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장 세계문학의 숲 11
샤오홍 지음, 이현정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탕웨이 주연,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를 보고 친구 둘의 결혼식에 갔다. 지천명의 나이에 새 삶을 시작하는 커플을 축하해주러 가기 전에 택한 영화가 왜 이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세 시간 가량 이어지는 독특한 서술방식의 `황금시대`는 격변의 시대를 겪은 중국의 여류문인, 샤오홍의 일대기를 다룬 아름답고 쓸쓸한 이야기다. 31세에 병사하기까지 10년간 백 편의 작품을 쓰고 천진하고도 뜨겁게 생을 불태우고 간 샤오홍의 작품을 당시 중국의 문학조류에 따르지않은, 문학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이라 평한다. 영화는 실제 인물들의 증언과 기억, 자료들을 토대로 최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고 거리두기를 하며 보여준다. `심플라이프` 허안화 감독의 역량이지 싶다. 샤오홍 자신이 1인칭으로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는 더욱 울림이 크다. 탕웨이는 `만추`보다 더 깊어졌다.

영화 속, 샤오홍의 작품 중 `생사의 장`과 `호란하 이야기`가 언급되고 엔딩은 호란하 이야기의 서문으로 나레이션 된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누구나의 가슴속에 있을 유년의 빛나는 화원, 그 아련한 필름이 파노라마로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염소 한 마리가 큰길가에서 느릅나무 뿌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성 밖으로 길게 뻗은 큰길에는 느릅나무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그 길을 걸으면 마치 일렁일렁하며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우산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 첫문장 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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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 2015-05-1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금시대 재밌게 봤어요.
긴 3시간이 짧게 느껴진 건 탕웨이의 매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샤오홍의 소설이 번역된 건 몰랐는데
저도 언제 읽어보고 싶네요. ^^

프레이야 2015-05-13 08:11   좋아요 0 | URL
따뜻님 영화 좋아하시는군요 반가워요. 탕웨이는 색계, 만추,에 이어 더욱 깊어진 느낌이에요. 호란하이야기,는 표지도 참 맘에 들어요. 제가 꼽은 아까운 천재여성예술가 대열에 들어요.

풀무 2015-08-1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금시대.. 참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어찌나 맘이 저릿저릿하던지요.
영화 속에 나레이션으로 깔리던 후란강 이야기 첫 대목도 참 좋았던 기억입니다.

프레이야 2015-08-11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호란하이야기,의 구절들이 나레이션 되는 장면들이 참 좋더군요.
인상 깊은 영화에요. 다시 보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