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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산책 - 자폐아 이야기
로리 리어스 지음, 이상희 옮김, 카렌 리츠 그림 / 큰북작은북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이안의 산책>은 '자폐아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 제목 때문에 이안이라는 귀여운 남자아이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책장을 열게 된다. 이 책은 자폐아의 행동에 대해 구체적이며 사실적으로 말하고 있어서 조금도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폐아는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 같다는 생각만이 약간 들 뿐이다.
작가는 오랜 교직생활 중 7년간을 특별한 아이들과 지냈다고 한다. 그 때의 경험을 살려 이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자폐아 이안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아이의 특이한 행동과 심리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마음 씀씀이가 어떠해야 바람직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안에게는 착한 누나가 둘이나 있다. 그 중 작은 누나 줄리가 이 책의 이야기꾼이다. 한시도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는 엄마의 주의를 듣고 이안을 데리고 산책길에 나선 줄리는 이안의 남다른 행동 때문에 조바심을 내고 성가시다는 느낌도 갖는다. 하지만 공원에서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이안이 사라지자, 줄리가 발을 동동 구르며 노심초사하는 장면은 참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그저 보통의 아이들이 호기심을 기울일 만한 곳만 말해주어 줄리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이안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줄리, 자신이다. 곰곰이 생각해본 덕택에 이안을 찾고 얼싸안는 장면 또한 가슴을 젖게 한다.
이안의 감각은 아주 발달해있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는 감각들에 특별한 기관이 달려있는 듯하다. 하지만 가만이 생각해보면 그런 감각들은 보통의 사람들도 가지고 있지만 그저 지나쳐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혹은 무감각하게 지내고 있는 게 아닐까. 이안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아이는 자신만의 감각에 상대적으로 예민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안 같은 아이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 않고 웃을 줄도 모른다. 이안의 세계를 이해해주는 타인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스러운 부분은 줄리가 이안을 찾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줄리는 이안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이안이 하듯 따라서 행동한다. 귀를 기울여 이안이 듣는 소리를 향해 촉수를 세우기도 하고 이안처럼 천장선풍기를 어지럼증이 나도록 올려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집에 도착해서 줄리는 "멋진 산책이었어, 이안." 이렇게 말한다. 이안은 줄리를 바라보고 씽긋 웃는 표정을 짓는다. 아주 잠깐이라도...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의 가족 모두에게 힘을 주는 가슴 뜨뜻한 이야기이지만 전혀 신파조이지도 않고 억지스럽거나 과장된 부분이 없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미덕이다. 2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았는데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그림이 참 좋아요. 누나가 참 착해요."
역시 교훈은 가르쳐서 주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젖어들게 하는 것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