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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전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읽지 못했다. 이 책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인터뷰집은 흥하거나 망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좀 있는데 이 책은 김제동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날카로운 번득임이 고루 묻어 있어 흥하는 쪽이 아닐까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내가 읽었던 인터뷰집이라야 고작 지승호가 우리시대 빛나는 영화감독들과 함께한 인터뷰집 몇 권과 조국, 정재승, 정혜신 등 각계 엘리트들의 한겨례 특강을 청중을 앞에 두고 사회자 오지혜와의 대담식으로 모은 <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 지승호가 인터뷰한 박원순의 <희망을 심다>등이다. <배신>과 <희망을 심다>는 점자도서관에서 낭독녹음을 한 책이라 더 인상깊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좀 더 대중에게 알려졌고 티비에서 주 1회는 보게 되는(힐링 캠프), 본인은 싫다지만 소셜테이너로 불리는 노총각이 다양한 분야의 친분관계를 살려 인터뷰이를 택해 자신과 그들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였다.

 

몇 해 전인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국내 모 기업에서 연 환경토크콘서트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작은딸을 데리고 가게 되었다. 복도를 지나다가 하얀색 반팔 피켓셔츠를 입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안경, 생각보다 단단해 뵈는 체구의 남자랑 딱 부딪힐 뻔했는데, 그였다. 주변에 몇 사람의 남자들을 대동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그는 한 시간 반 정도 토크를 이어갔고 무릎을 꿇기도 했고 종반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까지. 환경을 주제로 한 토크라 4대강 이야기도 나오고 토목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도 얼핏 나왔지만 우스개로 정치적인 코멘트는 넘기는 재주를 보이며 시종일관 구비구비 이야기 고개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재능이 돋보였다. 의미심장한 고개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심경을 아주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결핍을 웃음의 소재로 하는 모습도 미더웠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렇게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무대가 있어 행복해보였다.  

 

그래서인가, 상대이 자신이 하고픈 말을 자유로이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김제동이 인터뷰하는 방식이다.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는 각계각층 18명의 인터뷰이를 김제동이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가 준비한 것은 상대가 이야기하고 싶은 걸 물어줄 준비다. 그가 모르는 것에서 과도하게 나아가지도 않고 잘난 척 하지도 않는다. 인터뷰이한테서 배울 건 배우고 얻을 건 얻겠다는 생각이 엿보이는 개방된 대화의 태도다. 나이와 상관없이 인터뷰이 모두가 그에게는 스승이라는 태도가 강점이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겸손하다. 이효리처럼 상대적으로 친분이 더 있는 상대와의 인터뷰는 또 다른 느낌일 텐데, 그것마저도 나쁘지 않다. 굳이 흠을 잡자면, 깊이는 좀 덜하다고 할까. 그렇다고해서 할 이야기가 빠져있다는 느낌은 없다. 장황설을 늘어놓는다고 본질에 가까운 건 아닐 테니. 대화마다 내가 밑줄 긋기해 놓은 부분도 많다. 그건 다음에 다른 카테고리로 하고.

 

특히 안철수, 박경철과 나눈 대화 중 리더십에 대한 부분이 내게 공명한다. (52-52쪽)

 

안> 21세기는 일반 대중이 리더를 무조건 따라가지 않아요. 탈권위주의 시대가 되면서, 지금은 대중이 리더에게 리더십을 부여하지요. 게다가 대중이 리더에게 원하고 갈망하는 자질이 더 중요해요. 현재 대중이 원하는 리더십은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 그리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에요.

 

제동> ...... 어쨌든 리더십은 정의와 연결돼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잊지 않고 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눈다고 말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안> 어떤 사람의 말과 생각은 그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의 행동과 선택이 그사람이더라고요.

 

박> 수많은 구호와 수다, 슬로건은 결국 자신의 콤플렉스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죠.

 

 

저 위의 인용문 중 제동의 괄호 부분은 책을 읽다가 처음엔 좀 헷갈리는 편집인데, 인터뷰어의 독백 같은 것이다.

대화 중간중간에 저런 부분이 있는데 글자체를 좀 달리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제동이 대화로 배우고 사유하고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정리해나가며 성장하는 부분이라 의미가 있다.

 

인터뷰이보다 인터뷰어에게 살짝 더 비중이 갔다고 느끼게 되는 건, 18인의 인터뷰가 끝난 후 신동화, 오광수

두 명의 경향신문 선임기자가 각각 김제동을 심층인터뷰 한 부분과 '이 시대의 보통명사 김제동을 말한다' 편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터뷰이를 통해 인터뷰어 김제동이 더 돋보이는, 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책으로서 더 의미 있다.

 

웃음에 좌나 우를 가릴 수는 없죠. 좌뇌-우뇌로 갈라서 사람이 살 수 없듯이 이분법으로 가를 수 없는 구조,

이게 웃음의 한 구조라고 생각하거든요. (중략)  모든 혁명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웃게 만들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요?

행복하면 웃지 않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웃음은 혁명과 동의어라고 해도 된다는 것이죠.  (중략)

 

여담이지만 저같이 무대에 서는 사람의 가장 큰 기술은 사람을 웃기는 것이라기보다 웃기고자 했던

의도를 숨기는 것 입니다. 웃기고자 했는데 안 웃잖아요. 그럼 빨리 숨겨야 됩니다. 안 들키게 말이죠.

                                                                                                                      (224-225 쪽)

 

눈물 많고 글도 말도 잘하고 책도 많이 읽는 휴먼테이너, 소통의 감수성과 실천적 연대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무엇보다 "웃음은 혁명"이라고 생각하는 올곧은 김제동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이토록 속 깊은 남자가 아직 결혼을 못한 건

단지 인연이 안 나타나서일까. 비가 오는 날 어떻게 술을 안 마실 수 있냐며 너스레를 떨지만 외로움에 몸서리 친다는 총각,

이 책의 수익금은 결혼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서문에 적으며 잠시 행복해져 본다는, 제대로 웃기는 남자다.

 

꼭 안고 자자. 우리.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처럼.

세상이 다 너를 내팽개져도 나는 너를 지킬테니.

세상 소리 다 내 품안에서 못 듣게

내 더운 몸으로 너를 껴안을 테니 아무 걱정 없이 자라.

잠든 사이에도 너에게서 멀어지지 않을 테니.

잘 자.

베개야.

                                                             - 서문 중

 

 

 역시 그는 홍희인간(弘喜人間)을 목표로, 웃기고자 했던 의도를 숨길 줄 아는 똑똑한 개그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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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6-1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의 말과 생각은 그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의 행동과 선택이 그사람이더라고요"

저는 이 부분이 몸서리치게 공감됩니다.
말과 생각은 포장할 수 있지만, 일관된 한사람의 행동과 선택은 포장되지 않으니까요.
특히 특정 상황에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극단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선택도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보여지는 행동과 선택도 그렇습니다. 아니, 일상사의 행동과 선택이 더 어렵겠다 싶어집니다.

프레이야 2012-06-18 20:01   좋아요 0 | URL
저도 격하게 공감되어 밑줄 좍^^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종류의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들로 이어가는 것 같아요.
어떤 행동도 선택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가 그 사람이라는 말인데
거창한 것보다 소소한 일상의 선택에서부터 '그 사람'이 나타는 것이겠죠.
'선택'은 어떤 면에서 '태도'의 문제와도 통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마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