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비룡소의 그림동화 12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김소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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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그림책은 그림이 특이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가난한 작가는 물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림을 표현했다고 한다. 꼴라쥬 기법으로 대담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주는 그림에 눈이 먼저 간다.

속표지의 찍기로 표현한 듯한 눈의 결정체들. 마치 어여쁜 꽃송이들을 보는 것 같다. 크게 작게 오려 붙인 색종이, 물감 흩뿌리기, 솜을 띁어 붙여 놓은 것 같은 휘날리는 눈송이들. 이 모든 게 하얀 눈 위에서 대비되는 짙은 갈색 얼굴의 피터가 입고 있는 빨간 외투만큼 인상적이다.

피터가 눈 위에서 하는 놀이는 참 재미있다. 뽀드득 뽀드득 여러가지 모양 발자국 만들기, 발 끌며 가기, 나무막대로 선 그으며 가기, 나무막대로 눈옷 입은 나무 건드리기, 눈사람 만들기, 눈천사 만들기, 눈미끄럼타기. 특히 눈 위에 누워서 팔을 아래 위로 흔들어 만든 눈천사는 정말 근사하다.

눈을 내일 가지고 놀려고 한 줌 한 줌 꼭꼭 뭉쳐 주머니에 넣는 피터. 집에 돌아와서도 즐거웠던 시간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피터.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실제 흑인 아이와 함께 살면서 그 아이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했다고 들었다.

다음날, 피터는 옆집 친구와 함께 아침부터 놀러 나간다. 마지막 장은 이 들이 손잡고 수북이 쌓인 눈 속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있다. 이 아이들은 또 얼마나 신나게 눈 오는 날의 모험을 즐길까? 올 겨울엔 꼭 아이들이랑 신나는 눈놀이를 하고 싶다. 그냥 아이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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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은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8
브라이언 멜로니 글, 로버트 잉펜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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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제목으로는 다소 철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책에 선뜻 손이 갔다. 속표지 한 장을 넘기면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볼 수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어떻다는 거야?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단다.
- 그 사이에만 사는 거지.

책장을 넘기면 시처럼 잔잔하게 들려주는 글과 아주 사실적이며 섬세한 그림이 잘 어우러져 시화를 한 폭씩 보는 것 같다.

죽어 있는 게, 나비, 작은 벌레의 사실감 있는 그림들이 생명의 끝이란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또한 늙은 포도 등걸에서 나온 새싹, 들에서 살아가는 토끼와 쥐, 꽃과 채소, 버섯 위에 앉아 쉬는 나비, 호주의 쿠카부라새와 이뮤굴뚝새의 그림을 보면 생명이란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놀라 도망치는 멸치떼를 보면 약육강식이란 생태계의 원리까지 자연의 섭리라는 걸 알 수 있다.

- 그럼 사람은?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처럼 사람도 수명이 있지.

죽음도 탄생과 마찬가지로 삶의 한 과정이고, 조용히 맞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거부감없이 심어준다. 시작과 끝 사이에만 사는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역설적으로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 장의 그림은 표지의 그림과 동일하다. 수명이 다한 물건들 - 부러진 안경, 멈춰버린 시계, 녹슨 장식품 등. 아끼던 물건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됬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또한 생명있는 것의 죽음에 대한 것만큼이나 애통한 것이다. 결국 세상 모든 것의 '끝'이라는 현상을 차분히 관조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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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 그림책을 선택하는 바른 지혜 행복한 육아 15
마쯔이 다다시 / 샘터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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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부쩍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여러가지 그림책들을 접하면서 이거다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바로 이 책에서 명쾌하게 풀어놓았다.

지은이는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그림책은 지식이나 도덕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아이에게 즐거움이며 기쁨 그 자체가 되어야한다고. 아이를 품에 안고 읽어 주는 한 권의 질 좋은 그림책으로 인해 아이와 엄마간에 생기는 신뢰와 일체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귀로 듣는 친근한 목소리의 언어가 아이의 언어적 잠재능력을 키우는 데 있어 필수 항목이며, 그것은 좋은 그림을 통해 풍부하게 가지를 벋어나간다.

