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림입니다.

그동안 불량회원으로 리뷰도 안쓰고, 몇몇 유익하지도 않은 페이퍼 쓰느라 님들의 시간 낭비를 하게 했습니다.  글 쓴 날보다 글 쓰지 않은 날이 훨씬 많은 제 서재에 그래도 매일 들러주시는 회원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이렇게 나름대로 번성했습니다. 토탈 1200명이 넘었네요... (제가 이 중에서 몇퍼센트나 될까요?) 그리고 몇몇 회원들의 재밌다는 격려 댓글 덕분에 지금껏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서재를 방문해서 글 읽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무지해서 몰랐던 여러 영역의 책들도 소개받고 본질을 꿰뚫는 뛰어난 리뷰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각종 이벤트를 통해서 몇권의 책을 받기도 했고요.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아직 그 책들을 다 읽지도 못했다는 것도 고백할께요.

미천하지만 저도 이벤트를 해서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내일 번개에 나가려 했는데, 그래서 여러 님들의 모습을 직접 뵐 수 있다는 것에 가슴 설레였는데, 갑작스럽게 일상의 변화가 생겨서 그러지 못한 점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지금 모 대학 박사과정을 작년에 마쳤고요(논문은 안썼지요), 박사과정 시작하면서부터 국가에서 돈을 대는 모 기관에서 일하기도 합니다. 사실 돈버느라 아이들 키우느라 공부하느라 바빴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렵게 시작한 알라딘도 바빠서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했습니다.

몸은 지치고 머리는 고갈되고 아이들은 사고치고 아내와 다툼도 잦아지고,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하던 차에 좋은 제안이 들어와서 아내와 심사숙고끝에 수락하게 되었네요.

저희 형이 몇년 전 형수님과 함께 머나먼 이국의 땅인 핀란드로 가셨습니다. 지인들이 많은 그 땅에서 사업을 했고, 지금은 꽤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네요... 나름대로 인정도 받고 자리도 잡은터라 저희에게 오라고 그러네요...

얼마 전 PISA 발표도 있었지만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교육성취도를 보이는 곳이죠. 형의 말에 따르면 핀란드에는 영재교육은 전혀 없고, 그야말로 평준화 교육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사회민주주의의 영향에 따라 그러한 평등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의 불만도 거의 없고요..  한 학급에 학생이 20명이 되면 과밀학급이라 하네요. 그래서 학생들의 평균적인 성취도가 높게 나온 모양입니다. 그런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느냐는 형의 말에 심사숙고끝에 수락했습니다.

물론 걱정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비자 문제도 그렇고, 한국에 계실 부모님 생각도 나고,  형의 사업을 도와준다고 해도 제 진로에 대해서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언어 문제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애들이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지가 문제지요...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 도전한다는 뜻에서 수락했습니다. 내일은 핀란드행과 관련해서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해서 번개에는 못가게 되었습니다. 저 없더라도 좋은 저녁식사 되시고요..

4월 10일 핀란드행 비행기 티켓을 이미 구했습니다. 지금은 마지막으로 지인들과 술자리를 벌이고 있고요. 이번 주말엔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뵙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핀란드의 사정을 몰라서 언제 알라딘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접속이 되더라도 한동안 정신이 없어서 못들어올 듯 합니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못드리는 점 죄송스럽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하필이면 이 글을 쓰는 날이 만우절이라서 꼭 거짓말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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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4-0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구.... 진실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나요?

꼬마요정 2005-04-0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짓말.. 아니죠??? ^^;;;
우와~ 핀란드로 가신다구요.. 그곳의 교육이 그렇게나 잘 되어 있다니 내심 많이 부럽습니다. 그곳에 가셔서도 항상 건강하시구요~ 늘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알라딘에도 자주 들어오시구요~ ^*^

물만두 2005-04-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셔서 부디 잘 되시기 바랍니다. 전 그동안 님이 여자분인줄 알았답니다^^;;; 하고자 하시는 일 잘 되시고 핀란드에서 인터넷이 되거든 가끔 안부 전해주세요^^ 잘 되시리라 믿어요. 저도 님을 만나 즐거웠습니다. 안녕히란 인사대신 언젠가 또 뵙기를 바랍니다. 핀란드에 가셔서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날개 2005-04-0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오늘 쓰는 글들은 도대체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ㅠ.ㅠ 그니까, 왜 하필 오늘 발표를 하시는 거냐구요...!
정말이라면.. 어려운 결정이었을텐데 아무쪼록 하시는 일 잘되고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깍두기 2005-04-0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핀란드....아, 저도 북유럽에 가고 싶어요. 다른데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 전혀 안드는데 왜 그곳은 가서 살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새로운 모험이네요. 잘 헤쳐나가시고 가족들과 행복하시길 빕니다. 무엇보다 그곳의 교육환경이 부럽네요, 휴~
가셔서도 빨리 알라딘에 접속하셔서 안부 전해 주세요.

