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소설 중의 한 권이다. 자신의 추리소설 애독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오십 년간 비밀에 부쳤다고 한다.
단순한 서사에 인물의 심리에 집중해 생과 사랑과 관계의 지리멸렬한 진실과 포장의 간극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인용해 로드니가 이 책의 주인공이자 아내 조앤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장면(독자로서 예감했지만, 조앤이 아닌 다른 대상을 향한 진심)이라든가 로드니가 자신이 그리는 천국을 묘사한 구절 그리고 결말의 마지막 문장에서 로드니가 조앤에게 속으로 하는 말에서 소름이 돋는다.
사람을 사는 일은 이토록 어렵고 냉혹한 것이구나. 사랑이란 그 사람의 생을 다시 한번 사는 것이라는 말,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흔한 말에 동의하는 한 말이다.
나 또한 조앤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뒤통수가 뻐근하다.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죽 그럴 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라.˝

"조앤, 내가 바라는 천국은 말이야. 무슨 공상 같지만 난 가끔 이런 상상을 해. 출근하려고 하이 스트리트를 내려 가다가 좁은 골목에서 벨 워크로 꺾어 들어가는데 어느날 눈앞에 계곡이 있는 거야. 초록 풀밭과 양 옆으로 나무가 우거진 야트막한 언덕들도 보여. 그 계곡은 죽 거기 있었어. 마을 한가운데에 비밀스럽게. 복잡한 하이 스트리트에서 그 계곡으로 들어간 나는 어리둥절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하겠지. 그 때 사람들이 다가와 아주 가만히 말해 주는 거야. 당신은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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