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멈출 때 풀빛 그림 아이 32
샬롯 졸로토 지음,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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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일, 2학년이 되어 새 교실로 간 큰아이의 그날 일기장 마지막 글귀가 나를 잠시 멈추게 한 적이 있다. '끝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인 것 같다.'라고 적혀 있었다. 새로운 시작! 이 말처럼 희망과 기대가 어우러진, 그러면서 조심스러운 말이 있나? <바람이 멈출 때>는 어느 곳에서든 끊임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끝이란 말은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에 해당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돌고도는 우주의 섭리를 거창하지 않은 말로 느끼게 해 준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산은 봉우리를 넘어가면 골짜기를 이룬다. 파도가 모래에 부서지면 바다에 스며들어 새로운 파도를 만들고, 폭풍이 끝나면 비는 구름이 되어 다른 폭풍을 만들러 간단다. '바람이 그치면 바람은 어디로 가나요?' '어딘가 다른 곳으로 불어가, 나무들을 춤추게 하지.'

한편의 시화를 대하는 듯, 서정적인 글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과 무척 잘 어울린다. 질감이 꽤 특이하다 싶었더니, 나무 위에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침대 머리맡에서 아이에게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답게, 편안한 마음을 갖게하는 장점이 있다. 한 장에 두가지 내용의 그림을 나누어 그려놓아, 하나가 끝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이 시작하는 이미지를 단순하고 쉽게 표현해 놓았다. 자연스러움의 미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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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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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먼저 눈길을 끈 <황소 아저씨>는 익히 알려진 작가와 화가의 절묘한 만남이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의 황소를 주인공으로, 토속적이며 소박한 언어가 참 편하다. 다함께 더불어 잘 살기를 늘 말하고 있는 작가의 따사로운 마음이 황소 아저씨의 마음씨를 통해 여기서도 잘 보여진다. 자기 것을 아깝지않게 나누어주는 넉넉함이 그 큰 덩치에 비겨 부족함이 없다. 엄마를 잃고 배고픈 새앙쥐 다섯마리와 넉넉한 마음으로 친구가 되어 지내는 모습이 푸근하다.

아주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한 황소의 생동감이 눈을 떼지 못하게한다. 올퉁불퉁 살아 움직이는 것같은 황소의 근육과 선한 눈망울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새앙쥐들은 보호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황소 아저씨는 새앙쥐들이 귀여워 두 눈이 오묵오묵 커'진다.

한겨울 밤, 짙푸른 색 세상에 내리는 은가루같은 보름달빛을 받아 눈쌓인 초가지붕과 앙상한 나뭇가지가 더 하얗다. 모든걸 삼켜버릴 듯한 짙푸른 색이 춥고 배고픈 겨울을 상징한다면, 황소 아저씨의 베품으로 새앙쥐들과 황소가 사이좋은 식구로 지내게되는 장면에서는 밝고 화사한 색상의 배경과 황소가 등장한다. 등에 거적을 덮은 황소는 주황빛이 나는 황금색 몸을 하고 있다. 따뜻하고 힘이 넘치는 모습이다.

편안하게 눈감고 있는 황소의 몸에 마음대로 붙어 자고 있는 새앙쥐들의 쬐끄만 몸이 안스러운 맘이 들 정도로 귀엽다. 이들은 '겨울이 다 지나도록 따뜻하게 따뜻하게 함께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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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두꺼비 사계절 저학년문고 4
러셀 에릭슨 지음, 김종도 그림 / 사계절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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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아이에게 늘 붙어다니는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둘은 외모도 비슷하고 서로 마음이 잘 맞는 모양입니다. 보기에도 참 좋은 이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였더니, 다 읽고 나서 나란히 앉아 일기장에 독후감을 쓰더군요. 물론 그 전에 저랑 세 명이서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지요. 아이들은 역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위험에 처한 올빼미를 모른 척하고 그냥 도망가겠다고는 말하지 않더군요. 나라면 그랬을 것 같은데요. 제 아이의 일기를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화요일의 두꺼비>라는 책을 읽었다. 지은이는 '러셀 에릭슨'이란 사람이다. 워턴과 모턴이라는 두꺼비 형제가 딱정벌레과자를 툴리아 고모에게 갖다드리기로 하여 워턴이 가져다 드리다가 올빼미에게 잡혀 탈출하는 내용이다.

