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夢魂(몽혼) 李玉峰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砂(문전석로반성사)

요사이 우리 님 안부가 궁금하네요
창가에 달빛 고요하니 이몸은 외롭습니다
만일 꿈속에서 다닌 길이 흔적이 있다면
임의 문전 돌길이 반은 모래 되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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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혼 이옥봉님의 시조이군요. 아주 훌륭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시조입니다.
달빛을 보면서 님을 그리워하는 심정, 너무나 애절합니다. 좋은하루가 되시기를......

프레이야 2006-11-2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하늘이 잔뜩 지푸리고 있습니다. 바람도 차갑네요.
그래도 오늘 하루 유쾌하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전출처 : 마늘빵 > 미술관 옆 동물원에 나온 시

사랑

                     

                                                              김 용 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읍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읍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은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읍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읍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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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痰論)

 

                                             윤성학(1971~ )

 

결린 데만 결리는 게 아니다

오른쪽 등허리 위쪽에서 어깨를 지나

뒷목으로 올라갔다가

왼쪽 허리까지

두루두루 다니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죽어 없어지지 않고

한번 몸 안에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다

그게 담이다

담이 들어 뻐근한 날

벽에 등을 치며 묻는다

안에 들여서는, 내보내지 못하고

견뎌야 하는것이

진정 담 하나뿐인가

그뿐인가

쿵쿵,묻는다

이 안 어딘가의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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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4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4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1-1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속삭이신 발랄한 님/ 이미지가 완전 환상이에요^^ 집에 중요하고 큰 일도 있었군요. 건승하길 바랍니다. 제맘이 다 환해지네요^^
 
 전출처 : 바람구두 > 구광본 - 오래 흔들렸으므로



오래 흔들렸으므로

구광본


오래 흔들렸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오래 서러웠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알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
얼키고 설킨 뿌리를 몰라도
오래 목말랐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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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水巖 > 문정희 - 초겨울 저녁

         초겨울 저녁
                                 - 문    희 -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앉아
          바람이  불어도
          좀체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성한  꽃들과  이파리들에  휩쓸려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던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  속에  감추고
          흰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그대로    폭의  그림이  되어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별이 뜨면 슬픔도 향기롭다 』 (미학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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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편안함을 주는 시입니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프레이야 2006-11-10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산타님, 늙은나무를 사랑하게 됨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모습을, 세월을 사랑하게 됨을 말하는 것 같아요. 오늘도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