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비행기 동화는 내 친구 40
사토 사토루 지음, 무라카미 쓰토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토 사토루의 동화는 언제나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사토루의 판타지는 유쾌하고 건강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환상의 세계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고학년 동화 코로보코루 이야기에서나 저학년 그림책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어>에서 처럼 삽화를 그린 무라카미 쓰토무와의 콤비가 더욱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내용을 더욱 상세히 보여주는 삽화(예를 들어, 비행기 설계도) 는 마치 실제로 해보면 될 것만 같은, 판타지의 묘한 힘을 불어주어 전체 이야기에 생기를 준다.

<할머니의 비행기>는 과연 무엇으로 만든 비행기일까? 책표지의 그림을 보면 얼른 떠올리기에 쉽지 않다. 2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보기에 맞춤인 이야기인데 어른들이 보아도 쉽게 떠올리지는 못 할 것 같다. 속지를 넘겨보면 작가의 머리말이 나온다. 사토루는 글쓰기를 뜨개질에 비유해놓았다. 글을 한 자 한 자 쓰는 것을 한 코 한 코 대바느질을 하는 것에 빗대고 있다. 참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대바느질을 하던 모습을 떠올려본다. 나도 옆에서 배워서 좀 했던 경험이 있다. 한 코 한 코 뜬 것이 하나의 모양을 이루어낼 때의 즐거운 경험을 잊지 못한다. 밤새워 뜨개질을 하느라 충혈된 눈으로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그때 어머니는 왜 그렇게 아무도 급하게 요구하지도 않는 뜨개질을 밤을 새워 했을까? 여기 할머니의 뜨개질을 보며 사람의 생에서 가장 즐거운 환희의 순간에 대해 생각했다. 뭔가 마음 속의 미진함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한 가지에 몰두하는 지도 모른다. 채워지지 않는 열정과 갈증이 알고 싶게 하고 배우고 싶게 한다. 할머니가 혼자 사는 변두리 집의 책상에는 '강직한 인간'이라는 책과 두꺼운 '백과사전'이 놓여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절대적인 즐거움을 경험한 이후 다시는 뜨개질을 하지 않는다. 그 유일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해된다. 작가는 글쓰기의 경험에서 절감하였던 것을 이렇게 뜨개질 하는 할머니를 통해 슬쩍 말하고 있다. 사토루의 기발한 상상력 못지 않게, 인생과 인간을 통찰하는 이런 부분에서 독자는 반하고 만다.

아이들이 이런 생각까지 공감하지 못한다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의 연령과 연륜에서 이해하지 마련이므로 굳이 지금 알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만 홀로 사는 할머니를 염려하는 딸과 손자의 마음이나 반대로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만 보아도 좋을 것 같다. 할머니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를 짜릿한 경험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지만 손자, 다쓰오에게만 들려준다. 다쓰오는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고 할머니 또한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고 일상적인 대화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여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한다. 또한 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이나 착륙을 할 때 그 방법을 생각해내는 장면에서 할머니의 침착함과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다.

삽화는 흑백으로, 동글동글 다정다감한 윤곽을 그리며 펼쳐진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몇 장만 컬러삽화인데, 특히 도시의 불빛 위로 사파이어처럼 펼쳐지는 밤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은 환상이다.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글로 번역되어 있는 점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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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6-0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흐를수록 엄마인저는 딸리는 상상력땜에 소외되는게 겁이납니다.그래서 환타지를 많이접할려구 노력중이에요. 이책도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읽구싶어지네요. 읽구 아들에게도 추천해야겠어요.

프레이야 2006-06-0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님, 좋은 아침이네요. 여긴 하늘이 좀 흐립니다. 사토 사토루의 동화는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죠.. 참 재미있어요.

진주 2006-06-0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생 수업 없어지고, 내 아이들도 좀 자라고보니 이런 동화가 그리워요...

프레이야 2006-06-0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이런 동화 읽으면 즐거운 휴식이 되곤 해요..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