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의 제목은 김선우의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이 말이 참 다정하게 들리지 뭐에요.

오늘은 3월의 첫날! 어김없이 새로운 마음, 이를테면 시작이라든가, 희망이라든가, 출발이라든가

뭐 그런 파릇한 말들이 떠올랐고 열심히 배우고 두루 씩씩해지자고 다짐도 해봅니다. 

어느 벗의 안부말처럼 몸과 마음의 먼지 툭툭 털고 일어나야 어울리는 3월입니다.

네가 잘 하는 분야고 쌓아놓은 내공이 있으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친구의 말 한 마디,

글 한 줄로 위안 받고 힘을 얻는 나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싯구처럼

중심을 잘 잡기 위해 몸을 좌우로 조금씩 흔들며 다리에 힘을 주는가 봅니다. 고질병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기대고 살아가는 내 마음이 나쁘지 않습니다. ^^

 

 

요즘 서재에 북호더(마중물님 페이퍼에서 알게 된 단어에요)를 스스로 기쁘게 질책하는 글들이 많지만

나도 그런 혐의에서 벗어나질 못하지요. 그래도 즐겁지 않나요. 즐거운 북호더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듯^^

지난 주에 가까운 알라딘 중고샵에 예정없이 가게 되어 또 10권을 건졌어요. 중고샵 나들이의 기쁨은

이런 뜻밖의 만남에 있는 것 같아요.  업어온 책들~

 

 

1.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편지.

오로빌은 '새벽의 도시'라는 뜻으로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이상을 꿈꾸던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신념에 따라 1968년 첫 삽을 떴다. 전 세계 40여 개국 2천여 명이 모여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고 있는 생태 공동체이자 영적 공동체이다.

 

3년 만의 인도였다.  밤 1시. 첸나이 공항에 내리는 순간 훅 끼쳐오는 남국의 열기와

특유의 인도 냄새. 배기가스와 각종 향신료와 향 냄새, 사람냄새 뿐 아니라 소와 개

같은 동물 냄새 등이 뒤섞여 만드는 묘한 인도 냄새가 제일 먼저 후각을 자극한다.

(첫, 내 마음의 지도 25p)

 

 

 

2

1950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라우라 에스키벨이 쓴 독특한 소재로 쓴 장편소설로선

처녀작. 1992년에는 작가 자신이 각색하고 남편 알폰소 아라우가 감독을 맡아 영화로

완성.  영화도 찾아봐야겠다.

 

1월 크리스마스파이

만드는 방법

양파는 아주 곱게 다진다. 양파를 다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다면

자그마한 양파 조각을 머리 위에 얹는다. 양파를 다질 때 눈물이 나오면 우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게 그러니까, 한번 눈물이 나왔다 하면 양파를 다지는 동안

내내 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영 안 좋다. (첫, 11p)

 

 

 

 

3.

민음사 전집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완성 못한 걸 다시 불끈!

집에 사둔 민음사 책들 옆에 일단 두고 낭독녹음 도서로도 찜해둔다.

 

이 책에는 공포, 베짱이, 베로치카, 거울 등 10편의 단편이 수록돼있다.

 

어느 멋진 저녁, 이에 못지 않게 멋진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치 체르뱌코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서 오페라글라스로 '코로네빌의 종'을 보고 있었다.

(관리의 죽음, 첫문장, 7p)

 

 

 

 

 

 

 

4.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아서 코난 도일' 셜록 홈즈.

집에 있는 것 중 '주홍색 연구'는 빠져있어서 업어오고 나서도 잘 했다 싶다.

더구나 펭귄클래식 모음에도 일조하고.  현재 '레미제라블 5권'과 '이반 일리치의 죽음'

옆에다 일단 두고 흐뭇. 예전에 아서코난도일과 애거사크리스티에 빠졌던 기억도 나고^^

 

나는 1978년 런던 대학교에서 의학 공부를 마치고 네틀리로 가 계속해서

군의관이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 그곳에서 학업을 마친 나는 정식으로 노섬벌랜드

화승총 제5연대에 군의관으로 배속되었다. 부대는 당시 인도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내가 합류하기도 전에 제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벌어졌다.(첫, 9p)

 

물론 여기서 '나'는 존 H. 왓슨이다.

 

 

 

5

무려 '위대한 개츠비'를 펭귄클래식으로.

게다가 피츠제랄드 문학의 심리적 초상인 자전적 에세이 <무너져 내리다>가

수록되어 있고, 20세기 미국문학의 대표작으로서의 '위대한 개츠비'를 조명하는

토니 태너의 서문을 길게 많은 분량 수록해두었다.

표지의 저 여인, 화려한 불빛만을 좇는 데이지.

아주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추억을 더듬어 즐독할 것 같다.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충고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이래로 그 말씀을 마음 속에 되새겨 왔다.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면, 네가 지닌 이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꼭 기억하려무나."  (첫, 77p)

 

 

 

6.

이 수기의 필자도 이 '수기' 자체도 물론 허구이다. 그렇지만 이런 수기의 필자와 같은

인물은, 우리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여러 조건을 고려한다면 얼마든지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있을뿐더러, 오히려 존재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나는 아주 가까운 과거의 시대에

속하는 성격 중의 하나를 보다 뚜렷이 뭇사람 앞에서 내세워보고 싶은 것이다.(하략)

- 표드르 도스토예프스키 (4p)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간장이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하기는 나 자신의 병에

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 뿐 아니라 내 몸의 어디가 나쁜지 그것조차 확실히는

모르고 있다. (첫, 5p)

 

 

 

 

그리고 화르륵~ 시집 4권

 

 

 

 

 

 

 

 

 

 

 

 

 

 

한하운, 보리피리                김용택, 섬진강                  김행숙, 이별의 능력          김소연, 눈물이라는 뼈

 

 

 

 

생명의 노래

 

 

지나간 것도 아름답다

이제 문둥이 삶도 아름답다

또 오히려 문드러짐도 아름답다

 

모두가

꽃같이 아름답고

......꽃같이 서러워라

 

한세상

한세월

살고 살면서

난 보람

아라리

꿈이라 하오리

 

 

- 한하운 [보리피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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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1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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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1 2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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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3-01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 6권의 첫문장 중에는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이게 맘에 들고요,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책 제목도 마구 첫문장으로 넣어 주고 싶을 만큼 맘에 들어요.
프레님께도, 여린 프레님께도 아픈 데 없느냐고 안부 여쭙니다.^^*

프레이야 2013-03-02 00:00   좋아요 0 | URL
팜므님, 저도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어요.
김선우의 저 책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사물들'도요.
어디 아픈 데요?? 저는저는 마음이 아픈데요, 이것도 엄살일까요? ^^
팜므언니는 아픈 데 없으신지요?

2013-03-02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2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3 1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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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3 1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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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3 14: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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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3 16: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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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3-0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도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읽는 중인데...
왜 또 눈물 나려고 하지. 제가 요즘 눈물이 정말 많아졌어요. 40년동안 참았던 눈물인가봐요.
내담자 만나서 얘기듣다가 제가 먼저 울컥하고, 별 이상한데서 울컥하고, 공감되면 울컥하고, 통했다 싶으면 울컥하고. 아마 나 사추기인가봐, 언니...

프레이야 2013-03-07 11:18   좋아요 0 | URL
억눌린 게 많은 사람은 어느 순간 눈물이 잘 나온다고 들었어요.
제가 그렇거든요. 노래할 때라든가, 들을 때라든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고 격하게 공감될 때라든가.
달여우님도 사추기, 나도 사추기 ㅎㅎ 잘 지나가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