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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술가를 평가할 때 그런 기술적인 요소들보다도 언제나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이다. (굳이 나누자면 기교의 천재보다 인생의 천재를 숭배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런 통찰력을 갖고 있는 예술가만이 진실한 감정을 창조해낸다. 28쪽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쉽게 `유죄추정의 원칙`에 몸을 싣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은 유죄추정의 원칙이 대체로 옳다고 우리를 오도한다는 점에서 혐오스럽다.

좋은 서사는 언제나 한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고, 모든 진정한 이해는 성급한 유죄추정의 원칙을 부끄럽게 만든다.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우리는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을 집어던질 수 있게 될 것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새삼 되새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대체로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라는 것을. 132쪽

시는 마음의 투명한 재현을 추구하는 1인칭의 독백이다. 시에 어떤 화자가 등장하건 그는 곧 시인 자신이다. 그러므로 거짓된 삶에서 진실한 시가 나올 수는 없다. 삶과 시는 일치되어야 한다, 라는 명제들이 그 관념을 구성한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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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부터 나를 위해...
앞으로의 시간은 행복하게 살아보자.
아무런 후회도 없이
눈이 안 보이게 된다고 해도
미련이 안 남게 살자.`

눈이 보일 때 할 수 있는 걸,
그리고 하고 싶은 걸
모두 해보자. 82쪽

`하나님, 작업실이 너무 갖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간절한 마음을, 나지막하게 말해봤어요.
그런데 그때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났어요.
출판사와 책 계약을 해서 계약금이 생기고,
친한 친구가 여행 갈 돈을 저에게 준 덕분에
작업실 보증금이 전부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제 그림으로 엽서를 만들어서 그 수익으로
월세 6개월분도 미리 선납하고,
작업실 계약을 무사히 할 수 있게 되었어요. 90쪽

누구나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늘 미뤄놓기만 하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오늘이 나의 마지막 하루라면...
어떨까요.
별생각 없었던 것들이 모두 큰 의미로 와 닿아요.

요즘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햇살을 볼 수 있는 게
아주 행복한 거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227쪽

소리를 잃고 시각을 잃어도
냄새는 맡을 수 있잖아요.
아직 기분 좋은 향기가 남아 있어요.
아직 제겐 많은 감각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아직 느낄 수 있어요.
달콤한 향, 상큼한 향, 새콤한 향, 상쾌한 향,
여러 향기에 취해 행복하게 사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것 같아요.
계속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살아 있으니까요.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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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구조될 가능성이 사라진 어느 날 논란이 불거지자 그 민간업체의 이사가 TV에 나와 말했다. 우리는 사실 구조업체가 아니라고. 우리는 인양을 하러 온 업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럼 구조는 누가 맡은 거냐는 질문에

구조는 국가의 업무죠.

라는, 너무나 당연한 답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럼 여태 국가는 무얼 했단 말인가? 가라앉은 배보다 더 무거운 의혹이 우리를 짓눌렀다. 무엇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게 없었다. 50쪽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사전적 해석을 빌리자면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을 의미한다. 반면 `사건`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받을 만한 뜻밖의 일을 의미하는데 거기엔 또 다음과 같은 해석이 뒤따른다. 주로 개인, 또는 단체의 의도하에 발생하는 일이며 범죄라든지 역사적인 일 등이 이에 속한다.

세월호 사고와 세월호 사건은 실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한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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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지고
잠재력이 풍부할지 모른다.
그러니 섣불리 나는 이 정도의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해보지도 않고 자기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87쪽

나는 사색도 연습이고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몸의 근육을 키우려면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의 근육도
매일매일 연습하면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117쪽

전 세계 70억 인구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자기라는 꽃이 가장 예쁘게 필 수 있는 조건은 다 다를 게 분명하다.
어떤 사람은 칭찬을 많이 해주어야,
어떤 사람은 가만히 지켜보아야 활짝 피어난다.
어떤 사람은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아야,
또 어떤 사람은 목표를 낮게 잡아 조금씩 이루어가는 재미를 느껴야
더욱 분발하게 된다.
그러니 나라는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하는가?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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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카, 너는 하늘에 총총한 별이라는 거 본 적 있니?
도시에 살면 절대로 못 보겠지.
전깃불이 없는 곳으로 가야해. 하늘을 막는 게 하나도 없는 곳으로.
그때 나는 모든 것을 다 깨달은 듯한 마음이 들었어.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러나 명확한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어.
오히려 말이라는 건 필요 없다는 가르침을 받은 것 같았지.

나는 그 순간 의미를 추구하지 않았어.
그저 인간은 이 광대한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작고도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깨닫고 나니까 이상하게도 마음속이 후련하고 편안해지더라.
모든 것을 용서하자는 마음도 들더라.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야지 싶더라.
좀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따뜻한 악수를 하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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