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창백한 오필리아여, 흰눈처럼 아름답구나!
어린아기에 지나지 않았던 그대는 물줄기에 운반 되어 죽었노라
노르웨이의 거봉巨峰에서 불어닥친느 한풍寒風은
- 아주 낮게내려와서, 처절한 자유를 그대에게 가르쳐 주었노라

그대의 머리칼을 온통 매질하고,
꿈꾸는 그대의 마음을, 격렬한 소음으로 가득 채웠던 숨결이었다.
나무들의 통곡, 밤의 탄식 속에서
그대는 대자연의 절규를 들었으리라

거대한 헐떡임과도 같은 해조음海潮音은,
그대의 어린 가슴에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너무나 따듯하게 생각되었노라
사월 어느날 아침,
얼굴이 맑고 창백한 한 사람의 기사騎士, 어리석은 광인狂人은,
그대의 무릎 위에 말없이 앉았도다

하늘이여, 사랑이여, 자유여, 아 가엷은 광여狂女여, 이 꿈은 어쩐 일인가
불에 녹아버리는 눈 처럼, 그대는 그에게 마음까지 떠맡겨버렸노라
그대의 커다란 환상幻想이, 그대의 말을 질식시켜 버렸도다
그리하여 두려운 영원永遠은 그대의 푸른 눈을 놀라게 하였으리라

-랭보-

 

 

 

밀레이 작품

 

 

화가명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iam Waterhouse, 1849~1917)
작품명 : 오필리아
제작년도 : 1894년
작품재료 : 캔버스에 유채
작품크기 : 124.4X73.6cm

작품설명: 19세기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섬세한 빛의 흐름을 따라 우아하게 묘사된 작품 '오필리아' 에는 어두운 죽음을 맞이 하기 전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게 피어 오르는 꽃과 같은 오필리아의 모습을 담고 있다.
화가는 극히 자연적이고 이상적인 여인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표현법에는 전기 파라엘 화파의 화풍이 담겨 있다.
1870년 영국 왕립 학교에서의 교육을 받기 전까지 아버지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던 워터하우스는 자신이 앨머 태디머와 같은 화가에게서 받았던 초기 영감보다 더 많은 것들을 후대의 젊은 화가들에게 전달하였다. 희곡과 문학에서 비극이 지니는 특별한 가치만큼이나 빛을 받아 흐르는 눈물이 슬프면서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것과 같이 작품 "오필리아"에서는 사랑과 번민이 함께 녹아 있는 비극적 감정의 흐름이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탄생하는 특별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이그림 또한 워터하우스 작품입니다.

 

Hebert

 

Pascal Adolphe Jean Dagnan-Bouveret

 

Alexandre Cabanel

 

Paul Albert Steck

 

Henri Gervex

 

Georges Jules Victor Clairin(French, 1843-1919)

-Ophelia
-Ophelia in the Thistles
 
Gregory Crewdson
미국 사진작가의 오필리아 작품이랍니다
또다른 느낌이네요
 
Lucien Levy Dhurmer
 
Jules Joseph Lefebvre
 
George Frederick Watts
 
Redon
 
Margaret Macdonald
 
 
Thomas Francis Dicksee
 
Joseph Severn
 
 
Arthur Hughes
 
 
Amanda Keeys
 
 
Diana Elliot
 
 

레어티즈가 오피리아에게 말하였다.

 

 햄릿 왕자와 그의 하찮은 호의란 건 유행이요 젊음의 객기이며 청춘기의 꽃송이라,

빨리 피나 영원하진 못하고 달콤하나 오래가진 못하니,

한순간의 향기요 시간 때우기 이상은 아니다.

 

오필리아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뿐여요?

 

레어티즈가

 

 조심해라 오필리아, 조심해라 누이야.

그리고 네 몸을 욕망의 포격과 위험이 닿지 않는 네 애정의 후방에 두거라.

가장 정숙한 처녀가 자기 아름다움을 달에게만 드러내도 방탕하기 짝이 없어.

악담의 타격은 미덕의 화신도 못 피해.

봄의 새싹들이 봉오리를 열기도 전에 자벌레가 너무 자주 그들을 갉아먹고,

청춘의 아침 이슬 속에는 저염성 마름병이 당장에라도 생길 수  있단다.

그러니 주의해. 최상의 안전은 조심이야.

젊음은 곁에 뉘 없어도 자기에게  반항해.

