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에서 나온 안소영 소설 <시인, 동주>의 앞표지 우측하단에
더 책,이라는 스마트폰 앱으로 연결되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표시가 있다. 처음 보네. 신기해서 해보았더니 창비를 포함해
여러 출판사들의 도서를 골라 음성도서로 들을 수 있다.
일단 창비로 들어가 이 도서를 클릭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젊은 남성이 낭독한다.
전문 낭송가나 성우는 아닌 것 같고 꾸미지 않은 목소리다.
마치 청년 동주 목소리가 이랬을까 싶게‥
■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슬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 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 1941. 6.
1월, 서울 종로구 소재의 윤동주문학관을 찾아갔다.
가운데 용정 우물을 두고 육필원고 등으로 조촐하고 단정히 꾸며진
제1전시실의 후문을 열고 나가면 중정처럼 맑고 새파란 하늘이 머리위로열려있는 공간이 나온다. 제2전시실이다.
자성의 공간으로 둔 제2전시실을 니은 자로 걸어내려가면 녹슨 철문이 버티고 있다. 제3전시실의 문이다.
후쿠오카 형무소 독방에서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숨을 거둔 윤동주시인의 고통을 헤아려보도록 캄캄한 형무소를 재현한다.
철문이 등뒤에서 쿵 닫히면 정면에 시인 동주의 삶을 증언해주는 자료와영상이 흘러나오고
빛이라곤 단 한줄기 태양광이 새어들어올 뿐이다. 차가운 공기 속 침묵과 어둠이 짓누른다.
정수처리장을 개조하여 사실에 상상력을 덧입혀 탄생시킨 윤동주문학관은
서울시 건축대상을 받았다. 누구나그 감방 안과 중정 아래 홀로 서 있고 싶게 하는 공간의 힘!
밤에 제2전시실에 서서 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수 있다면‥
본관 왼쪽으로 난 돌계단을 올라가면 시인이 시상을 떠올리며 걸었던, 시인의 언덕과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