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니쉬의 사상에 심취한 어느 회원 신청도서로 몇 년 간

오쇼의 책을 다섯 권째인가 만나고 있다. 나도 흔쾌히.^^

이 책은 오쇼가 실제 만난 스승도 있지만 영혼으로 진리로 만나 소중한 가르침을

받은 스승과의 위대한 만남을 독자에게 전해 준다. 주로 그들의 사상과 일화 중심이고

문체는 쉽고 그리 딱딱하지 않다. 무조건 그들의 사상에 동조한다기보다, 예를 들어

크리슈나무르티 같은 경우는 오쇼 자신과 조금은 다른 면,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이야기하며 그런 배경이 되었던 신지학파(신지협회는 어린 크리슈나무르티를 억압적으로

키웠다)의 불합리한 면도 이야기하며 적절한 이해를 제시한다.

총 368쪽의 책, 3월 8일 시작해 여태 15시간 소요하여 277쪽까지 녹음한 상태.

이변이 없다면 다음 주쯤 이 책 마치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화차>를 녹음 시작할 거다.

화차, 팀장의 승인은 받아놓았다.

 

 

 

 

보디달마에서 소크라테스까지 모두 20장, 20명과의 위대한 만남을 장별로 펼치는데, 13장 노자에 대한 이야기 중,

언어의 장막과 침묵의 가치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침묵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갑작스런 침묵을 당혹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말로 소통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짐들을 덜어내기도 한다.

어쩌면 말을 통해서는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우리는 말로 소통을 '피하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는 자신의 주위에 언어라는 장막을 쳐서 속내를 감추기도 한다는 것이다.

(251p)

 

 

말은 소통을 위한 게 아니라 소통을 '피하기 위한', 때로는 속내를 감추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쓸데없는 말, 앞뒤가 맞지 않는 허튼 말, 고요와 침묵을 즐기고 있는 순간을 방해하는 허황된 말, 아니  소음.

바보같고 어리석고 잡스러운 말로 마음을 혼란하게 하고 정신을 흐트려뜨려, 위기를 모면하고 얼렁뚱땅 불리한 상황을

넘기려 한 적은 없는지. 말은, 언어는 상대를 위한 배려의 수단이어야 함에도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고 속내를 감추고

위선을 위한 너스레로 자신을 위한 방어벽을 만든다. 이것이 악질인 까댥은, 이로 인해 결국은 말이란 게

마음과 마음이 본질로 닿지 못하는, 불통의 수단이 되고 만다는 데 있다.

간단히 말해, 정작 하고싶고 듣고싶은 말은 세상에 나올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일화는 이렇다.

90년 동안 말하고 쓰는 걸 거부하며 살아온 노자는 이웃과 함께 먼 거리를 산책하는 일을 여러 해 동안 해왔다.

둘은 어떤 말도 허용하지 않았고 아침 인사조차도 수다가 될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이웃의 손님이 찾아와 셋이 함께 산책을 하게 된다.

둘의 침묵이 불편해져 마음이 무거워진 그 손님은 자신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이 느껴 답답했다.

그러던 차에 동쪽에서 해가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보세요! 저기 떠오르는 해가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정말 아름다운 아침이네요!" 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손님이 말한 건 그뿐이었고 손님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산책에서 돌아온 노자는 이웃에게 말했다.

"내일부터는 손님을 데리고 오지 마시오. 수다쟁이는 더 이상 오지 마시오. 말이 너무 많아요.

그것도 쓸데없는 말이. 내가 눈이 없소? 내가 떠오르는 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기나 한단 말이오?

무얼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어떤 저술도 꺼리고 침묵 속에 살아온 노자는 90살에 제자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난 히말라야로 떠난다. 거기서 죽고 싶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도 좋았고 세상 속에서 너희들과 함께 한 것도

좋았다. 하지만 죽음이 다가올 때는 완전한 홀로 있음 속으로 들어가, 세상에 물들지 않은 절대 순수와 고독의 근원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국경을 넘다 그곳에서 노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수비대원에게 3일 감금 당해(제자는 스승의 저술을 바랐기에) 쓴

유일한 저술이 <도덕경>이라고 한다.

3일만에 완성한 노자의 책, 너무나 유명한 첫 문장은 이렇다.

 

- 道를 道라 하면 참된 道가 아니다.

 

'말하는 것은 무엇이나 진리가 될 수 없다'는 뜻. 몸소 경험하고 체화된 것만이 진리라는 말이다.

진리는 굳이 말로 할 필요도 말로 되어질 수도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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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3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프레야님은 도서관에 근무하시나 봅니다. 누군가의 취향에 따른 연속성있는 신청도서를 함께 공유하다니, 그것도 그 사람 몰래... 어쩐지 멋져요~^^
저 책 잼있겠는데요? 노자이야기, 침묵에 대한 인용구 흥미롭게 잘 전해듣고 갑니다. 그나저나 도덕경 진짜 좋아요~~~.

프레이야 2012-03-23 21:08   좋아요 0 | URL
시각장애우를 위한 자원봉사랍니다^^ 제가 좋아 즐겁게 하는 일이에요.
섬님, 저는 아직 도덕경을 제대로 읽어보질 못했어요. 제대로 읽어봐야겠어요.
우리가 하는 쓸데없고 시끄러운 말에 대한 저 인용구, 정말 뜨끔하지 않나요? ㅠ

하늘바람 2012-03-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그리고 멋지게 하시는 자원봉사 그리고 무엇보다 님과 너무 잘 어울려요

프레이야 2012-03-25 14:19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일만 실컷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보다 싫은 걸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더 좋은 거지만..

2012-03-24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5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4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4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5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3-2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침묵이 금이다라는 말에 천번 만번 공감하지만,
그 자체가 너무 미화되는 것은 안 될 일 같아요... 저는 말로 소통을 하기도 소통을 피하기도 한다는 구절만큼, 말이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싶어요... 토해내야 할 것들이 있을 때, 침묵을 강요한다는 것은 형벌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을, 최근에 만나는 내담자를 통해서 느끼고 있답니다. 토해내야 느낄 수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아, 고요 속의 일몰, 너무나 탐나는 광경이네요. 저야 워낙 침묵을 좋아하고 불편해하지 않아서.

프레이야 2012-03-25 14:26   좋아요 0 | URL
침묵이 금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불필요한 말이 진정한 소통을 막고 이기적인 도구로
쓰일 때가 있으니 그럴 땐 참 답답해져요. 말은 뱉는 순간 듣는 자의 몫이 되는데 너무 배려가
없는 것 아닐까 하는... 물론 뱉는 자의 마음의 짐은 덜겠지만 듣는 자에게는 어떨까 하는...
늘상 그런 건 아니고 그런 경우가 있다는.^^
마고님 조용한 일요일 좀 쉬고 있나요? 몸에 무리 가지 않게 열정도 적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