 

 

-<햄릿>, 셰익스피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3

 

 

 오필리아는 죽었다. 그녀의 오라비가 말한데로 사랑에 몸을 사렸다면 그녀는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레즈티어의 말처럼 사랑은 잠시 왔다 풀썩 주저 앉고 만다. 그리고 오필리아처럼 그 사랑에 두 번 다시 잊지 못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아름다운 처녀가 더 이성으로 햄릿을 보았다면 그녀는 그런 가련한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련하다 못 해 청승스러운 그녀에게 질투를 느낀다.

 '한 순간의 향기'는 곧 사라질 것이다. 죽도록 사랑해도 죽도록 미워해도 어느 순간 금붕어처럼 다시 사랑하고 다시  미움을 반복하는 것이 사람이라 피 흘리며 아파하는 것도 잠시 사랑이 식어지듯 아픔도 식어지면 그 뿐이다. 그렇게 '그들을 갉아먹고' 가버리면 다시 꿈틀거리며 오늘을 살려 바둥거릴 것이다. 그 때 기쁨과 슬픔이 죽어진 자리에 적당히 간하고 적당히 익힌 추억이 있으니 그리 나쁜 장사는 아닐 것이다.

 

 

 

EspeRaNZ님이 올려주신 오필리아 설명 작품의 이해를 위해 여기에 추가합니다^^

 

햄릿의 연인이자 비련의 여주인공 :오필리아

그녀의 연인인 햄릿에 의해 아버지 플로니어스가 살해당하고 햄릿이 영국으로 떠나자

그만 정신을 놓아버리고 만 그녀는 실성해서 들판을 헤매다 물에 빠져 죽는다....

한 남자를 뜨겁게 사랑한 죄밖에는 없는데...

그녀의 너무나 순수한 영혼은 비통했던 현실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았는가 보다.

꽃으로 만든 관을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고 기어오르다 심술궂은 가지는 그만 뿌러지고 말았다.

가여운 그녀는 화환과 함께 흐느끼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져 떠내려간다.

지고의 여인은 소리도 지르지 않고 그저 꽃을 꼭 쥔 채 강물에 몸을 맡긴다.

이제 그녀는 강물이 되고 강물을 그녀가 된다. 그녀는 들풀이고 들풀은 그녀가 된다.

덤불과 이끼는 여인의 드레스 장식으로 번지고, 물빛은 그녀의 가냘프고 하얀 목덜미와 핏기 가신 뺨 주위를 맴돈다.

죽음만이 그녀의 안식처였을까. 오필리아Ophelia는 마치 꿈을 꾸며 즐기듯 천천히 자신의 무덤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죽음 앞에서 모이는 완벽한 아름다움이라니.

지그시 반쯤 감긴 오필리아의 눈은 마치 자신의 쉴 곳을 찾은 듯 슬픔을 건너 오히려 평온하다.

생에서 죽음으로 변해가는 여인을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점차 무거워지는 눈꺼풀, 살포시 벌어진 입과 위로 열린 두 손 모두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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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0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워요....히끅~
혼자 보니 ..으스스입니다요...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체험단 모집] 신화 8집 -State Of The Art 디지털 디스크 체험단 모집!

안녕하세요,  알라딘 편집팀 서현입니다.

얼마 전 발매된 인기 그룹 신화의 8집 [State Of The Art] 디지털 디스크를 체험해보시고, 리뷰를 써 주실 20분을 모집합니다.

디지털 디스크는 CD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뉴미디어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매체입니다. 신화의 팬이시거나, 디지털 디스크라는 새로운 매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의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자세한 디지털 디스크 소개는 아래의 이미지를 참고하세요.

*  체험단에 참여하길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면 됩니다.
*  신청해주신 분들 가운데 20분께 신화 8집 디지털 디스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신청은 7월 13일 목요일 오후 10시까지 받으며, 당첨되신 분은 14일 금요일 오후에 공지해 드립니다.
*  리뷰는 2006년 8월 1일까지 올려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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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xov 2006-07-0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첨되세요.^^

프레이야 2006-07-0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고마워요. 근데 님 아이디가.. 부르기 좀 그러네요.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저만의 부탁입니다.. 부르고 싶어서요..

