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한상남 지음, 김동성 그림, 최완수 감수 / 샘터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책은 무척 반갑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처음엔 간송 선생님이 누구인지부터 모르는 눈치였는데 다 읽고 나더니 상당히 감동을 받아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수업을 하며 우리의 문화유산이 7만 4천 점이상 해외에 나가 있는 실정이란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랐다. 그리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일들과 재산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 그리고 우리 것에 대한 인식과 사랑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대영박물관 이야기도 나와 문화유산이 있어야할 곳에 대한 짧은 토론시간을 가졌다. 간송이 한 일과 그 의미를 생각하며 아이들이 이런 문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개는 우리의 얼과 정신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을 가장 잘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우리라는 쪽이었는데, 그런 것을 지킬 수 있는 확고한 인식과 믿음 그리고 경제적인 힘까지 갖출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하는 모 방송프로그램 이야기도 나왔다. 일본에 가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프로젝트였는데 우리쪽에서도 모른 채 넘어가있는 경우도 있어서 문화재관리 면에서 각성해야할 점이 많았다. 조금 늦은 시각에 하긴 해도 아이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말에 간송미술전에 갔다왔다. 그곳은 일제강점기에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어 지금껏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 옛모습 그대로 나무냄새를 간직하고 있었다. 정원이 보이는 입구에서 30분 넘게 입장을 기다리고 서 있으면서 손질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움을 보이고 있는 나무들과 그 사이로 보이던 부도도 생각난다. 입장이 시작되고 서서히 건물로 들어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침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붐비고 일부 사람들은 너무 떠들기도 해서 감상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여러 부류가 보였는데 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는 우리 문화유산들이 비록 일부이지만 한 점 한 점 대단히 돋보였다. 오래된 유리장식장 안에서 말없이 수더분한 모양새로 앉은 그것들, 그동안 책에서만 보았던 그것들을 보며 오래된 벗을 만난 것처럼 기뻤다.

간송미술관은 일년에 두 차례만 개방이 되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려운 점이 보였다. 먼저, 국보급만도 1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산만하고 진지하지 못한 면이 보여 좀 난감하고 씁쓸했다. 물론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놓지 않은 전시태도가 다소 불만스러웠지만 사전에 조사를 하고 공부를 좀 하고 오는 자세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을 나오며 도록을 사서 오긴 했지만 어린 학생들이 친근하게 보기에는 옆에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안내원이 있어야할 것도 같았다. 어떤 엄마는 너무 떠들며 설명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옆사람에게 방해가 되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간송미술관의 문화유산을 보게되기까지 험난했던 시대에 전 재산을 털어 그것을 되찾고 지켜낸 사람들의 노력과 공헌을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은 태도가 마음에 걸린다. 물론 중요성이나 가치에 있어서는 다른 문화유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간송미술관의 유산들은 남다르다. 개인의 노력과 재산으로  지켰고 개인이 설립한 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다는 점을 잠시 잊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문화유산은 공동의 자산이라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것을 되찾아 지킨 인물의 감식안과 노력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아무리 큰 재산이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노력 앞에 조금은 숙연해지고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간송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는 바로 이런 점에 촛점을 맞춘 '샘터솔방울'의 인물이야기 책이다. 우선 하드커버의 표지가 하나의 작품 같다. 은은하게 그려져있는 바탕무늬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랫쪽에는 훈민정음의 낱자들이 그려져있다. 편집도 읽기에 좋게 잘 되어있다. 간송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그의 의식의 변화를 읽을 수 있고 그의 담대함과 사람됨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을 함께 알 수 있다.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그런 시절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간송의 정신을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호사취미가 아니었냐고 한다면 그가 훈민정음 원본을 살 때 일천원을 부르는 값을 무시하고 일만원을 선뜻 내어주며 샀던 일화를 말하라. 그는 문화재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제대로 값을 매길 수 있는 안목이라 생각했다. 빼앗긴 문화재를 구할 때 값을 깎거나 야비한 방법을 택하는 일도 없이 담대했지만,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몸을 사렸다. 

간송은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그의 인맥을 살펴보면 고등학교시절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위창 오세창 선생이 있다.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며 정신적인 지주로 여겼다.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있고 한국전쟁이후로는 최순우 등과도 호를 친히 지어주며 친형제같은 사이로 지냈다. 인민군의 손에 넘어가 평양으로 옮겨졌을지도 모를 문화재들이 지금 간송미술관에 있는 문화재들이다. 일본인을 상대로 강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며 감동적이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구한 것들이라 가슴 졸이게 한다. 간송미술관에 현재 전시되어있는 문화재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다. 이 책을 먼저 읽고 다음에 간송미술관에 가서 실물을 본다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이 책의 삽화는 동양화를 전공한 김동성님이 맡았다. 여기서도 역시 동양화풍의 사실적인 그림이 깨끗하고 멋스럽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도 되도록 많이 실어놓아 은은한 멋을 풍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감상하며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도 얻는다. 뒷장에는 '간송전형필(1906~1962)'와 '간송미술관' 그리고 '찾아보기'를 두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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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0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퍼 갈께요..~~~ 추천도 ....

씩씩하니 2006-07-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했어요,,근대...참 요즘은 책을 뒤적이기 넘 힘들어서,,,,언제 읽을 자유가 내게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