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이용한 지음

배혜경과 함께 읽기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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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기대상을 수상한 한석규는 좋은 작품의 제일 요소로 훌륭한 원작을 꼽았습니다. 겸양의 뜻도 담은 수상소감이었지만, 원작의 진정성이 수작의 거름이라는 말에 이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지만요.

 

여행과 바람과 고양이의 시인 이용한의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영화 <고양이 춤>을 보고 나서 찾게 되었습니다. 영화 <고양이 춤><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원작으로, 이용한 시인이 시나리오 작업도 함께한 좋은 다큐입니다. 영화를 보고 이 책을 바로 사두었다가 2012년을 시작하는 책으로 새해 첫날 펴들었습니다몇 년 전 이미 베스트셀러 기록을 남긴 이 책은 당시만 해도 길고양이들에 관심이 없었던 저로선 전혀 몰랐던 책입니다.

 

2016년 새해 첫 달이 지고 있습니다. 내일 다시 태어나기 위해 날마다 지는 우리, 그 존재감에 위로와 온기가 필요할 때에는 다소 편견을 가지고 내쳤던 대상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기를 권합니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길고양이들의 사진에는 시인의 애정과 배려가 배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이 나올 수 없겠지요. 집고양이와는 다른 생을 사는 길고양이들의 신산한 묘생과 천진한 모습을 허름한 일상과 사계절의 자연과 함께 담아낸 사진들로 상당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찌나 귀여운 모습도 많은지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묻어나고 마음이 노골노골해졌습니다. 세심한 관찰로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면서, 묘생과 인생을 나란히 두고 사색적이기도 한 문장, 명랑하고 유머러스한 글과 삽화도 금상첨화입니다.

 

이용한 시인은 어느 해 겨울, 달빛과 소파와 여섯 마리의 길고양이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8년이 넘게 길고양이들과 다정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처음 인연은 다섯 마리 아기 고양이와 그들의 어미 고양이 랑이와 시작되었습니다. 호랑이와 닮았다고 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일의 기쁘고도 눈물겨운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길 위의 날들을 사는 이들의 삶은 안락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습니다. 사고나 로드킬도 잦지만, 안전을 위해 최고의 천적인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합니다. 요즘은 캣맘도 늘어나고 캣맘을 비난하며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결국 고양이나 사람이나 길 위에서 공존해야 하는 목숨입니다. 진정한 선진국의 척도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하지요.

 

길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보호단체도 늘고 중성화 시술도 늘어났습니다. 길고양이 보호단체에서 버려진 길고양이들을 데려다 몸과 마음의 다친 곳을 치료해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태생이 길고양이였던 냥이들보다 집고양이에서 길고양이로 버려진 냥이들, 유기묘들은 길 위에서 살아가기가 더욱 힘듭니다. 생활력이 모자라는 것이지요. 버려진 기억에 상처 받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자폐성향을 보입니다. 보듬고 안심시키는 심리치료를 하더군요. 사람들이 가해했거나 사고로 다친 길고양이들은 수술이나 의료치료를 해줍니다. 그렇게 회복된 길고양이들을 원하는 가정에 입양까지 주선하고, 끝까지 순화되지 않는 고양이는 다시 그들이 살던 길로 보내 주었습니다. “잘 살아야 돼.달려가는 고양이 꼬리에 이 말을 멀리서 날려주던 그곳 사람들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가벼운 사진 에세이집이 아닙니다. 길고양이들과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밀착하여 묘생을 기록한 책입니다. 탄생과 죽음, 오욕칠정, 생존의 갈등과 짝짓기까지 잘 몰랐거나 삐딱한 시선으로 보았을 길고양이들에게 한결 열리는 마음을 갖게 해줄 유익하고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저자는 고양이야말로 동물 중에 가장 풍부한 표정과 다양한 자세와 천의 얼굴을 지닌 변화무쌍한 동물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합니다.

 

고양이는 사람보다 2도 정도 높은 체온을 갖고 태어납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주검은 사람의 주검보다 더 싸늘해 보입니다. 멀리서 새끼 노랑이의 죽음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어미 고양이 노랑새댁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새끼의 주검을 한참이나 지켜보다 사라지는 어미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고, 차마 그 눈을 오래 바라볼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어차피 사는 게 사건의 연속이지만,
모든 포유류의 결말은 고독하다
죽어서 말이 없거나 말없이 죽었거나
아가리 닥쳐, 라는 한마디가
                      후두둑 씨의 지나간 인생을 후려친다                         

 

- 이용한 시 맙소사, 후두둑 씨중에서

 

 

친구는 몇 해 전 아기 길고양이를 업어다 키우고 있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둘도 없는 소중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귀찮기도 하고 길고양이치곤 못 생겼다고 하던 친구가 이제는 자주 사진을 보여주며 자식 자랑하듯 눈가가 자글자글해집니다. 이제는 제법 자라 요염하기까지 한 그 고양이 이름은 오늘이입니다. "안녕, 오늘!"  입으로 말해보면 날마다, 기분 좋아지는 주문입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로 수익금의 10%를 기부한 다큐멘터리 <고양이 춤>, 그 찡한 영상을 끝맺던 문장이 선명합니다.

 길 위에서 태어나고, 길 위에서 사랑하고, 길 위에서 죽는 게 비단 고양이만은 아니다.”

 

) 네이버 블로그 고양이 발전소를 검색하면 이용한 시인의 고양이 사랑을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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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6-01-31 19:27   좋아요 0 | URL
불쌍한 길냥이 대열에 유기묘들까지 포함되니 정말 안쓰럽더군요. 유기견도 그렇지만요.

cyrus 2016-01-3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고양이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대하는 몇 몇 사람들이 진짜 나쁩니다. 유기견도 이들의 폭력성에 쉽게 노출되어 있어요.

프레이야 2016-01-31 19:48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저 해코지만 안 해도 길냥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텐데요

AgalmA 2016-01-31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용한 시인 후두둑 씨 연작시들 인상적이었는데^^ <안녕, 후두둑씨> 시집 좋죠.
좋은 일도 하시는 군요.

프레이야 2016-01-31 22:16   좋아요 0 | URL
네, 그 시집요. ^^ 68년생이고 1995년 실천문학 등단시인이죠. 최근엔 더 많은 길냥이들과 인연을 맺어 묘연과 인연을 나란히, 참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따뜻한 시인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