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희네 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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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한 권의 좋은 그림책을 그려 주고 싶었던 작가의 정성과 마음씀이 곳곳에 박혀있는 책이다. 속표지의 이사가는 길 따라잡기 부터가 재미있다.

첫장의 대문 앞 풍경은 표지의 것과 같은 그림에 채색이 되어있다. 대문 아래로 보이는 개 3마리의 얼굴이 정겹기만 하다. 담장 밖의 꽃들, 옥상의 화분들, 담장위의 쇠철망까지도 아파트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안방의 자개농과 고가구들. 어릴 적 할머니 방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옆의 흑백 그림이 다음 장에 나울 장면이다. 아이는 몇장 안 넘겨 이 장치를 알아차렸다. 부엌 선반의 다기들, 찻잔들, 씻어 엎어놓은 머그들, 간장병, 조미료통 - 모두가 나의 부엌과 거의 같기 때문에 오히려 신기하게 보인다.

광이나 옥상, 뒤꼍, 작은 채소밭, 화단등은 아파트 생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부분이라 더 오래 우리의 눈을 잡아둔다. 어릴 적 살았던 친정집의 구조가 떠오르면서 다시 그런 집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 장면 한 장면 뜯어보는 재미가 말로 다 못한다. 너무 친숙한 것들도 있고 요즘의 아이들에겐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런 게 정말 우리 그림책이구나 싶다.

옥상에 널어 놓은 두꺼운 이불의 무늬와 색깔에서 부터 고가구 위에 놓여있는 도자기의 문양, 광에 있는 물건들, 장독대의 항아리들, 가마솥, 마루에 있는 도자기에 꽂혀있는 태극무늬 부채까지, 들여다 볼수록 볼거리가 눈에 잡힌다.

큰아이는 이 책을 보더니 이런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당장 일기장의 제목을 썼다. 우리의 수수한 생활이 묻어있는 이 책은 펴 볼 때마다 새록새록 사는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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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199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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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싹싹>과 함께 우리 아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표지의 동그란 달님 얼굴은 꼭 우리 아이의 통통한 얼굴같다. 뒷표지의 달님이 눈 동그랗게 뜨고 메롱^ 하고 있는 모습을 흉내내며 재미있어 한다.

한 면의 크고 굵은 글씨와, 짙푸른 계열의 밤하늘에 노오란 달님이 떠오르며 지붕 위가 환해지는 대비가 아이의 눈을 꽉 잡아끄는 것 같다. '달님 안녕?' 하며 아이는 반가움을 감추지 않는다.

구름아저씨의 대사는 아저씨 음성으로 들려주었더니, 아이가 금방 따라하며 수시로 그 말을 아저씨 톤으로 하면서 깔깔거린다. 초저녁 수퍼 갔다 오는 길에 하늘에 나온 초승달을 보며 '달님 안녕?'하고 가리키는 아이를 보며 그림책의 역할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단순화한 윤곽과 또렷한 색의 대비도 좋지만, 달님의 여러가지 표정을 보고 따라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달님이 웃고 있는 모습은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온화하고 편안한 기분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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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롤프 레티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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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어릴 적 즐겨보던 TV만화를 기억할 것이다. 옆으로 삐친 빨간색 땋은 머리에 주근깨 투성이 예쁘지 않은 얼굴. 비쩍 마른 몸에 장난끼 어린 목소리.

삐삐는 다소곳하지도, 공부를 잘 하지도 않는 한마디로 규율이란 것에서는 한참 벗어난 아이다. 삐삐는 거짓말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그래서 그 애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기상천외하고 황당하고 재미있다. 늘 꿈을 꾸고 모험을 즐기고 놀이에 미친다. 설탕가루는 뿌리라고 있는 거라며 설탕을 거실 바닥에 뿌려 맨발로 밟아보란다. 가식과 위선의 얼굴로 앉아 차를 마시는 부인들에게 말이다.

