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 것은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8
브라이언 멜로니 글, 로버트 잉펜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의 제목으로는 다소 철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책에 선뜻 손이 갔다. 속표지 한 장을 넘기면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볼 수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어떻다는 거야?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단다.
- 그 사이에만 사는 거지.

책장을 넘기면 시처럼 잔잔하게 들려주는 글과 아주 사실적이며 섬세한 그림이 잘 어우러져 시화를 한 폭씩 보는 것 같다.

죽어 있는 게, 나비, 작은 벌레의 사실감 있는 그림들이 생명의 끝이란 걸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또한 늙은 포도 등걸에서 나온 새싹, 들에서 살아가는 토끼와 쥐, 꽃과 채소, 버섯 위에 앉아 쉬는 나비, 호주의 쿠카부라새와 이뮤굴뚝새의 그림을 보면 생명이란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놀라 도망치는 멸치떼를 보면 약육강식이란 생태계의 원리까지 자연의 섭리라는 걸 알 수 있다.

- 그럼 사람은?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처럼 사람도 수명이 있지.

죽음도 탄생과 마찬가지로 삶의 한 과정이고, 조용히 맞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거부감없이 심어준다. 시작과 끝 사이에만 사는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역설적으로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 장의 그림은 표지의 그림과 동일하다. 수명이 다한 물건들 - 부러진 안경, 멈춰버린 시계, 녹슨 장식품 등. 아끼던 물건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됬을 때 느끼게 되는 감정또한 생명있는 것의 죽음에 대한 것만큼이나 애통한 것이다. 결국 세상 모든 것의 '끝'이라는 현상을 차분히 관조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