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zzbrothers & Cubapercussion - Mozart Meets Cuba
Klazzbrothers & Cubapercussion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오랜 만에 오전 시간 내내 지금까지 음악 틀어놓고 알라딘 창은 계속 열어두고 책보다 자료 좀 만들다 전화도 두 통 받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시간이면 무겁지 않게, 너무 가볍지 않게, 퓨전이 좋다.

옆지기가 사둔 음반들 중 하나.. 빨간 색 표지에 금박으로 박힌 모짜르트와 시가를 손에 든 쿠바인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이 음반의 곡들은 우리 귀에 익은 모짜르트의 곡들이 많은데 클라츠 브라더스 & 쿠바 퍼커션을 만나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한 느낌이다. 다양한 라틴 리듬이 곡마다 결합되어 나타나고 친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리듬들을 따라 마음을 스윙하며 듣게 된다.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강하게 때리고 흔들다 나른하게 퍼지고 경쾌하게 두드리는 리듬이 자유자재다.

마지막에서 두번째 곡만 라틴음악이 모짜르트 풍으로 편곡된 것이다. 곡명은 Hasta La Vista Mozart. 이 곡은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잘 알려진 콤파이 세군도의 곡 '찬 찬'을 모짜르트 풍으로 편곡한 것이다. 그는 미국의 경제봉쇄 이후 30년간을 담배공장 노동자로, 나이가 들어선 이발사로 전전하면서 살아야했던 쿠바음악의 거장이라고 한다. 클라츠 브라더스가 이 곡을 편곡하면서 K2006 이라고 붙였다고도 한다. 모짜르트가 살아서 이 노래를 듣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들 5인조는 1998년 클래식과 재즈의 결합을 시도했는데 최근에는 베토벤과 슈만의 작품을 깊이 연구했고 <헨델 & 재즈>라는 프로그램도 고안해 젊은 청중들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속지에는 쿠바 음악 스타일에 대한 여러가지 용어 해설도 해두었다. 아프로, 볼레로, 봄바, 칼립소, 차차, 단존, 규아지라, 라틴재즈, 플래나, 셔플, 손. 난 두번째 곡, 잘즈부르크 셔플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마술피리에 나오는 여러 곡들을 접속곡처럼 부드러운 향으로 이어진다. 포푸리같이. 포푸리는 음악에서 접속곡이라는 뜻이란 걸 알았다. 셔플은 아프로-아메리카의 춤 장르로, 발을 바닥에 끄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터키행진곡은 '쿠바행진곡'이란 예명으로 재즈풍에 훨씬 활기차고 경쾌한 리듬을 달았다. 페루의 전통악기인 카혼을 이용한 다양한 소리를 담고 있는 '돈 카혼(Don Cajon)' 은 끈적끈적한 열대야를 연상시키며 먼 이국의 정취를 아스라히 느끼게 한다. 아프로 리듬과 볼레로를 이용해 편곡한 피아노협주곡 21번, 일명 엘비라 마디간의 선율은 가슴속의 현을 잡아끌듯 울려댄다. 중간에 퍼지는 휘파람소리가 귓전에서 들리는 것 마냥 유혹적이다. 마치 부드러운 바람이 간질이듯 내는 속삭임 같다. 

속지를 읽다가 모짜르트가 사촌에게 보낸 편지가 눈길을 잡아끈다. 모짜르트는 여행을 무척 좋아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쿠바를 간 적이 있다는 건 몰랐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어디서 비롯되었을지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나의 매우 사랑하는 사촌동생 베슬레에게..

당신이 한번도 쿠바에 온 적이 없다는 것이 정말 슬프군요. 여기 사람들은 매우 자유분방하다오. 이곳 영사관에서는 나를 환대하여 내가 지금까지 세상에서 보지 못한 화려한 곳에서 묵게 해 주었다오. 아름다운 흑색 피부빛의 여인들이 매일 아침 나에게 옷을 입혀준다오. 여기의 뜨거운 공기 속에는 어딜 가나 음악이 흘러나오고 이 음악은 사람들을 춤추게 하오. 맘보 라피드. 정말로 이곳은 나에게 깊은 음악적 영감을 준다오.

나의 매우 사랑하는 사촌동생이여, 내가 한동안 아우그스부르그에 가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하는 바요. 사랑스러운 나의 베슬레, 나의 이 여행을 비밀로 해주고 당신의 아버지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오. 베슬레, 잘 지내시오. 그리고 당신에 대한 나의 우정은 영원할 것이오.

당신의 영원한 사촌 그리고 친구

폴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1777년에서 1781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추측하는 이 편지는 오스트리아-쿠바 문화진흥위원회가 오랜 조사 끝에 발견했다고 한다. 모짜르트는 자신의 사촌과 에로틱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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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1-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와서 더 끈끈하게 느껴지는 리뷰 잘 봤어요.
아스타 라 비스타는 대학시절 친구가 제게 뭐라고 하면서 했던 말인데 그 말이 뭔지,뜻은 뭔지 다 잊었네요. 어감만 기억하고 있을뿐...

프레이야 2006-11-1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 저도 몰라서 찾아보았어요. Hasta La Vista는 안녕!(So long!) 이란 뜻이랍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대사라고 당시 유행했다고 하네요^^

비로그인 2006-11-1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터미네이터라면 아놀드슈워츠제네거가 했단이야긴가요? 이런 말 좀 뭣하지만 운동만 했을것같은 얼굴로 그런 말을...

kleinsusun 2006-11-2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모짜르트는 230년 전에 쿠바에 갔었군요. 지금도 가기 힘든 쿠바를!
편지도 참...낭만적이네요. 쟈켓 디자인도 정열적이구요.^^

2006-11-20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1-2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러게요. 모짜르트가 여행을 무척 즐겼다고 들었지만 당시 유럽에서 쿠바까지.. 멋져보여요. 힘이 되었다니 제가 더 기쁘네요^^

. 2006-11-2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갈수록 리뷰 분야가 다양화되네요^^ 멋지십니다^^

프레이야 2007-06-27 22:25   좋아요 0 | URL
앗, 노피솔님, 오늘에야 이 댓글을 봤네요. 이상하다
왜 댓글브리핑에 안 떴지? 죄송해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풀꽃선생 2007-06-2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아가요. 마니마니..

프레이야 2007-06-27 22:26   좋아요 0 | URL
넵! 쿠바리듬 경쾌하고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