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이상은 옮김 / 꿈동산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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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은 총 12권이라는 긴 이야기의 고전이 우리나라에는 1권만 번역되어 알려져 있다 한다. 텔레비전 만화영화로 보았던 기억이 제법 옛날 일이다. 씩씩하고 명랑한 주근깨 투성이 빨강머리 앤은 시대를 뛰어넘어 아직도 아이들 마음에 긍정적인 힘을 준다.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행복해질 줄 아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는 따뜻한 아이 앤은 주위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들며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조잘대는 수다에도 정이 묻어나고 솔직담백한 성품은 누구라도 미워할 수 없는 미덕이다.

앤은 자신의 무례함을 용서 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 앞에서 머뭇거리지도 못한다. 앤은 고아인 자신을 거두어 준 사람에게 진심어린 보답을 할 줄 아는 인간적인 면을 가졌다.

앤은 자신이 목적하는 것을 두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댓가로 얻은 영예를 망설임없이 버릴 줄 아는 큰 사람이다. 자신을 길러주신 분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뒤로 미루기로 결정한다. 지름길을 두고 돌아가는 좁은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좁은 길 구석에도 행복의 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탄탄대로만 밟고 갈 수은 없다. '길을 가다보면 항상 길모퉁이를 돌아야 한다.' 인생의 기나긴 길을 가다 돌아가는 길모퉁이에서 찾을 수 있는 한 송이 행복의 꽃. 이것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넉넉한 마음이 전염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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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개미를 찾아라
프레드 베르나르 지음, 심재중 옮김 / 한마당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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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색 숲을 배경으로 붉은 개미 두마리가 점처럼 박혀있다. 표지에서 받을 수 있는 기괴하면서도 흡인하는 듯한 분위기가 우선 압권이다. 이런 느낌은 커다란 책장을 한장씩 넘길 때마다 만날 수 있는 정글의 동물, 그 눈을 보면 더해진다. 작가 프레드 베르나르는 이 그림책 이외에도 환경에 대한 책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쯤이면 <여왕개미를 찾아라>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 책이란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림책이란 옷을 입고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거리도 많은 책이다. 이야기 서술방식도 독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사라진 여왕개미를 찾아서 탐정, '비누주둥이'와 그의 조수, '날개'는 중대 임무를 맡고 조사에 착수한다. 우리는 비누주둥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의 모험을 따라간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턱수염 한 올.

원숭이 소크라테스의 털도 아니고, 흑표범의 털도 아니고, 범나방의 털도 아닌 이 털은 점점 사건을 미궁으로 몰고 간다. 이들은 숲에 난 붉은 상처 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 간다. 그곳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쇠붙이 새가 있고 그 앞엔 멍청해 보이는 개 한마리가 졸고 있다. 개는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동물의 말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걸까? 이들의 물음에 횡설수설한다. 여왕개미를 찾겠다는 의지와 살아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들은 쇠붙이 새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 밀림을 차츰 멀리하고 도착한 곳은 회색 도시의 박물관이다.

이곳에 있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이들의 물음에 대답을 못한다. 이미 박제가 된 동물들이기 때문이다. 털의 주인, 동물박사의 연구실에 갇혀있는 여왕개미를 발견한 이들은 필사적으로 탈출을 감행하고, 큰코부리새의 본능을 이용한 이들은 무사히 밀림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 이 본능은 위험이 눈 앞에 닥칠 때 더욱 힘을 발휘하고 말았다. 동물박사에게 중요한 여왕개미는 이들 붉은개미들에게는 유일한 어머니이다.

숲은 우리의 어머니이다. 붉은개미들의 여왕개미를 되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하였듯이, 지금 우리는 사라져가고 있는 숲을 위해 힘써야한다. 숲이,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숨쉬고 자라야할 야생의 동식물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책은 한편의 탐정소설처럼 박진감 넘치게 들려준다. 큰코부리새의 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짙은 녹색이 아름답다. 초등 2-3학년에게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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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니 - 눈높이 어린이 문고 47 눈높이 어린이 문고 47
강정규 외 지음, 박철민 그림 / 대교출판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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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아이들과 함께 이 동화를 읽었다. 국내 작가 10명이 이산가족에게 있었음직한 이야기 10편을 진한 감동으로 적어놓았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하나같이 헤어진 가족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담고 있으며, 이산가족의 가슴에 묻혀있는 아픔이자 희망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눈물어린 사연들이다.

아버지도 실향민이다. 아버지는 19세 때 인민군 징집을 피해 죽을 각오를 하고 남으로 남으로 뛰었다고 하셨다. 텔레비전에서 이산가족 상봉 장면이 나오면 애써 외면하시며 눈물 한 방울을 감추곤 하신다. '죽기 전에 고향에 한 번 가볼 수 있으려나... 누나들은 다 죽었을 거야' 라고 하실 땐 답답하고 안쓰럽다. 막내여서 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시던 아버지는, 50년을 훌쩍 넘은 세월을 무엇으로 버텨오셨을까?

이 동화에 나오는 소재들은 여러가지이다. 꽃신, 자전거, 고무줄총, 만년필, 수수떡, 비둘기, 머리핀, 손수건 같은 사소한 물건들이 이산가족의 가슴 속에서는 가족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뒤섞인 소중한 물건들이다. 그것은 만날 수 있다는 가느다랗지만 질긴 희망이기도 하다.

