드 묄러(31․여) 씨는 스웨덴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출산과 양육 과정을 성인 훈련으로 본다며 이런 경험이 사회생활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스톡홀름=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