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일리아드 - 고슴도치가족 5
호메로스 원작, 닉 맥커티 지음, 빅터 앰브러스 그림, 박향주 옮김 / 두산동아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그리스신화를 아이들이 읽기 쉬운 만화로 먼저 만난 아이들이 많아 일리아드의 스토리는 익히 알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읽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을까, 내심 초조해하며 책을 내주었다.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뒷이야기를 지어보았다.

이 책은 트로이아전쟁의 뒷부분이 생략되어있기 때문이다. 목마를 이용해 굳건한 트로이아성 안으로 잠입한 그리스병사들이 일순간 트로이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은 여기엔 없다.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 번역하여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 부분을 아이들과 다르게 지어보는 것으로 호메로스다운 상상력을 자극해보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될 것 같다.

어떤 아이는 불을 질러 트로이아군들이 다 나올 때 일제히 공격하겠다고 했고, 또 다른 아이는 장사꾼으로 변장하여 들어가겠다고 하였다. 목마가 아닌 다른 수단을 생각해보던지, 이 전쟁에서 주로 개입하는 신들 이외에 또 다른 신을 의외의 개입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어린이 일리아드>는 아킬레우스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아킬레우스의 성격을 급하고 불같다고 묘사하고 있는데, 후반으로 가면 프리아모스왕이 헥토르의 시신을 찾으러 왔을 때 아킬레우스는 예상보다 넉넉한 모습을 보인다. 신의 지시에 따라서일까. 아니면 프리아모스왕이 가져온 진귀한 전리품 때문일까. 아니면 그리스연합군 최고 장수다운 면모가 보이는 것일까. 반면에 오디세우스는 좀 간교한 성격으로 묘사해놓았다. 헥토르의 용기는 프리아모스왕의 진정한 용기에서 벋어나온 것으로 되어있다.

실제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트로이아 전쟁은 상권을 찬탈하기 위한 무역전쟁이었다고 하는데, '일리아드'에서는 신들이 인간의 운명을 손아귀에 쥐고 "삶과 죽음을 저울질"하고 있다. 전세도 신들이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이쪽 저쪽으로 기운다. 아킬레우스가 프리아모스왕에게 하는 말처럼 그런 '인간은 정말 불쌍하다'.

이 책은 번역상의 헛점인지 잘 모르겠지만, 스토리를 읽어나가기에 박진감이 그리 느껴지는 편은 아니다. 아이들이 읽기에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흐름이 좀 부드럽지 않아서가 아닌가싶다. 아니면 원작의 장엄한 문체를 최대한 살려보려는 노력에서 그런 것이 아닐까싶다.  

이 책에서는 신들이 인간들의 모든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드러내며, 인간들의 싸움을 조롱하고 내려다보면서 조종하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진정한 용기란 무엇이며 우리의 운명이 그러한 것이라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라는 생각을 한번쯤 던져줄 수 있겠다. 수동적이기보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을 간구하고 대응해나가는 것이 순리에 따른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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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4-10-23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잖아도 영화와 함께 읽을만한 책을 찾고 있는데(5학년), 일단은 서점에 가서 대충 봐야겠네요.

프레이야 2004-10-2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더 고학년이거나 청소년이라면 이윤기가 옮긴 국민서관의 <트로이아 전쟁과 목마, 일리아드 이야기>를 권하고 싶네요. 원작은 로즈마리 셧클리프입니다.

책읽는나무 2004-10-2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로즈마리 셧클리프라구요?....^^
며칠전에 셧클리프의 다른 동화책을 한권 읽었던터라 눈이 번쩍 하네요..ㅎㅎ

전 머리가 나빠서인지...읽고 나면 매번 사람들 이름과 지역명을 잊어버리곤 하여...그리스 로마신화나 전쟁이야기의 책은 아무리 읽어도 기억나는게 없네요..ㅡ.ㅡ;;
저도 나중에 한번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04-10-2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셧클리프의 어떤 동화였는지 궁금해지네요, 책읽는나무님, 안녕하셨어요?
우울과몽상님도 잘 지내고 계셨지요?^^

책읽는나무 2004-10-2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안녕하셨어요?
<태양의 전사>를 읽었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