Xoxov 2006-07-0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네.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한상남 지음, 김동성 그림, 최완수 감수 / 샘터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책은 무척 반갑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처음엔 간송 선생님이 누구인지부터 모르는 눈치였는데 다 읽고 나더니 상당히 감동을 받아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수업을 하며 우리의 문화유산이 7만 4천 점이상 해외에 나가 있는 실정이란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랐다. 그리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일들과 재산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 그리고 우리 것에 대한 인식과 사랑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대영박물관 이야기도 나와 문화유산이 있어야할 곳에 대한 짧은 토론시간을 가졌다. 간송이 한 일과 그 의미를 생각하며 아이들이 이런 문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개는 우리의 얼과 정신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을 가장 잘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우리라는 쪽이었는데, 그런 것을 지킬 수 있는 확고한 인식과 믿음 그리고 경제적인 힘까지 갖출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하는 모 방송프로그램 이야기도 나왔다. 일본에 가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프로젝트였는데 우리쪽에서도 모른 채 넘어가있는 경우도 있어서 문화재관리 면에서 각성해야할 점이 많았다. 조금 늦은 시각에 하긴 해도 아이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말에 간송미술전에 갔다왔다. 그곳은 일제강점기에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어 지금껏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 옛모습 그대로 나무냄새를 간직하고 있었다. 정원이 보이는 입구에서 30분 넘게 입장을 기다리고 서 있으면서 손질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움을 보이고 있는 나무들과 그 사이로 보이던 부도도 생각난다. 입장이 시작되고 서서히 건물로 들어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침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붐비고 일부 사람들은 너무 떠들기도 해서 감상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여러 부류가 보였는데 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는 우리 문화유산들이 비록 일부이지만 한 점 한 점 대단히 돋보였다. 오래된 유리장식장 안에서 말없이 수더분한 모양새로 앉은 그것들, 그동안 책에서만 보았던 그것들을 보며 오래된 벗을 만난 것처럼 기뻤다.

간송미술관은 일년에 두 차례만 개방이 되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려운 점이 보였다. 먼저, 국보급만도 1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산만하고 진지하지 못한 면이 보여 좀 난감하고 씁쓸했다. 물론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놓지 않은 전시태도가 다소 불만스러웠지만 사전에 조사를 하고 공부를 좀 하고 오는 자세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을 나오며 도록을 사서 오긴 했지만 어린 학생들이 친근하게 보기에는 옆에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안내원이 있어야할 것도 같았다. 어떤 엄마는 너무 떠들며 설명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옆사람에게 방해가 되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간송미술관의 문화유산을 보게되기까지 험난했던 시대에 전 재산을 털어 그것을 되찾고 지켜낸 사람들의 노력과 공헌을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은 태도가 마음에 걸린다. 물론 중요성이나 가치에 있어서는 다른 문화유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간송미술관의 유산들은 남다르다. 개인의 노력과 재산으로  지켰고 개인이 설립한 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다는 점을 잠시 잊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문화유산은 공동의 자산이라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것을 되찾아 지킨 인물의 감식안과 노력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아무리 큰 재산이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노력 앞에 조금은 숙연해지고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간송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는 바로 이런 점에 촛점을 맞춘 '샘터솔방울'의 인물이야기 책이다. 우선 하드커버의 표지가 하나의 작품 같다. 은은하게 그려져있는 바탕무늬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랫쪽에는 훈민정음의 낱자들이 그려져있다. 편집도 읽기에 좋게 잘 되어있다. 간송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그의 의식의 변화를 읽을 수 있고 그의 담대함과 사람됨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을 함께 알 수 있다.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그런 시절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간송의 정신을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호사취미가 아니었냐고 한다면 그가 훈민정음 원본을 살 때 일천원을 부르는 값을 무시하고 일만원을 선뜻 내어주며 샀던 일화를 말하라. 그는 문화재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제대로 값을 매길 수 있는 안목이라 생각했다. 빼앗긴 문화재를 구할 때 값을 깎거나 야비한 방법을 택하는 일도 없이 담대했지만,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몸을 사렸다. 

간송은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그의 인맥을 살펴보면 고등학교시절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위창 오세창 선생이 있다.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며 정신적인 지주로 여겼다.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있고 한국전쟁이후로는 최순우 등과도 호를 친히 지어주며 친형제같은 사이로 지냈다. 인민군의 손에 넘어가 평양으로 옮겨졌을지도 모를 문화재들이 지금 간송미술관에 있는 문화재들이다. 일본인을 상대로 강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며 감동적이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구한 것들이라 가슴 졸이게 한다. 간송미술관에 현재 전시되어있는 문화재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다. 이 책을 먼저 읽고 다음에 간송미술관에 가서 실물을 본다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이 책의 삽화는 동양화를 전공한 김동성님이 맡았다. 여기서도 역시 동양화풍의 사실적인 그림이 깨끗하고 멋스럽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도 되도록 많이 실어놓아 은은한 멋을 풍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감상하며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도 얻는다. 뒷장에는 '간송전형필(1906~1962)'와 '간송미술관' 그리고 '찾아보기'를 두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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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0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퍼 갈께요..~~~ 추천도 ....

