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나라 - 교과서에 수록된 동시 좋은책 두두 9
이혜영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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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고운 마음씨를 풀어놓았나! 아이들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자연의 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까지, 알록달록 색깔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연둣빛 나라>는 읽는 이의 마음에 번진다. 세상 엄마들의 희생과 사랑이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것, 모성애야말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까지도 품어 안는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 동생, 언니, 누나... 아이들이 사랑을 주고 받는 대상,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가슴으로 전한다. 은은하게 전하는 그림도 재치있고 예쁘다. 동시를 낭송하는 아이들의 조그만 입이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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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삼시랑 글로바다 어린이문고 18
이상배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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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랑은 가족이란 뜻이었어요. 도깨비들도 우리 사람들처럼 가족을 이루고 함께 살더군요. 잘못을 저지르면 벌도 받고 장난하기도 좋아하구요. 훈장도깨비도 있고 할아버지 도깨비도 있구요. 도깨비들은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요. 도깨비 감투도 쓰고 있구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밤새 벗어놓은 도깨비 감투를 찾아 쓰는 것이라나요. 도깨비 가족들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읽고있으면 우리들과 도깨비가 가족같아요. 사람이 하는 짓이 도깨비가 하는 짓 같기도 하구요.

사람의 나쁜 성미를 빗대어 도깨비의 이름을 지어 놓은 것도 아주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술덤벙 물덤벙이라든지 아기똥이라든지. 이런 도깨비들은 민둥산에 쫓겨가 벌을 받고 있어요. 그래도 하는 짓이 밉지만은 않네요. 동물원에 놀러갔다가 도깨비 감투를 잃어버린 꼬비를 도와 줄 친구는 없나요? 지혜를 짜 보세요.

도깨비 삼시랑은 우리들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아요. 우리처럼 아웅다웅 살면서 착한 일도 하고 은혜도 갚을 줄 알아요. 도깨비에 빗대어 쓰는 말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을 거에요. 그만큼 도깨비와 사람은 친숙한 사이였나봐요. 이 책을 보는 친구들이 도깨비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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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떨어진 작은 사람 - 모든 것이 작은 코로보쿠루 이야기 3 동화는 내 친구 23
사토 사토루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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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보쿠루라는 이름의 아주 작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분명 코로보쿠루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에도, 아주 능청스럽게 그것은 숨기고 흥미진진한 모험의 이야기로 끌고 간다. 작가의 말을 빌면 '주제도 은유도 작품 속 깊이 묻어 두는 것이 풍부한 이야기성을 깨뜨리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코로보쿠루를 등장시켜 쓴 다섯 권의 이야기 중 세번째인 <별에서 떨어진 작은 사람>은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인간을 멀리하려하는 코로보쿠루들이 인간과 관계를 맺고 살게 되는 날을 어느 정도 예견하며 준비하는 대목이 나온다. 인간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우기도 하고 인간이 좋아지기도 하는, 심리의 변화를 겪는 것이다.

이 책은, 악동이라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아이가 코로보쿠루를 아주 우연히 손에 넣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흘간의 이야기이다. 머위 잎사귀를 들추어 보니 그 아래 몇 백명의 코로보쿠루들이 있더라면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되겠다. 과장을
했다하더라도.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소인족 코로보쿠루들은 자신들의 종족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규칙과 질서로 살아간다. 인간들의 속성, 다른 종족에 대한 배타적 이기심이 발동하여 자신들을 이용하고 자신들의 공간을 파괴하려들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코로보쿠루는 '나'이외의 타인으로 지칭되는 고유명사가 아닐까? 나와는 다른 습관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진심어린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그들과 진정 하나되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사회적인, 인류애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코로보쿠루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문화적 우월성 내지는 민족적 우월성 따위의 근거없는 자만이 인류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는 예는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허다하다.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나란히 손잡기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제대로의 빛을 발하지 않을까?

넷째 권 <신비한 눈을 가진 아이>와 다섯째 권 <꼬마 아가씨 뱀밥뜨기의 모험>을 얼른 읽어보야야겠다. 코로보쿠쿠들이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손잡고 사는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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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친구들의 유쾌한 이야기 중앙문고 61
니콜레타 코스타 글 그림, 이현경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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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쯤이면 첫 번째 전환기인가 하는 생각이, 요즘 내 아이를 바라보며, 든다. 자연스럽게 손에 쥐어지지 않는, 무언가 벗어나는 느낌이 아이를 대할 때마다 든다. 때론 당혹하고 낯설기까지 하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를 벗어나 제 2의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것은 당연하기 그지없는 과정인데 하면서도, 엄마로서 겪어야할 심리적인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부모의 품을 떠나도 자신을 도와주고 자신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사람은 이 세상에 많다는 긍정적인 생각. 이 책에 담긴 세 가지의 유쾌한 이야기를 읽으면 그런 생각으로 마음이 따스해지고 자신감도 생긴다. 어설프고 못생기고 착하지도 않은 주인공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고 도움을 주는 주위의 인물들로 인해, 새로운 행복을 맛보며 사는 이야기이다.