삐삐의 뒤죽박죽 별장은 어른이라는 억압에서 벗어나 아이들 마음껏 놀이에 열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옷을 버릴까봐 행동을 조심해야되다는 건 벌써 잊게 된다. 금화를 빼앗으려는 도둑과도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금화 한 닢씩을 정당하게 일하고 번 돈이니 가지라고 준다. 불이 난 건물의 3층에 갇혀 울고 있는 어린애 2명을 구해내는 장면은 정말 멋지다. 선뜻 나서서 도우지 못하는 수많은 어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삐삐는 옳고 그름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세상을 살아가기엔 불리한 조건들도 삐삐에게는 더 이상 울고 앉아 있기만 할 것들이 아니다. 돌아가신 엄마는 천사이고 바다에 휩쓸려 돌아가신 아빠는 식인종의 추장이 되어 어느 섬에 있을 것이니까. 뭐든 척척해내고 힘도 세다. 귀여운 고집과 당당함은 어린이를 어른이 되기 이전의 미성숙한 존재로 밖에 보지않는 기존의 인식을 깨는 것이다. 어린이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인격이며 엄연한 존재이다.

삐삐시리즈를 이번 기회에 모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어린이의 마음을 잃지 않고 그것들을 어린이의 사고와 언어로 풀어내는 작가의 순수함이란 역량이 부럽기도 놀랍기도 하다.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연스레 벗어나기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간섭과 억압에서, 통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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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 철학그림책
홍성혜 옮김, 소피 그림, 라스칼 글 / 마루벌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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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주간지 표지 제목으로 <입양! 출산보다 성스러운...>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부모를 필요로 하는 아이 7000명 중 해외 입양이 2000명, 국내 입양이 1500명 정도라고 한다. 그러면 나머지는?

이 책에는 사랑이 많은 한 부부가 나온다. 전쟁으로 인한 궁핍함때문에 아이를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 바다 저 쪽으로 떠나 보낸 친부모와 그 아이를 키우며 사랑의 세월을 낚는 양부모. 기사에서 본, 사랑이 많은 사람들을 이 책에서 그려놓았다. 고통과 절망의 순간까지도 품어들이는 거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

기사에 따르면 비밀입양이 고아수출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이 책의 양부모는 문이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해 준다. 문이가 이것으로 느끼는 감정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것이다. 비오는 창 밖을 턱을 괴고 앉아 보고 있고 자주 바닷가에 나가 바다 저 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극복하는 과정이겠지.

그러는 동안 친부모의 사랑도 깨닫고 어릴 때 좋아했던 모든 것을 대나무상자에 담아 바다 저 쪽으로 멀리멀리 떠나 보낸다. 코끝이 찡해졌다.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깨닫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심성을 잃지 않는 문이와 그럴 수 있게 키워낸 양부모 모두가 나의 마음에 강한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소피도 우리나라 해외입양아라고 한다. 상자에 담긴 작은 눈을 가진 아이, 문이. 어쩌면 아직도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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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이 된 풍선 - 연필과 크레용 22
류재수 글.그림 / 보림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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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이야기>를 보신 분은 이 그림책이 류재수의 작품이라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하여 생긴 선입견일 것이다.

이 책은 글자없는 그림책이다. 속지에는 웃고 있는 초승달 위에서 도토리를 들고 놀고 있는 다람쥐 두마리가 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놓쳐 비틸길을 막 뛰어내려가는 모습은 풍선을 손에서 놓쳐 안타까운 얼굴로 쫒아가는 주인공 아이를 연상하게 한다.

놓쳐 버린 풍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장소가 이동되면서 책을 보는 아이의 마음도 두둥실 여행을 떠난다. 파란 하늘로 올라가 둥그스럼하게 생긴 비행기도 만나고, 구름 사이를 지나 별과 달, 우주비행가와 우주비행사, UFO, 토성 이런것들이 한꺼번에 보인다. 그 순간 별의 뽀족한 끝에 풍선이 찔려 터지고 만다. 그 바람에 놀란 달이 재채기를 하고 구름을 건드려 눈을 쏟아지게 만든다.

눈은 그냥 하얀색이 아니라, 푸른 회색빛 바탕에 알록달록 동그란 눈송이들이다. 나무 위에 있던 다람쥐가 도토리를 떨어뜨리고 산비탈을 굴러내려가며 커다란 눈덩이가 된다. 결국 주인공 아이의 집마당에 떨어져 커다란 눈사람이 되고. 온동네 아이들이 나뭇가지와 이파리등으로 멋진 눈사람으로 꾸민다. 다음날 해가 나오고 다 녹아버린 눈사람 속에서 나온 도토리를 손에 들고 갸우뚱한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가 있다.

아주 단순하게 그린 표정들이 재미있다. 풍선을 놓쳐 안타까운 아이의 마음이 눈사람을 만들며 금방 풀어진다.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 보인다. 이 세상 모든 건 그렇게 돌고돌아 오고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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