마냐 2005-04-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재치의 달인 서림님 답게...중대발표도 만우절에 맞추신게 아닐까요?
고심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믿습니다. 준영이, 서영이에겐 아마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구요. 엄마, 아빠가 중심을 잡아준다면...어느 이국땅에서든 올바르게 잘 자라지 않겠슴까. 뭐, 핀란드는 IT강국으로 유명한 나라이니...4월 하순 이후에...아마 알라딘에서 다시 뵙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덴마크산 근사한 스피커라든지...암튼, 오디오생활도 즐겁게 하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놀러갈 땐...꼭 연락드릴께요. ^^

엔리꼬 2005-04-0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반응해주셔서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너무 그럴듯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썼나봅니다. 답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저도 핀란드 가보고 싶습니다. 그래도 님들께 피해는 주지 않았겠지요? 정신적 피해 보상해달라고 하시면 어쩌죠?

icaru 2005-04-0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서림님....!
뭐야요?? 자이리톨의 나라..로 영영 가버리시는 줄 알고 상심해 있었드만...ㅡ.ㅡ;;

LAYLA 2005-04-0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줄 알았어요...........이 글 보고서 오후동안 계속 생각했거든요. 진정 핀란드로 가시는건가...............저도 복순이 언니 님처럼 자일리톨을 떠올리고 이건 아닌거 같애!! 하고 들어왔는데.........^^

깍두기 2005-04-01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너무하오!!!!!! 정신적 피해 보상 요구하오!!!!
발마스님에게는 정신 바짝 차리고 속지 않았건만....님, 너무 진지하게 거짓말을 하셨어요!!(정신적 피해보상, 정신적 피해보상, 엉엉.....)

책읽는나무 2005-04-0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서림님 정말 깜찍하시군요!
읽으면서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어찌 그리고 빨리 비행기 티켓팅을 했나? 생각했습니다...ㅋㅋㅋㅋ
이렇게 순진무구한 알라디너들을 속이시다니....ㅡ.ㅡ;;;

날개 2005-04-0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미워! ㅠ.ㅠ

물만두 2005-04-01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이... 난 혹시나 했구만... 벌로 이벤트하시오... 속았잖아요 ㅠ.ㅠ

꼬마요정 2005-04-01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의견에 찬성... 제일 먼저 축하..^^;; 드렸건만...속았군요..

엔리꼬 2005-04-01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죄송합니다.. 벌로 이벤트라뇨... 으흐흑.. 할 때 되면 하겠습니다...

로드무비 2005-04-0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전 읽고 100프로 거짓말이라고 확신해 댓글도 안 달았어요.
왜 하필 그 중요한 결정을 4월 1일에 하느냐고요.^^

엔리꼬 2005-04-0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미워요... 좀 속아주시죠...

로드무비 2005-04-0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속은척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 걸 못해요.
그나저나 님은 어느 고등학교를 나오셨나요?^^

2005-04-06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6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신형 변신 자전거를 샀다. 오늘부터 교통수단을 대체할 것이다.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 그래서 출퇴근용 교통수단으로도 쓰려는 몇가지가 있다.

1. 재미있다. 상쾌하다. 통쾌하다.

만원버스나 만원 지하철에서 사람들에 시달리다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태클이 좀 있지만) 자전거길을 달리는 기분은 경험해본 자들만의 몫이다.  특히나 막힌 자동차길 옆을 뚫고 지나가는 그 기분이란... 자동차를 조롱하고 싶어진다.

지하철에서 짬을 내어 곡예하듯이 신문을 보는 것도 유익하지만, 그 시간에 mp3에서 나오는 60년대 비틀즈의 노래들을 재발견하고 감탄하는 것도 멋진 보람이지만, 사시사철 변하는 한강과 탄천의 모습을 두 눈으로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아무나 누리지 못하는 것이리라.