요즘은 애완동물을 동반동물로 부르자고 한다. 혈연이 아닌, 서로 돕고 이해하는, 가족의 의미를 첫 번째 이야기의 헌신적인 고양이를 보며 알 수 있다. 남의 잘못을 꼬집는 것이 아니라, 덮어줌으로써 넉넉하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이성을 찾아 떠나는 말썽쟁이 딸을 떠나보내고 눈물 흘리는 왕과 왕비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남을 괴롭히기만 하던 아이에게 남을 걱정하는 마음이 숨어있더라는 것은 인연이지 싶다. 부모가 발견해 주지 못한 숨은 장점을 찾아 키워주는 스승의 역할을 세 번째 이야기의 마녀 테오도라가 한다. 자신도 시행착오를 하며 꼬마 용 드라게토의 장점을 끌어내 준다. 스승도 제자도 미리 알지 못한, 단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뜻밖의 좋은 결과였다.

이제는 부모가 약간은 놓아주어야 할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부모를 떠나 친구를, 이성을 그리고 스승을 찾고 배우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갈 것이다. 아이에게 주고 싶은 한 가지는 결국 '행복'임에 틀림없으니까, 기다려 주어야겠다. 이탈리아의 작가가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이 아주 독특하고 발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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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 완전판 문학사상 세계문학
안네 프랑크 지음, 홍경호 옮김 / 문학사상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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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때 읽었던 기억을 간간이 건져내며, 완역판 <안네의 일기>을 읽었다. 종전의 것은 원래 안네가 쓴 것의 75% 정도였다니, 안네의 일부만 보았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안네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되는 이성친구와 성적인 고민 그리고 은신처에서 함께 살던 어른들에 대한 신랄한 어조의 글이 그대로 들어있다.

안네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은 투명하다. 자신을 이중 인격자라고 하며, 당당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자신을 윤색하거나 합리화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맑은 영혼에서 비롯된다. 안네의 맑은 영혼은 하고 싶은 것을 자신있게 소망하고, 현실을 견디며, 끊임없이 지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게 한다. 안네는 글쓰기를 죽을 때까지 즐거워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답답한 내면을 숨김없이 토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키티에게 쓰는 편지형식으로 일기를 쓴 것도, '나'의 말에 진정 귀기울여 주는 대상에 대한 갈망이다.

우리는 무엇인가 표현하고 싶어한다, 글로든 말로든.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다르고 습관이 다는 사람들 간에 흔히 있는 일이다. 글은 그렇지 않다. 안네가 글로 표현한 것들에는 어쩔 수 없는 사랑과 연민이 느껴진다. 엄마와의 어긋나는 관계에서도 십대 특유의 불거진 자아가 발견되지만, 그것도 혈육 간의 끈끈함 앞에서는 우선일 리 없다. 안네가 타인을 바라보는 눈은, 자신을 바라보는 눈만큼이나 준엄하고 건전한 것이다. '건전함'은, 여전히 불건전한 세상에서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안네의 꿈은 구체적이다. 저널리스트, 작가! 안네가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하려는 것도 그렇다. 역사공부에 대하여,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하여... 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힘찬 미래의식에서 나올 수 있는 지적 욕구이다. 안네의 꿈을 알기에, 안네의 미래를 알기에, 구절구절 가슴 저린 대목이 많았다.

은신처에서의 2년 동안 안네는 몸과 마음이 성숙해지며 날마다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러한 안네의 육체와 정신을 있는 그대로 감싸줄 속옷 한 장도, 친구 한 명도 없는 처지에서 3살 연상의 페터는 더할 수 없는 벗이 된다.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성장의 길모퉁이에서 만난 동반자임에 틀림없다. 진지하게 조잘대는 야무진 얼굴이, 흑백사진과 함께, 연상된다.

안네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무엇보다도 맑다. 그 통찰력 또한 흉내내기 쉽지 않다. 극한 상황에서 그런 것은 더 빛을 발하는 지도 모른다. '두렵거나 슬프거나 불안할 때는 밖으로 나가라고!' 자연이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이름이라는 것을 그 나이에 알아버렸다니. 두꺼운 커튼을 내리고 저녁 8시 이후에는 숨소리, 기침소리도 나지 않게 살았던 안네. 썩은 감자와 양배추로 빈속을 채운 무수한 날들도 안네의 삶을 구차한 것으로 만들지 못 했다. 정신적으로 갇혀 살고 있는 나에 비하여 안네는 진정한 자유를 구가한 평화주의자였다. 유대인에 대한 자긍심, 전쟁(싸움)에 대한 보편타당한 비판, 지구 곳곳의 부와 가난에 대한 통찰... 자신을 참되게 사랑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생각들이 아닐까!

안네가 내 가슴 속에서 부활하였다. 아마도 영원히 자리하고 있을 십대의 친구로, 온전히 다시 태어났다. '나'를 찾아, 밤잠 못 이루고 일기장에 글을 쓰곤 했던 그 나이 때의 내가 떠오른다. 흑백 사진 속에서, 웃는 얼굴이 너무 예쁜 안네가 연필로 무엇인가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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