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산문집, 미안한 마음

 

 

2012년 11월 20, 21일 녹음완료  총 6시간 소요.

 

그저께 <어머니학교>를 잠시 미루고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 <미안한 마음>을 먼저 읽었다.

그리곤 어제 합창연습을 마치고 또 달려가 마저 읽었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데 표지가 다르네. 내가 읽은 건 2012년 8월 10일 초판2쇄인데.

알라딘에는 이게 최근 것으로 뜬다. 내가 읽은 게 훨씬 마음에 든다. 깨끗한 흰 바탕에

단아하게 놓여있는 백자 찻잔 하나. 그릴 수도 없고 ㅠㅠ 삽화도 동화처럼 순하고 착하다.

녹음하며 안타까운 건 이런 삽화나 사진을 보여줄 수 없을 때다.

 

함시인이 강화도에서 홀로 살면서 자연과 사람과 일상에 보내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환경에 쏟는 애정도 눈에 많이 띈다. 나를 스친 인연들, 내게 온 소중한 인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연민의 눈으로 보자. 조금은 낮아질 것이고 그보다 더 행복해진다.

그것으로 족하다. 더 바랄 게 없으니. ^^

 

 

 

 

 

작은 배들의 엔진은 고물에 붙어 있습니다. 이물을 가볍게 해 파도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입니다.

배 방향을 조절하는 키도 추진력을 만드는 물 회전 날개도 고물에 붙어 있고 선장도 고물에서 배를 몹니다.

뒤에서 배를 몰아야 배 전체를 살펴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배는 앞에서 끌고 가는 힘이 아닌 뒤에서 밀고 가는 힘으로 움직입니다.   - 38p

 

 

 

두려움 속에서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배 언저리만 보이는 안개에 갇혀 있는 상황과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무엇이 다른가. 내 삶을 좀 앞선 시간에서 뒤돌아보면 결국 안개에 갇혀 있는 것과 같지 않을까.

현재란 시간의 섬이다.

세월이 가는 길, 세상 모든 '멈춤들'의 정거장인 시간은 현재의 뭍이다.    - 39p

 

 

 

 

내 인생이란 배도 이물이 아니라 고물에서, 전체를 두루 살펴보며 살살 달래어 잔잔한 파도 따라 밀고 나아가야겠다.

자식이든 가족이든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뒤에서 지켜보며 감싸고 밀어주는 관계, 평화로운 관계가 주는 행복감.

봉하마을 현미 낫게 넣고 포실포실하니 갓 한 밥냄새로 깨우는 나의 아침! 소소한 것들의 행복.*^^*

 

 

 

 

 

 

 

오늘 아침 무작위 선곡^^

이 음반 듣다가 영화 <버스 정류장>도 생각나고.

이 중 세번째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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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11-2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엄마가 아침에 두부랑 무랑 파 잔뜩 넣어서 시원한 김치국을 끓여주셨는데 그게 엄청 맛있었거든요. 또 먹고 싶어지는 글이예요. 따뜻한 현미밥과 뜨끈하고 시원한 국이랑 그냥 김치..

아침 맛나게 드셨어요? 이제는 더 맛난 저녁 드세요^^

프레이야 2012-11-22 22:02   좋아요 0 | URL
아침밥 뜨끈하고 맛나게 잘 드셨네요. 그래야 감기도 안 걸리죠.^^
전 굴국이랑 김치찌게랑 고등어랑 김이랑 오뎅볶음이랑 '그냥김치'랑 맛나게 먹고
디저트로 빵이랑 귤이랑 커피였어요.ㅎㅎ 저녁은 주령구빵으로 맛나게 간단히^^
와인 한 잔이랑.(만날 와인 마신단 소리ㅋㅋ)
아이님 엄마(아이님 어머님이라도 이렇게 부르고 싶어요^^)표 김치국에 무요.. 무름했을 것 같아요.
오늘 벗이 '마음이 무름해졌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너무 좋은 거에요.
그 말 제가 가져가겠다고 했어요.ㅎㅎ
날도 차가워질 건데 마음은 무름하게 폭삭하게 그렇게 살아요, 우리^^

댈러웨이 2012-11-23 10:1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먹는 걸로 저 완전 고문시키고 있음. ㅠㅠ 근데 무름이 뭐에요?

프레이야 2012-11-24 13:45   좋아요 0 | URL
댈님, 무름하다는 건 물렁물렁하고 부드럽고 깨물거나 찌르면 튕기지않고 폭삭하니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요. 무국에 무 넣고 푹 끊이거나 생선조림ㅇ이나 매운탕에 무 넣고 푸욱 익은 그 맛과 촉감이요.
우리들 마음도 무름해지자구요. ♥ 전 요새 넘 무름해져 해피무름이야요ㅎㅎ 아프지말고 멋진 주말 보내요.

2012-11-2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란 시간의 섬이다. 라는 말과 그 앞뒤의 표현이 멋지네요. 역시 시인이라 다릅니다. 이 말의 의미에 잠시 머무르며, 좋은 이미지에 머물렀다 갑니다.^^

프레이야 2012-11-22 22:02   좋아요 0 | URL
역시 시인의 산문은 달라요.^^ 이 산문집은 삽화까지도 편안하고 수수하고 착하더군요.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어요.
세상 모든 '멈춤들'의 정거장, 그게 시간이라니.
섬님에게도 편안하고 행복한 오늘저녁이라는 정거장이요.~~~^^

라일락 2012-11-2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은 좋은 일도 많이 하시는 것같아요.
저는 <어머니학교>만 읽었는데, 이 책도 관심이 가네요.

프레이야 2012-11-24 12:18   좋아요 0 | URL
네, 이 산문집은 노골노골 편안하게 읽혀요.
라일락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댈러웨이 2012-11-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포실포실한 페이퍼입니다. ^^ 함민복 시인 올해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목소리 들어보니까 아우 완전 따뜻한 분. <꽃봇대>라는 책도 낸 것으로 아는데, 책 이름이 참 이쁘지 않나요? 책이 좀 많이 팔렸음하는 어쩐 오지랖요. Have a good day,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2-11-24 12:21   좋아요 0 | URL
네, 늦게 좋은 인연 만난거죠.^^ 참 순한 사람 같아요.
꽃봇대,는 몰랐는데 이름 참 이쁘다요~~~
댈님도 하루하루 좋은 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전 오늘 특별한 곳에 가요. 한 번도 안 가본 곳인데 재미날 것 같아요.
간접적으로 파릇했던 시절을 환기해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