2. 우리의 별 지구를 살리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된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090016)이란 책에서도 자전거가 일순위로 소개가 되었듯이, 출퇴근용으로 나홀로 차량을 끌고 나올 때에 비해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때 느끼는 만족감과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한 환경단체의 '말로만 회원'이기도 한 나는 자전거 타기의 생활화만으로도 어느정도는 회원의 의무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위대하다. 물론 일정액도 기부한다. (그 환경단체에서는 자기들 일을 도와주는 것이 회원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3. 출퇴근용으로 쓴다면 돈이 절약된다.

요즘은 환승요금이 무료라 몇번이고 갈아타도 되어 조금은 반감되었지만 그래도 하루에 1,800원을 절약하면 일주일에  9천원 즉 작은 책 한권 살 돈이 되며, 한달이면 대략 3만 6천원, 일년이면 40만원 돈이다. 물론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황사 바람이 불거나 너무 춥거나 더운 날은 제외다. 음.. 그러면 일년 중 절반은 못타는거 아냐? 아무튼 절약된다.

사실 이 자전거를 사기 위해 든 돈은 1년 교통비 절약치를 넘어선다. 그래서 2년은 타야 겨우 적자를 면할 것 같다. 그러나 심리적 돈 절약의 효과는 있다.

4. 멋지게 보인다.

사실 멋진 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겠지만, 특히나 근엄한 직장 분위기에 자전거 하나면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하다. 새 자전거를 산 이후로는 각종 도난사고나 비 등의 천재지변으로부터 보호하고 싶다는 명목으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까지 꾸역꾸역 들고 오다 보면, 별별 사람들의 시선을 다 받게 되어 있다. 물론 조금은 쑥스럽지만 멋지다는 시선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다.

아침마다 힘들게 자전거 출근을 하는 이유는 업무적으로는 전혀 튀지 않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가 튀어보이게 하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의 일환일 수 있다. 그래서 노래방에만 가면 깜찍발랄한 노래만 정확히 집어서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5. 운동이 된다.

하루종일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판이나 두드리고 깨알같은 글씨나 읽고 있는데 살이 안찔 수가 없다. 내가 살쪘다는 것을 자각한 이후로는 살이 늘지 않았지만, 운동을 제대로 꾸준히 한다면 살이 빠지는 행운이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

일부러 시간내기 힘든 요즘. 출퇴근 시간 조금만 늘려 잡으면 하루 2시간이란 황금같은 운동시간을 만들 수 있다. 집과 직장의 지하철 출퇴근시간은 편도 40분이고 새롭게 개발한 한강-탄천 루트로 돌아서 출근한다면 편도 1시간 거리라 엄밀히 말하면 왕복 40분의 투자만 더 있으면 되는 것이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오래간만에 보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툭툭 던져 상처를 받곤 하는 나. 이제 자전거 하나로 건강까지 챙기자....

 

맨 위에서 변신형 자전거라고 쓴 것은 분명한 진실이다. 소위 미니벨로 자전거 즉, 자전거 바퀴가 일반 자전거에 비해 작은 자전거이며, 접히는 기능이 있어서 사무실이나 집에서 보관하기가 쉽다. 파티션으로 구분된 사무실 내 뒷자리에 쏘옥 들어가는 3단계 변신 접이형 자전거다. 게다가 이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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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3-2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입니다..!! ^^

마태우스 2005-03-20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하지..않나요? 괜히 걱정되요

파란여우 2005-03-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자질 하나===>
날개님하고 마태님은 화이팅과 걱정만 해 주셨지 추천은 안해주셨답니다.
자전거 타시는 일을 적극 추천합니다.^^

엔리꼬 2005-03-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감사합니다.
마태우스님/ 자전거 타기의 단점에 대해서도 곧 글을 쓰려고 합니다. 위험하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죠. 죽을 수도 있으니깐요. 그러나 자동차가 사고날 확률이 더 높은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란여우님/ 추천 감사드립니다. 저의 누추한 방을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책읽는나무 2005-03-3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읽으면서 여우님의 글에 뜨끔..ㅡ.ㅡ;;
그래서 저도 자전거 타기에 추천이요..^^
 

난 커피를 즐겨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번 마음이 동할 때, 그리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의견 물어보지도 않고 커피를 사람수에 맞춰서 뽑아 왔을 때 그때 먹는다. 음식 남기기 싫어하는 내 성미는 즐기지 않는 커피에도 적용된다.

