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김새별/ 청림출판(총239쪽, 파일9)
녹음시작 2016. 2. 22, 완료 2016. 3. 16
이 책의 저자, 이름만 보고 여자인 줄 알았다. 남자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다.
부제는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다.
이 책을 읽으며 김명민, 하지원이 나왔던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에서 하지원이 장례지도사였다.
저자 김새별은 대학시절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목도하고 장례지도사가 되었다. 이후 유품정리사가 되어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고 유품들을 정리하여 가족의 손에 넘겨주는 일을 한다. 직원도 있고 등록도 되어 있는 전문적인 직업이다. 고독사나 자살인 경우, 주검은 꽤 시간이 지나 발견된다. 그 현장을 몸소 치우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일 것이다. 주검이 부패하여 악취가 진동하고 구더기가 들끓고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까지 죽었거나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현장을 청소, 소독, 정리하는 일이다. 놀라운 갖가지 사례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편견도 심하게 받아서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일인데, 몸도 마음도 고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적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될 것 같다.
문장이 아름답다거나 특별하지는 않다. 그러나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오며 보고 느끼고 배우게 된 사실을 담담하게 적어냈다. 꾸밈 없이 차분한 시선이다. 가족이 있는 저자 자신의 삶을 비춰보며 가신 자들과 남은 자들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 삶이었다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나름의 결론은, 마지막 순간에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건 사랑을 주고 받았던 추억이라는 진리다. 자살이나 범죄로 고인이 된 사람들은 주로 혼자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고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홀로 살았고, 특히 고독사한 어느 할머니의 경우는 정말 놀랍다. 외로움을 물질적인 사치로 달래고 살았던 것이다. 떨어져 있는 자식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지병을 숨기고 홀로 살면서 술병이나 도벽으로 고독을 달랜 아버지들도 있었다. 현실적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꿈으로 고민하다 자살한 청춘들, 사랑이라는 열병으로 죽임을 당한 경우 등 안타까운 사연들. 이들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수습하며 저자가 느낀 점들이 우리에게 거꾸로 삶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겠다.
에필로그 뒤에 부록으로 '유품정리사가 알려주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을 적어둔다. 정리하자면,
1. 삶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정리를 습관화하세요.
쓸모없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거나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라는 말이다.
사는 공간을 단순하고 청결하게 유지하라.
2. 직접하기 힘든 말이 있다면 글로 적어보세요.
당신이 떠나고 난 뒤 상실의 고통에 빠져 힘들어할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됨.
3. 중요한 물건은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세요.
유품 정리 시 모르고 버려질 수 있다는 사실.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두는 방법도 좋다.
4. 가족들에게 병을 숨기지 마세요.
모르고 있었던 자식이 죄책감에 시달려 마음의 병을 얻고 괴로운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5. 가진 것들은 충분히 사용하세요.
아낀다고 모으기만 하고 자신은 누리지 못하는 건 어리석다.
가진 물건은 잘 사용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자.
6. 누구 때문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사세요.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겪는 것이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이라고.
그럴 바엔 이기적이더라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게 낫다. 내가 잘 살아야 남도 도울 수 있다.
7.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남기세요.
당신의 마지막 순간을 따듯하게 감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