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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이 된 풍선 - 연필과 크레용 22
류재수 글.그림 / 보림 / 1994년 4월
평점 :
절판
<백두산 이야기>를 보신 분은 이 그림책이 류재수의 작품이라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하여 생긴 선입견일 것이다.
이 책은 글자없는 그림책이다. 속지에는 웃고 있는 초승달 위에서 도토리를 들고 놀고 있는 다람쥐 두마리가 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놓쳐 비틸길을 막 뛰어내려가는 모습은 풍선을 손에서 놓쳐 안타까운 얼굴로 쫒아가는 주인공 아이를 연상하게 한다.
놓쳐 버린 풍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장소가 이동되면서 책을 보는 아이의 마음도 두둥실 여행을 떠난다. 파란 하늘로 올라가 둥그스럼하게 생긴 비행기도 만나고, 구름 사이를 지나 별과 달, 우주비행가와 우주비행사, UFO, 토성 이런것들이 한꺼번에 보인다. 그 순간 별의 뽀족한 끝에 풍선이 찔려 터지고 만다. 그 바람에 놀란 달이 재채기를 하고 구름을 건드려 눈을 쏟아지게 만든다.
눈은 그냥 하얀색이 아니라, 푸른 회색빛 바탕에 알록달록 동그란 눈송이들이다. 나무 위에 있던 다람쥐가 도토리를 떨어뜨리고 산비탈을 굴러내려가며 커다란 눈덩이가 된다. 결국 주인공 아이의 집마당에 떨어져 커다란 눈사람이 되고. 온동네 아이들이 나뭇가지와 이파리등으로 멋진 눈사람으로 꾸민다. 다음날 해가 나오고 다 녹아버린 눈사람 속에서 나온 도토리를 손에 들고 갸우뚱한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가 있다.
아주 단순하게 그린 표정들이 재미있다. 풍선을 놓쳐 안타까운 아이의 마음이 눈사람을 만들며 금방 풀어진다.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 보인다. 이 세상 모든 건 그렇게 돌고돌아 오고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