사람들은 커피를 먹지 않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물어보곤 한다. 난 대충 이렇게 말하곤 한다. 담배를 피워볼 생각을 안해서 지금껏 피우고 있지 않듯이 커피도 별로 안해봐서 지금도 먹고 싶지 않다고.

커피를 하루종일 몇잔씩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맛있길래 저렇게 입에 달고 다닐까 싶기도 하고, 솔직히 측은한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그야말로 커피를 사랑하여 세계 각지의 커피의 맛과 향을 구분하며 좋은 커피 찾아다니면서 즐기며 먹는 모습을 볼 때는 내가 왜 이리 향기나는 취미와 미각을 갖지 못했나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쉬는 시간 또는 별 이유도 없이 담배를 하나 물고 자판기 커피를 자연스럽게 뽑아 마시는 것을 보면, 그리고 꼭 그 담배재와 꽁초를 다 마신 종이컵에 버리는 모습을 보면 이건 취미가 아니라 굴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였지만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유는 사실 세속적 표현으로 쪽팔려서다.

대학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어설픈 학과 동아리에서 이른바 '학습'을 지금 생각해보면 주체적이지 못하게 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의 기억과 생각이 아직까지 지배하는 경우가 많은데, 커피가 그 중 하나이다. 어느 책을 읽었나, 한울에서 나온 '날아라 장산곶매'이던가? 이 책에서 나온 내용인지 아니면 이 책을 읽고 우리끼리 나눈 대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 책은 제목에서 유추가 되듯이 우리 주위의 외국성향의 소비 문화에 대해 까발리고 우리의 문화를 되찾자는 취지로 쓰여진 글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입고 다니는 티셔츠에 얼마나 영어 알파벳이 많은줄 아느냐, 만두는 원래 중국음식이고 우리에겐 아픈 과거가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만두 먹을 때는(먹지 말란 소리는 하지 않는다) 중국놈들 머리 씹듯이 씹어먹어야 한다느니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봐야지...), 코카콜라와 햄버거와 같은 미국 음식을 즐겨 먹는 문화에 대한 비판 등의 내용이 있었다.

지금 보면, 구구절절히 맞는 부분도 있고 배워야할 점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유치하리만큼 국수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세미나 토론때 나온 말. 우리는 코카콜라 먹지 말고 커피 먹지 말자! 커피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개발국가들의 노동착취로 재배된 농산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의 기억이 얼마나컸던지, 아직까지 커피를 보면 거의 매번 이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 내가 이런 생각에 절대 동의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 때의 생각이 지금의 나를 지배한다.

물론 소위 미식가들과는 대척점에 서있다고 자부하는 나의 무난하다 못해 형편없는 미적 감각 때문에 커피를 멀리 할 지도 모르고, 오늘도 대충 수습하고 살자는 모토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대충당의 당원이기 때문에 커피 마시기조차 귀찮은지도 모르지만, 그 때의 기억이 아직까지 나를 붙잡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때 같이 책을 읽었던 그들은 이 사실을 기억도 못하겠지. 작년 어느날 저녁 모임 후 자연스럽게 커피를 청하던(물론 100% 흠잡을 데 없는 행동이지만) 그때의 그 후배를 보면서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절대로 이성적이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치기가 아직까지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커피 안마시는 내 행동이 별로 올바르지 않은 소비를 하는 지금의 나와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내가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서 아직까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철없던 시절의 사고가 차마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어정쩡하고 고집스럽게 남아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일종의 바이러스처럼 기생하여 내 뇌를 퇴보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니 어찌 쪽팔려서 커피 안마시는 이유를 주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까? 익명성이 보장되는 이런 곳에서나 말하지... 