그림책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로 망설이고 있거나 헛수고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아이 엄마들께서 이 책을 읽어 본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줄 믿는다. 적어도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잘 된 그림책은 꼭 사서 읽어주고 싶어 질 것이다.

그림책을 읽어 부고 난 뒤 곧바로, 괜한 질문공세로 그림책의 세상에서 아직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아이를 괴롭힌 적은 없는지? 이것저것 말도 안되는 아이의 질문으로 피곤해 본 적이 있다면 아이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당장 아이에게 내가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한 성급한 질문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

옛이야기에서 다루는 한가지 주제인 '권선징악'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나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허물었다. 천편일률적인 결말이 아이의 사고를 경직시키지 않나 하는 건 앞질러가려고만 하는 어른들의 기우였다. <착하고 바른 것이 최후의 승리를 얻는다는 감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지혜>라고 피력한다.

그리고 재화(rewrite)되지 않은 유럽 옛이야기는 꽤나 잔인하다고 알고 있어 꺼려지던 나의 생각도 바뀌게 되었다. 나쁜 등장인물의 잔인한 결말에서 아이들은 무서워하고 잔인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깔깔대고 웃어버린다고 한다. 이것은 아이들이 건강한 웃음과 밝은 유머를 이해하고 느낀다는 증거라고 한다.

이 책은 쉽고 간략한 문장으로, 아이의 내면세계를 풍부하고 아름답게 키워줄 수 있는 그림책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더불어 아이들의 마음과 심리를 좀 더 알 수 있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내가 먼저 많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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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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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머 힐 출신인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이 여지없이, 그러나 놀라운 위트로 잘 포장되어 이물감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게 하는 그림책이다. 보고 또 보아도 새로운 게 보이는, 통쾌하다고만 하기에는 섬뜩한 면이 있는 경고장이다.

어른들의 교육이라는 허울좋은 권위의 탈이 풍부한 상상력의 꽃을 피우려는 아이들의 갖가지 새싹들을 얼마나 무참히 짓밟아버리는지. 그들 정신의 자유로움과 다양성을 우린 얼마나 인정하고 수용해 주고 있는지 이제는 하던 손 멈추고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제도권 교육의 대안으로 나온 소위 대안학교에서는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있어 놀이란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 모른다. 아이들의 하루 일과가 온통 놀이다. 그들은 양치질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옷을 입다가도, 학교에 가는 길에서도, 쉬는 시간 10분 동안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놀이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놀이는 다양하고 기발하고 즉흥즉이다.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고 대리경험과 대리만족이 있다. 그러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몸에 익힌다.

존은 학교에 가는 길에 하수구를 보며 악어와의 한판 놀이를 하고 덤불에서는 사자와 놀고, 동네의 다리를 건너다가는 파도타기 놀이를 한다. 이 장면들에서의 동물들은 모두 웃고 있는 표정이고 그림은 밝은 톤의 색으로 종이의 전체면을 메우고 있어 존의 즐거운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놀이를 하는 동안은 진실이고 어느 누구의 어른이라도 건드릴 수 없는 아이만의 무아지경이다. 놀이와 생활은 별개가 아니고, 생활의 이곳 저곳에 그들이 상상력을 발동하여 놀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는 널려 있다. 그래서 집안도 너무 정돈되어 있기 보단 적당히 어질러 놓으라고 했나보다.

겉표지를 넘기면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로 시작하는 아이의 반성문이 비뚤비뚤한 글씨로 빼곡히 씌어있다. 개구장이가 낙서해 놓은 것이 아니라, 이 그림책의 주인공 존이 쓴 것이다. 원판을 보면 I must not tell lies about crocodiles
로 시작한 반성문이 뒤로 가면 I must not tell lise about...로 씌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얼마나 지겨운 일이었는지 철자를 틀리게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다(lies 를 lise 로).