내 아버지가 무작정 2층집의 창문을 뛰어내려 정신없이 도망올 때 호주머니에 있었던 유일한 재산도 만년필 한 자루였다. 남한에 와서 그 만년필을 팔아 허기진 배를 팥죽으로 채웠다고 하셨다. 이제는 그때의 펄펄 날던 기운은 약해지고 얼굴엔 그리움이 주름살로 남은 아버지.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한 정부차원의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얼마 전, 월드컵 축제 분위기 속에 6.25가 조용히 지나갔다. 6.25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며 미래이다. 그 날의 교훈을 생각하며 나름의 눈에 비치는 세상을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을 어린이와 온 가족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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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혜원 월드베스트 5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호규 옮김 / 혜원출판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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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지킬의 모습으로 산다. 지킬은 끊임없는 향상심으로 우아하고 점잖은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다. 오래도록 갈구해온 쾌락을 남앞에 숨기는 법도 잘 알고 있다. 자선사업을 하고, 해부학보다는 약학에 더 관심이 많은 교수이다. 고상함이 풍기는 외모와 목소리도 그의 이름을 더 빛나게한다.

하이드는 제2의 지킬이다. 그가 늘 바라면서도 드러낼 수 없었던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다. 어딘지 불쾌감을 주는 외모와 쉰 듯 뚝뚝 끊기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인간내면의 불안감을 잠깨우는 듯하다. 자신의 야비한 속내가 남앞에 드러났을때 느끼는 수치심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지킬은 하이드에게서 점점 인간다운 면모를 발견한다. 위장의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그래서 훨씬 따뜻한 얼굴을 '거울'을 통해 보게 된다. 여기서 나는 '거울'이미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붙들고 앉았다. 실험실에 둔 거울을 통해 수없이 자신의 양면을 보고 또 보았을 지킬.

두 얼굴의 괴리에서 오는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수단으로 택한 길은, 이 두 얼굴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과학의 힘으로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학의 힘으로 이룬 것이 행복한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하이드가 아주 작게라도 남에게 해를 입힐 때는 마음 속에 쾌락을 느끼지만, 끝내 지킬과 하이드는 자기분열이라는 고통을 안고 자살을 한다.

자기 파멸로 이끈 과학과 쾌락주의 앞에 우리가 세울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쾌락은 물질이나 외형적인 것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욕심, 정에 대한 욕심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無心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기쁨도 슬픔도 마음을 흔들어놓는 소모성 쾌락이다.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면 모두 가지는 본성이다.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순간순간 선택을 해야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거울울 통해 '투명하게 들여다보기'를 하자. 선과 악의 두 얼굴은 모두 내가 끌어안아야 할 부분이다. 두 얼굴이 완전히 하나로 겹쳐지고 무심의 표정이 될 때, 진정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려운 숙제를 안고 오늘도 거울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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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트럼펫 - 지혜가 자라는 책꽂이 1 지혜가 자라는 책꽂이 1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윤여숙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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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거미줄>로 만났던 E.B. White의 의식에 자리하는 인간미- 아니 동물의 아름다움이라 해야 하나- 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트럼펫 백조라는 아름다운 보호 동물을 바라보며 그렸을 작가의 상상에 탄복한다. 몸길이 1.7 미터의 환상적인 백조를 보러 몬타나의 붉은바위호수로 달장 내달려 가고 싶을 정도이다. 객체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자유롭고 아름답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형상화되는 이야기를 접하면, 내가 '그'같고 '그'가 '나'같기도 한 일체의 기분을 느낀다. 기분좋은 느낌이다.

백조를 무대의 가운데에 세우고 사람은 주변에서 역할을 하는 이 동화는,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의식과 장애를 극복하는 힘에 대해서 아주 따스하고, 자연스러우며, 유쾌하게 들려준다. 야생조류의 한쪽 날개 끝을 조금 잘라 날지 못하게 하는 관행에 비하여, 지나친 보호나 간섭보다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도움을 주는 샘의 행동 같은 것들이 비교되어 나온다.

루이는 백조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강조하는 아빠백조와 아름답고 강한 엄마백조 사이에서 다섯 번째로 태어난다. 짝짓기를 할 때 트럼펫 소리와도 같은 크고 웅장한 소리를 내어 구애를 하는 트럼펫 백조 루이는 언어장애를 안고 태어난 장애아이다. 그러나 장애는 이들에게 넘지못할 벽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차선의 길로 나가게 하는, 그래서 그 분야에서 일류가 되도록 성실하게 노력하게 하는, 촉매제와도 같다.

학교에 가 글을 배우고 트럼펫을 구해 악보를 보며 열심히 연습을 하는 루이, 좀더 다양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물갈퀴를 칼로 가르는 아픔을 고스란히 감당하는 인내. 그리고, 아빠가 자신을 위해 사람에게 물질적 손해를 입히며 구해온 트럼펫 값을 배상하기 위해 돈을 버는 루이. 마침내 루이는 큰 돈을 벌어 자신의 목숨이 위협을 당하는 상황임에도 볼구하고 그 돈을 상점 주인에게 준다. 언어장애가 있는 대신 헤엄을 제일 잘 치고 글도 읽고 쓰는 루이. 무엇보다 멋진 트럼펫 연주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루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루이가 우리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를 통해서 '사람은 이렇게 살아가야해' 라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행복을 찾고 가꾸어가는 주체는 바로 다름아닌 '나'라는 점이다. 삶을 꾸려가는 성실함 앞에 어떤 것이 두려울까? 때로 나약함과 나태함이 고개를 들 때, 자기 자신과의 약속인 성실함으로 재무장해 보자.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성실하게 임할 때, 참된 자유를 느낄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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