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바람 사이를 긋던 빗방울이 멎자 금방 교교한 달빛이
계곡의 억새밭으로 쏟아내렸다.˝
1981년 3월 9권으로 초판본이 발간된 이후로 30여년 후
10권으로 대막을 내린 김주영 작가의 `객주`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가 스스로도 말했듯 40대초반의 근력과 열정으로 밀어붙인 이 장편대하소설의 전집을 이제야 만나기로 한다.
2013년 개정판이다.
5월 초 청송의 객주김주영문학관 기행을 기대하며‥
- 이 소설에 진술되어 있는 문장이 지적이거나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며 충동적인 것, 그리고 가창적 서정성을
지니게 된 까닭도 그 시다 서민들의 밑바닥 삶을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밟고 또 밟아도 또다시 일어서는 것을 멈추지
않는 질경이 같은 인생들이 가지는 독특한 향기, 그리고 언제나
소매끝에 바람소리가 끊이지 않는 떠돌이 인생들이 가지는
몸부림과 서정을 진술하려는 데 아홉권이나 되는 소설을 묶게
되었다는 것은 과문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2002년 12월 김주영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