그나저나 조금 심각하게 글쓰면 덧글이 별로 안올라오던데, 오늘도 악수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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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3-20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댓글 달아 드리지요. 님이 착하셔서 그런 겁니다ㅎㅎ

icaru 2005-03-2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개발국의 노동 착취로 재배된 농산물...아...그렇군요....
님은 어린 시절의 치기로 그랬다지만~ 그 때의 결심과 느낌으로 시작해 취향으로 굳히기 한 판을 하는 님이 저는 대단해보이시는데요??
안마시는 사람에게 커피를 권하는 사회는 지양되어얄텐데...
살다보면 종종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식습관의 문제 때문에 공격의 대상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참...그렇죠~

엔리꼬 2005-03-20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제가 착하다고 자부했습니다. 착하다는 것을 대놓고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울 수 없는 것이 이 경쟁사회이지만 말이죠. 그런데, 저희 아내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착함이 이중적이라는군요... 겉과 속이 다르다고요.. 흑흑 내부자의 말이 더 맞는 것이겠지요?
복순이 언니님/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말씀드렸지만 제가 어떤 신념으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은 결코 아니란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저개발국 생산된 물건이 한두개겠습니까?
그리고 이 땅의 채식주의자들은 그 신념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상당히 비관적입니다.

날개 2005-03-2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하튼, 커피는 맛있습니다..^^     - 커피광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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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3-2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학교앞 원두커피점에서 자주 사먹곤 했었어요...물론 그때마다 꼭 누구랑 같이 있었지만... 내 돈주고는 잘 안사먹죠.. 비싸기도 하고.. 아무튼 카페라테니 카페모카니 맛있더군요....
 

참 재미있습니다.. 처음에 헤매실 분들을 위해서 안내를 하자면....

기타, 드럼, 베이스로 원하는 음악을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각 악기에서 검정색 부분은 소리를 안내고, 붉은 색으로 바꿔줘야 소리가 납니다..

각 커서에 마우스로 클릭하면 0부터 12까지 (각 악기마다 달라요..)  악기가 내는 소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번 숫자를 넣으면 2칸 또는 4칸 동안 작동을 하네요.... 각 악기마다 서로 숫자를 달리 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 넣고 play를 누르면.... 독창적인 음악이 나옵니다...

New를 눌러 새로운 곡을 만드실 때, 

1) 클릭을 계속 누르면 숫자가 올라가고

2) Ctrl을 누르면서 마우스를 클릭하면 숫자가 줄어들고

3) Shift를 누르면서 마우스를 클릭하면 숫자가 지워지고

4) Caps Lock을 누르면서 마우스를 클릭하면 그 악기의 Beat를 들을 수 있네요...

먼저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 악기를 가지고 여러 실험을 해본 후 조합을 하는 것이 좋겠네요..

몇번 해보면 감이 오실 것입니다.

음악, 특히 락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은 신나게 한동안 놀 수 있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록밴드 멤버가 되어 직접 작곡하고 연주해 보는 플래시. 상단의 얼굴 캐릭터를 누르면 시작화면이 나타난다.  드럼, 기타, 베이스 등 악기 세개가 나타나는데 0부터 9까지 숫자를 넣어서 연주할 수 있게 한다. 마우스로 한번 누를때마다 숫자가 바뀐다.

DemoA 와 DemoB 를 누르면 샘플 연주를 하고 악보를 넣은후에 SAVE를 하면 내용을 볼 수 있다. 어려운듯해도 해보면 재미있는 연주동영상.

출처 : http://blog.naver.com/milgaroo.do?Redirect=Log&logNo=14000999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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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님

잘 받았습니다. 저에게 이벤트 3만원 당첨이란 선물이 앞으로 더 발생하지 않겠지요?

고맙게 잘 읽겠습니다.

그리고 3만원에서 100원 추가되어 송구스럽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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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2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네 바닥마루가 우리집이랑 똑같은거 같습니다..ㅎㅎ(난 왜 이런거만 보는거야~~~!)

물만두 2005-02-2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무늬 장판이 아닌 진짜 나문가 봅니다^^

날개 2005-02-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판 아닌가요? 울 집은 장판인데... 그럼 안 똑같습니다..ㅡ.ㅜ
근데, 고르신 책 보니.. 제목이 하나같이..으음~

엔리꼬 2005-02-2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장판 대 나무의 대결이.... 정답은 무늬만 나무 장판입니다...
제가 그쪽 계통에서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책이....

BRINY 2005-02-2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선생님이신가요?
저희집도 나무무늬 장판인데 저렇게 안 찍히는 건, 쓸고 닦기를 게을리한 결과인 듯 합니다.

엔리꼬 2005-02-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은 아니고요.... 선생님이 되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이쪽 계통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저렇게 깨끗하게 찍히는 이유는... 장판 새로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쓸고 닦기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sooninara 2005-02-2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학교에 가나하나요..너무 잼나요^^ 이벤트 당첨되서 받으신거군요..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