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이 그해 오월의 폭력과 잔인함은 물론 우리 사회 뼛속까지 밴 폭력과 욕설과 야만의 피를
거친 입담으로 풀어쓴 <꽃의 나라>는 녹음 완료했다. 간결한 문체에 대화체가 많아 속도가 더
빨랐는데 종종등장하는 욕설을 내 입으로 녹음하며 배설의 쾌감 비슷한 걸 느꼈다.
교정편집 과정에서 다시 내 목소리를 들어보면 어떤 느낌일지...
내용과 형식, 주제와 언어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 책은 걸맞다. 작가의 의도였지싶다.
알랭 드 보통은 경계를 넘을 때 필요한 것은 언어라고 했던가.
동시에 허무하기 짝이 없는 불통의 수단이 언어이기도 하다.
몸! 험난한 시절을 관통한 고등학생 그들이든 쉽지않은 관계를 이루며 사는 우리들이든
몸과 마음, 육체와 정신의 동시성만이 소통의 수단이지 않을까.
그해 오월, 스스로 낸 담배빵의 뜨거운 화인을 몸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그들은 지금
과연 꽃의 나라로 건너 갔을까.
거친 내용 중에서도 상처를 갖고 논다는 시인에 대한 구절과
상처에 대한 견해를 쓴 책뒷표지의 김경주 시인의 변이 인상적이다.
김경주에 대한 페이퍼는 따로 쓰기로 하고...
<꽃의 나라>를 끝내고 윤성희의 <웃는동안>이나 미미여사의 <화차>를 녹음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회원 신청도서가 늘 우선. 이분은 오쇼 라즈니쉬에 심취한 분인데 이미 내가
녹음한 이분의 신청도서가 몇 권 된다.
<숨은 조화>와 <피타고라스 강의>를 비롯해 모두 라즈니쉬의 책이다.
<위대한 만남>은 '인생에 소중한 가르침을 준 스승과의' 라는 구절이 제목 앞에
부제로 달려있다. 죠셉 캠벨은 생을 영적으로 지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방편으로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일을 최고로 꼽았다. 그게 안 되면 훌륭한 독서를 두번째로 권했다.
그러니 우리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스승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오쇼는 이 책에서 보디달마, 예수, 크리슈나, 니체, 소크라테스 등 모두 스무 명의 스승을
각 장으로 하여 독자에게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준다. 그들에 관해 전해오는 일화를
사이사이에 넣어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게 만남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지금까지 다섯시간 할애하여 94쪽까지 나가있다.
간혹 반복되는 문장은 거슬리기도 하지만 강조의 뜻으로 읽힌다.
1995년부터 월간 PAPER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 황경신이 글과 사진으로 꾸민 책.
'황경신의 한뼘노트'라는 부제가 말하듯, 세련된 사진과 그의 단상들이 오밀조밀하다.
쓰윽 훑어보니 다소 자의식 과잉의 혐의가 있긴 하나, 한가지 음식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는
나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마음의 공간에 슬쩍 이런 책 하나 흘려보려 한다.
장마다 날짜까지 기입해 마치 정성스레 꾸미고 기록한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느낌.
누군가의 흘러가고 흘러오는 생각을 들여다보는 건 묘한 통증을 유발한다.
군데군데 문학작품 속 좋은 구절들을 인용했고 그런 부분은 밑줄긋기를 해둔 게 특이하다.
1장 불협화음에서 152장 흔들리다,까지 모두 152장의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위대한 만남'을 마치고 이 책으로 막간의 휴식(?!!) 후 '화차'를 할까 한다.
57장 '딜레마'는 이렇다.
한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되면, 사랑을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게 된다.
한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되면, 그의 손을 잡고 미래로 걸어갈 수도 없고 혼자 버려두고 뒤돌아갈 수도 없게 된다.
한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되면, 알면서 모른 척하고 모르면서 아는 척하게 된다. 이것이 제1의 딜레마.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다가도 누군가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나는 '이런' 사람 말고 '저런'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나를 다 보여 줄 수 있는 사람이 었었으면 하다가도
누군가 나를 제대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휘장을 내리고 달아나고 싶어진다. 이것이 제2의 딜레마.
오늘은 어떤 페르소나를 쓰고 세상으로 나가볼까.
당신은 오늘 어떤 나를 만나고 싶은가.
-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