워턴의 성격은 깔끔하고 용감했지만, 올빼미는 더럽고 좀 비겁했다. 그런데 끝부분에 올빼미가 워턴이 좋아하는 노간주 나무열매로 차를 만들려고 노간주 나뭇열매을 따러 갔는데, 여우에게 당하고 있는 장면에서 올빼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 때, 워턴이 여우를 쫒아내고 올빼미가 워턴을 태워 툴리아 고모댁에 갔을 때, 그 장면에 감동받았다.

나도 두꺼비의 용감하고, 위험에 처한 친구를 도와줄 줄을 아는 성격을 본받아야겠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생각을 곰곰이 해서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그런 성격을 말이다.

친구아이는 올빼미가 처음에는 나빴지만 나중에는 불쌍하더라고 하더군요. 두꺼비의 밝은 성격이 좋았다고도 하구요. 예쁜 모습으로 언제까지나 우정을 키워나가는 두 사람이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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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보글 맛있는 글쓰기
정성현 지음 / 아이북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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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라면 부담스러워하는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이만큼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놓은 책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책상에 단정히 앉아 하는 글쓰기보다, 웃고 즐기면서 또는 음식을 만들면서, 가족과 대화하면서, 친구와 서로 칭찬해주면서 쓰는 글을 제시한다. 이 맛 저 맛, 아주 맛깔스러운 글쓰기의 모습들이 23가지로 나와있다.

당장 엄마와 아이가 집에서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다. 하다보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날 것도 같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퍼올리면 퍼올릴수록 더 많이 샘솟는 신기한 샘물이라고 했다. 일단 거리감을 가지지 않고 쉽게 쓰기 시작하는 글쓰기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줄 것이다.

생활이 없는 글, 감정이 솔직히 녹아있지 않은 글을 읽었을 때 느끼게되는 공허함이란 이런 글쓰기에서는 있을 수 없다. 친구간의 정,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갖게 해주는 글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말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과 '마력'을 글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쉽고 당당하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아이디어, '집안 인테리어부터 바꾸어라'는 꼭 권하고 싶다. 몇년을 사시사철 벽에 걸려있는 액자와 사진들을 떼어내고, 아이의 글과 그림으로 장식하련다. 스스로 꾸며보게 하는 것도 좋겠다. 진심어린 칭찬이 아이를 키우는 묘약이지 싶다. 아이의 작품란을 마련해주어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가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 우쭐해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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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걸이 열쇠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0
황선미 지음, 신은재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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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있나요? 나를 인정해주고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런 느낌이 들겠지요. 12살 소녀였을 적을 돌이켜보면, 작은 일에도 서럽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은 마음이 될 때가 있었지요. 목걸이 열쇠는 아니더라도, 내게 진정으로 말걸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예민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될 때, 외로운 마음이 자꾸 마음의 빗장을 걸어잠그게 하였지요.

'목걸이 열쇠'를 걸고 다니는 12살 향기는 분노로 변한 외로움을 이웃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으로 승화시키군요.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 진주를 알게되고, 부당하게 무례한 취급을 받았다는 생각으로 증오했던 미화원 아저씨와도 감동어린 정을 나누지요.

빈집을 들어서면 늘상 향기를 반겨주는 건 수탉, 삼삼이. 말 못하는 짐승에게서 위로를 받던 향기는, 애지중지 기른 삼삼이를 병들고 외로운 미화원 아저씨에게 보내지요. 몰래 가출할 것을 결심하고 진주를 따라 비행기를 타려다가 마음을 돌려, 삼삼이가 있는 시골로 갑니다. 그곳에서 향기를 오랜만에 본 삼삼이의 예상치 못한 태도가 향기를 섭섭하게 하지요. 그러나 그런 이별의 과정을 겪고 성장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사람은 사람과 부대끼며 미운정 고운정 나누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향기가 없어지자, 아빠와 엄마는 향기를 찾아 난리가 납니다. 역시 자식은 둘도없는 존재이지요, 부모님에게는. 자신이 그렇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되면 더이상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겠지요. 외로움도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숙제이며, 남을 이해하려들면 의외로 쉽게 풀리기도 하지요. 향기는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님 곁으로 발길을 돌리며 이런 걸 어렴풋이 깨달은 것 같군요. '왜 나보고만 이해하라'는 거냐고 진주에게 소리치며 울부짖던 향기는, 이제 씩씩하게 자기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 같아요.

하지만 세상의 엄마, 아빠! 이렇게 착한 딸이 오늘도 외로워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는 아이의 뺨을 쓰다듬으며 다짐해봅니다. 언제라도 외로울 때면 내게 와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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