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UNESCO에서 경비를 지원하는  '저개발국 돕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선진국(?)의 통계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과 아르메니아 정부 관계자가 우리 기관을 방문했다.

지구본 돌려놓고 장난치기를 좋아했던 나조차도 솔직히 지구 어디쯤에 정확히 붙어 있는지 정확히 찾아내기 힘들 정도의 생소한 신생국가들. 경제력이야 60-70년대의 한국 정도 될까?

다른 것은 몰라도 인터넷과 웹 시스템 하나만큼은 잘 되어 있는 우리 나라를 견학하고 보고 배운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고개 끄덕거릴 일. 아니나 다를까, 이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놀랍다'였다고 한다. 엄청난 수의 모든 학교에서 컴퓨터로 접속해서 통계자료를 입력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나름대로 그 나라에서는 중앙부처 차관급까지 동행한 중요한 방문이었다. 공항에서 놀란 것은 너무나 큰 가방을 여러개를 가져왔다는 것. 나중에 안 사실은 모두 선물 보따리였다는 것. 우리 기관에서는 픽업도 해주고, 삼성전자 견학때도 같이 가고 나름대로의 성의를 보였다지만, 문제는 다른 기관에 방문했을 때 터져나왔다.

상대가 변변찮은 중앙아시아 어디쯤에 있는 만만한 국가였다는 것이 탈. 이 기관에서는 무슨 이유였는지, 개인적 성향이었는지 기관의 방침이었는지는 몰라도, 대접이 너무 소홀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관계자가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무시하는 느낌이 팍팍 느껴졌으며,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너무나 무성의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이름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진 우즈베키스탄에게는 최소한의 정성이라도 다 했다지만, 큰 문제는 아르메니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나중에 우리 기관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그렇게 침통해 했다는 사실을 들으며, 약소국의 설움을 보는 것 같아서 찜찜했다. 우리가 외국에서 그렇게 홀대를 받던 시절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이제 키가 컸다고 약소국가들을 왜 그리 무시하는지.

또 몇 년 전에는 파푸아 뉴기니에서 중앙부처 차관보급 임원이 회의차  혼자 한국에 온 적이 있었단다. 공항에 마중나온 사람 없이 혼자 택시를 타고 행사장에 다다랐지만, 마침 비행기가 빨리 도착해 4시간 여를 행사장 주위에서 기다렸어야 했었다. 아침 7시부터 행사장인 OO회관 뜰에서 홀로 시간가기를 기다렸다는데. 피곤해서 벤치에 양복 차림으로 누워서 잠을 청했다. 우리 나라 60년대 양복 패션으로 어느 낯선 이방인(얼핏 보면 우리 나라 사람 같았단다)이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청소부 아줌마가 본 것이다. 아줌마는 차마 손을 몸에다 대지 못하고 빗자루 끝으로 '어이' 하면서 그 차관보를 툭툭 건드리며 깨웠다고 한다.

한 국가의 차관보가 아무도 없는 새벽에 타국의 행사장 밖 벤치에 쪼그리고 누워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가 청소 아주머니께 박대를 받은  사실을 그 국가 국민들이 알았다면 어떤 기분이었겠는가...

고참에게 맞은 기억을 고스란히 후임병에게 돌려주려는 우리 군대 문화. 우리가 그렇게도 욕하는 군사 문화와 똑 닮은 현상이 지금 우리 나라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와 머나먼 땅에서 살고 있는 그들을 접하고 알아갈 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우리에게 별로 도움이 안되는 원조 프로그램이라서 대놓고 건성으로 무시하는 태도는  국가를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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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엄마 2005-07-05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없는 나라 사람 입장 안타까와하신 님의 글에 깊이 공감하며 초면에 추천으로 인사드립니다~ 언제부터 살만했다고 올챙이 시절 금새 잊어버린 짧은 기억력 저도 속상하네요......

엔리꼬 2005-07-05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이 새벽에도 찾아와서 추천 주시니 감사하다는 말 밖에.... 그런 인간들 지우개로 싹 지워버려야 하는데요... ^^ 저도 놀러 가겠습니다..

마태우스 2005-07-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손의 미덕을 이제부터라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부끄럽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마냐 2005-07-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사람들 못됐어요. 온갖 설움 다 겪고도, dark-skinned 이들에겐 척 내리깔죠. 같은 유색인종이면서 '깜둥이'라는둥...이주노동자들에게 잔인하구....뭐, 좀 높으신 분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군요. 일관성 있다고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