씩씩하니 2006-07-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했어요,,근대...참 요즘은 책을 뒤적이기 넘 힘들어서,,,,언제 읽을 자유가 내게 올 것인가...
 
 전출처 : 가넷 > [현대미술 따라잡기] 우연을 통제·활용하는 예술가들

[현대미술 따라잡기]

우연을 통제·활용하는 예술가들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이론
 

예전부터 미술에는 다양한 우연성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우연성 때문에 합리적인 사람들은 미술이 어렵다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그리면서 예측할 수 없는 효과와 사건들로 인해 숱한 실패를 겪은 사람들은 이 때문에 미술을 저주하기도 한다. 우연의 서구적 어원은 주사위에서 비롯된다. 아랍어에서 온 ‘hasard’나 라틴어의 ‘alea’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우연성이라는 말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놀린 붓이 가져온 뜻하지 않은 효과를 ‘우연의 일치(coincidence)’ ‘우발적 사고(accident)’ ‘우연적 사건(incident)’이라고 하고, 작가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른 ‘임의성’ 혹은 ‘자의성(arbitrariness)’ 도 있으며, 시간의 경과에 따른 ‘예기치 못한 효과(unexpectedness)’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le)’도 있다.

여기에는 물론 ‘선택(choice)’과 ‘기회(chance)’가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우연을 ‘확률(statistic)’이나 ‘개연성(probability)’으로 표시하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고 ‘거저 얻어진(gratuitous)’ 경우나 ‘재수가 좋은(fortunate)’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럴듯한(likely)’ 경우나 ‘그럴 수도 있는(plausible)’ 경우도 있고, ‘일어날 수도 있는(contingent)’ 효과들도 기다리고 있다.

 

이것들은 대체로 통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술가들은 오랜 훈련을 통해 실패할 확률을 줄여나가거나 개념적으로 우연 자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예술은 우연에 대한 통제의 기술이면서 동시에 우연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현대미술에 ‘사태(event)’나 ‘발생(happening)’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이들을 ‘수행’ 혹은 ‘공연(perform)’하는 장르들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기성제품을 차용하는 마르셸 뒤샹이나 뿌리기 회화로 유명한 잭슨 폴록(사진) 같은 예술가들이 인정받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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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가넷 > [현대미술 따라잡기] 예술가는 어떤 사람?

[현대미술 따라잡기]

예술가는 어떤 사람?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교수·미술비평
 

우체부 슈발이 만든 상상의 궁전.

예술가의 삶은 어떨까? 명예와 부, 모든 이들의 찬사와 압도적인 재능으로 가득 찬 삶일까, 아니면 고독과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삶일까?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이는 자신의 예술적 이상에 사로잡힌 독선적인 사람으로, 또 어떤 이는 베짱이처럼 인생을 즐기기로 작정한 사람으로 비친다. 예술가와 그들의 삶은 일반인에게 이처럼 몇 가지의 고정된 이미지로 각인된 듯하다.

 

1997년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은 ‘타자(L’autre)’라는 비엔날레 제목처럼 ‘다른 것(타자성·alterity)’ 혹은 ‘다른 인간’이라는 유형으로 예술가를 규정하고 있다. 그 의미를 이해시키기 위해 비엔날레에서 제만은 한 우체부를 예로 들었다. ‘슈발(Cheval·말(馬))’이라는 이름의 이 우체부는 리옹 남동쪽에 위치한 오트리브(Hauterives)에서 매일 32km 정도의 거리를 걸어가 우편물을 배달했다. 1879년 어느 날 꿈에서 성을 본 슈발은 자신이 걸어다니는 길가의 돌로 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1912년까지 33년간 이어졌다.

 

요정과 화초, 머나먼 곳의 문명과 상상의 여행, 그리고 역사에 등장하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이 성은 앙드레 브르통과 피카소, 팅겔리 같은 예술가들에 의해 발견돼 20세기 미술사에 기록됐다. 이윽고 이 성은 1969년 앙드레 말로에 의해 역사적인 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제만에 의하면, 예술가는 꿈을 이루는 사람이다. 일반인과 다른 것은 바로 그 꿈의 내용이며, 그것을 현실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동시대 미술은 점점 더 예술적 형식에서 이 꿈의 내용에 관한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 놀라운 꿈의 현실화를 구경하기 위해 매년 14만여 명이 프랑스 산골의 이 성을 찾는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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