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누굴까? 1 - 나야 나, 강아지 내 뒤에 누굴까? 1
후쿠다 토시오 지음, 김숙희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가 많이 자란 지금,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거나 아장걸음으로 쫒아다니는 아주 어린 아이들을 보면 새삼 귀엽다. 십여년 전 큰딸아이의 손을 잡고 밖에 나가면 아이는 내가 가려는 방향으로 고분고분 발을 놓아주지 않았다.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내 손을 잡아당기며 이것도 보고싶고 저것도 보고싶고 호기심으로 눈을 굴렸다. 내 경우만이 아니라, 고맘 때의 아이손을 잡고 길을 걸으면 아이는 한 방향으로 곧장 걸어가는 일이 드물다. 이곳 저곳으로 엄마 손을 끌며 제가 가고 싶은 곳이 많기도 하다. 아이의 눈망울은 쉼없이 굴러다닌다. 아이는 위, 아래로 혹은 앞으로, 뒤로 끊임없이 돌아보고 올려다보며 엄마의 바쁜 마음을 애태우곤 한다.

<내 뒤에 누굴까?>의 시리즈로 첫번째 그림책은 <나야 나, 강아지>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은 강아지다. 아니 강아지 같은 아이다.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면, 아이가 하는 말처럼 짧고 귀여운 토막이 굴러오는 것 같다. 강아지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친근한 동물이다. 강아지의 친구들도 많이 등장한다. 거북이, 고양이, 꼬끼리, 새, 다람쥐, 뱀, 부엉이, 기린, 토끼 그리고 쥐들이다. 이 동물들이 한 곳에 있을 수 있는 개연성은 없지만 어린 아이에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은 것 같다. 동물친구들을 보며 내 눈은 한 곳에 붙박였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이다. 아래를 쳐다볼 때의 눈, 위를 올려다볼 때의 눈, 앞을 볼 때의 눈 그리고 뒤를 힐끗 돌아볼 때의 눈망울이 실감나게 그려져있다. 단순한 모양과 색감이지만 충분하다. 그 눈망울을 따라가다보면 동물친구들을 쫓아가며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다.

이 책은 장점이 여럿 보인다. 우선 색채가 주는 안정감이다. 종이도 누르스럼하고 부드러워 눈이 부시지 않고 촉감도 따스하고 도톰하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채도를 낮추고 갈색톤과 녹색톤을 주조로 하여 편안한 느낌을 준다. 단순한 윤곽선으로 동물의 특징을 잘 살려 그린 점도 마음에 든다. 첫 장을 펼치면 넓은 땅에 나무 한 그루가 가지를 아름답게 펼치고 서 있다. 튼실해 보이는 나무의 나뭇가지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가슴을 한껏 벌리고 숨을 쉬는 것 같다. 가지에는 연두빛 작은 잎새가 달려 있어 갓피어나는 봄을 느끼게 한다. 마치 여린 잎의 아이들을 연상하게 하는 신선한 그림이다. 이 풍경에는 아직 아무런 동물친구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고요한 새벽, 아직 우리의 친구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각이다. 맑은 기운이 스미는 것 같다.

다음 장을 넘기면 순하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 뒤에 거북이의 머리가 보인다. 둘의 눈망울을 비교해보면 재미나다.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내 뒤에 누굴까?" 라고 물어보며 아이의 대답을 기다려보자. 그러고 나서 책장을 넘기는 식으로 이어가다보면 반가운 동물친구들을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내 뒤에도 있고 앞에도 있고 나무 위에도 있고 땅 아래에도 있다. 앞만 보고 걸어가는 어른들과는 달리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동물의 특징적인 면을 부각하여 그려놓아 인지발달을 도울 수 있겠다. 하지만 고정이미지를 형성하지 않을까, 약간의 고민이 된다.

반복되는 짧은 어구를 써서 아이에게 말하기를 가르치기에도 좋아보인다. 리듬을 살려 밝은 음성으로 들려주고 따라하게 하면 말하기와 함께 단어(동물이름)도 눈으로 익히기 좋아보인다. 마지막 장에 가면 모든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잘 모르고 있었던 친구들이 서로서로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 보았던 텅 비어있던 풍경에 동물친구들이 다 모여 단란하고 다정다감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다시 한번 '뒤, 앞, 위, 아래'를 가리키며 공간감각과 함께 동물이름을 짚어보면 좋겠다.

그런데 여기서 앞에 나왔던 그림의 동물 위치와 일치하지 않는 게 몇 있어 아쉽다.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앞에 그림과 그 위치를 일치하여 그렸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새와 다람쥐의 위치 같은 것이다. 

"새 위에 있는 건 누구지?"

"아, 다람쥐구나"

그런데 마지막 그림에서 다람쥐를 찾아보면 새보다 훨씬 아래에 있는 나뭇가지에 다람쥐가 앉아있다.  그새 다람쥐가 아랫가지로 발발거리며 내려온걸까.^^  분명 앞의 그림에서는 복슬복슬한 다람쥐 꼬리가 새의 머리 위에서 달랑거리는데 말이다. 처음의 이야기를 끝과 통일성 있게 맺음으로써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기를 의도한 것 같아, 이왕이면 이 부분도 맞추었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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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진 서평이네요

sokdagi 2007-08-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너무 좋아요. 얼른 읽고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