존이 놀이를 하는 상상의 장면은 풍성한 그림과 명도와 채도가 높은 채색이 되어 있는 반면, 권위만을 내세우는 상상력 부재의 선생과 그 앞에서 한없이 위축되어 반성문을 일방적으로 명령받는 존의 장면은 간결한 무채색의 그림으로 존의 심경이 보인다. 특히 존이 구석에 돌아서서 '다시는 사자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400번 외치고 서있는 장면은 3개의 선과 표정없이 돌아서있는 존의 윤곽만이 있을 뿐이다.

마침내 존이 학교가는 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존은 제 시간에 학교에 갈 수 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이 황량해진다. 채도가 낮은 회색톤의 굵고 거친 붓질이 존의 머리와 가슴을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생각과 느낌을 공유해 보도록 노력하자. 아이들을 맑은 눈을 통해 잃어버린 상상력의 물줄기도 찾고, 서로간의 신뢰도 회복한다면, 어깨를 당당히 펴고 마음껏 생각을 펼쳐보이는 우리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세상은 한층 희망적이며 몸을 던져 안겨 봄직한 것이 될 것이다.

마지막 장 '다음 날에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 후의 장면을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존은 다시는 학교에 늦지 않을까요? 그림의 분위기로 봐서는 존은 학교가는 길에 다시 자신만의 신나는 놀이를 발견할 것 같다. 아이들은 그리 쉽게 자신의 욕구나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나무 옆 아래에 있는 시커먼 형체의 동물은 코끼리 같기도 하다. 나만의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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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슐라와 그림책 이야기
도로시 버틀러 지음, 김중철 옮김 / 보림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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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병이 난 아이를 둔 친구, 날마다 눈물로 지새는 그 친구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 아인 왜 눈을 맞추지 않고 말을 하지 못할까요? 만 3살인 아이의 머릿속 예쁜 생각들이 입을 통해 조잘조잘 흘러나오지 못하니 자신은 또 얼마나 답답할까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 위해 먼저 보았습니다. 중간 중간 박수를 보내며 말입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아픈 쿠슐라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객관적이면서 따스합니다. 판단은 적절하고 정확합니다. 부모의 당당하고 꿋꿋한 태도와 쿠슐라의 의지가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상을 빨리 정확하게 파악하고 올바른 대처를 한 그들이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네 상황과 대조되었습니다.

그림책... 아무거라도 해보자라는 심정으로 시작했다는 그림책 읽어주기. 너무 위대한 결과을 낳지 않았나요! 중요한 만 4살까지의 시기를 눈물만 흘리며, 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며 아이를 방치해 두었다면 쿠슐라의 지금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생각해보면 엄청날 지도 모를 결과의 차이에 섬뜩해집니다. 단지 언어나 수리, 문자 개념을 말한다면 너무 단선적인 예찬이 되겠지요. 발로 뛰어다니며 눈으로 보고 듣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기엔 제약이 있는 쿠슐라가 그림책의 세계에서 자신의 세계를 쌓아가고 울고 웃으며 다양한 감정에 몰입해 봅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풍부한 감성의 세계에서 자신과 남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간으로 자라나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는 장애를 가지지 않고 있는 우리 보통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절실한 문제입니다.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싶지 않으신가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애정어린 눈으로 생명을 볼 수 있는 심성의 소유자가 된다면 나의 아이에게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쿠슐라가 보았던 그림책 목록도 도움이 되지만,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우리의 그림책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는 지혜로운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의무감이 듭니다. 아이를 꼭 안고 엄마의 정겨운 목소리로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 - 이런 정신적 유대감이 아이와의 관계를 얼마나 부드럽게 하는 가는 두번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아이는 세상을 또 그렇게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잘 살아나갈겁니다.

친구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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