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 여름 가을 겨울 - 감성 발달을 위한 사계절 그림책
린리쥔 지음, 린리치 그림, 린리치웅 미술편집, 심봉희 옮김 / 베틀북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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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출생의 세자매가 글과 그림, 기획과 편집을 맡아 보석같은 그림책이 나왔다. 감성발달을 위한 사계절 그림책이라는 부제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 책의 미덕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그림과 시적인 글에 있다. 우선 일러스터레이션을 보는 순간 단번에 유혹된다. 너무나 섬세하고 따뜻하며 맑고 풍부하다. 생태적으로도 정확한 세밀화를 그렸을뿐만 아니라 상상력이 가미된 그림도 아름답고 수채화풍의 풍경 그림은 아주 맑은 기억을 들추어준다. 색감이 손에 묻어날 것처럼 선명하며 신선하다.

아버님은 간혹 중국의 세자매가 나오는 영화에 대하여 이야기 하신다. 내가 두 자매를 키우고 있는 걸 빗대어 딸 하나를 더 낳아 훌륭한 세자매를 배출해보라는, 어찌 들으면 우습기도 한 말씀을 하시곤 했다. 이 그림책을 낳은 세자매는 '나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서정적인 글과 그림으로 잘 그려냈다.

나래이션 격인 주인공 아이는 그림속 어느 곳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목소리만으로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아이를 숨겨놓아, 그 아이는 철저히 내가 될 수 있고 또다른 아이인 '너'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더 계절마다 느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 수 있게 했다. 대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보게 하고 성품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소품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때그때 변하는 아이의 살아있는 표정이 마음 속에 그려진다.

봄에 발견한 새집, 그 새집 안에는 새 대신 꿀벌들이 둥지를 틀고, '봄이 왔나요?' 하고 묻는 것처럼 생긴 연한 고사리도 봄에 만난 친구다. 아침 햇볕을 즐기고 있는 무당벌레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도 생태학적인 면과 함께 시적이면 다정다감한 말투를 잊지 않는다. 새싹을 기다리며 씨앗을 심었지만 조바심만 나는 아이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한 마디는 아이를 자라게 한다. 그건 바로 한 가지가 빠졌기 때문이라는데 바로 '인내심'이라지. 민들레는 토끼 몫으로 남겨두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민들레를 동물들에게 양보하겠다는 아이의 마음은 또 얼마나 예쁜지.

여름이면 여러가지 종류의 나비들을 관찰한다. 민들레 홀씨를 불며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림으로 그려진 아이의 소원이란 게 정말 깜찍하다. 거창한 게 아니라 말하자면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다. 아이의 보물상자를 들여다보면 아이가 대자연 속의 보물찾기를 얼마나 재미있어하는지 알 수 있다. 솔방울, 열매들, 조개껍질들, 조약돌, 깃털 한 장, 몽당연필까지 아이들의 마음이 어쩜 이리 아가자기하게 담겨있는지. 바닷가 소라껍질을 귀에 대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성과 상상력까지 갖춘 아이가 사랑스럽다.

가을이면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바람은 차가워지고 나무는 옷을 갈아입는다. 갖가지 버섯들을 발견하고 독버섯도 세밀하게 관찰한다.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를 만날 수 있다. 도토리를 숨겨두고 잊어버리는 다람쥐를 엄마는 이해한다. 잘 잊어버린다는 공통점을 꼭 집어낸 게 유머러스하다. 숨겨두고 못 찾아먹은 열매에서 싹이 나고 작은 나무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 꼬마나무가 귀여운 다람쥐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도 따스하다. 숲속 우체국 소인이 찍힌 그 편지에는 "내가 자라거든 열매를 아주 많이 선물할 테니까, 꼭 나를 찾아와야 해!" 라고 적어두어 생명의 순환과함께 나누는 것의 미덕까지 느끼게 해준다.

겨울이면 강에 찾아온 겨울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가을에 모아둔 자연의 보물을 가지고 예쁜 화관을 만들어 추운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낸다. 화관이 정말 아름답다. 붉고 푸른 열매들의 색감이 풍성하다. 맑은 겨울날,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옮기느라 바쁜 개미들의 행렬도 놓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의 푸근한 기억과 함께 아이는 아이다운 상상의 세계로 마술빗자루를 타고 날아간다. 신비한 자연 속의 여행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를 태워줄 마술빗자루는 마른가지와 솔잎만 있으면 가능하다.

마지막 장, 마술빗자루를 타고 이야기가 스물거리는 무채색의 겨울숲을 날아오르는 아이를 어떻게 그려놓아나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귀염둥이가 내지르는 호이~ 호이~ 기합소리도 들어보시길... 아이는 다람쥐, 토끼, 고양이, 나비, 강아지, 꿀벌, 고니 한 마리도 될 수 있다. 끝까지 주인공아이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 보는 이가 그 아이가 될 수 있게 여백을 둔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마술빗자루를 타고 자연의 신비로운 세계로 호이~호이~~  생태그림책이면서도 한권의 풍경화집 같기도 하고 사진집 같기도 한 이 그림책을 덮는 순간 마음이 참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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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8-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마술빗자루 타고 동화 속 세상으로 가고 싶네용
호이~ 호이~
오늘은 '작은아씨들'한테 가 볼까나~~~~~~

바람돌이 2006-08-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아름다운 그림책이네요. 우리 아이도 좋아하겠어요.

프레이야 2006-08-2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1학년 아이와 함께 보았는데요.. 정말 아름다운 그림책이에요. 보면서 엄마랑 함께 나눌 이야깃거리도 아주 많지요.

비자림님, 호이~호이~ 해보니까 정말 기분이 좋아지죠. 가볍게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 몸무게 땜에 아니되려나..ㅎㅎ

속삭님, 마법에 걸리면 신나겠죠..^^

푸훗 2006-09-1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림동화책을 참 좋아해요. 가끔 구입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협박해 책을 얻어 내는데 이 그림책도 참 좋을 것 같네요. 요즘엔 유리 슐레비츠에 완전 빠져서 그의 그림책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어요. ^_^

프레이야 2006-09-1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님,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져요. 저도 마음결을 다듬고 싶으면 그림책을 보는데 글도 그림도 좋은 그림책이 참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