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 / 문학동네

 

 

 

오늘 시작한 낭독녹음도서. 연이어 4시간을 신나게 읽었다.

앞서 김훈의 깐깐하고 모호하고 비장한 문장을 읽은 탓에 더욱

이 책의 문장은 아주 쉽고 분명하고 현실적으로 읽혔다.

지난번에 잽싸게 찜해뒀던 책인데, 그보다 앞서 찜해 뒀던 윤성희의 <웃는 동안>이 일단 밀려났다. 

장편소설 <홍합>으로 알고 있는 한창훈 신작 <꽃의 나라>는 표지가 아주 곱상하다.

그러나 내용은 좀 다르다. 오늘 92쪽까지, 책의 3분의 1 정도를 읽었는데, 아직 본론으로 들어가진 않은 듯.

중요한 사건이 나오기 전 배경으로 이미 가정과 중고교에 만연한 폭력과

우리 사회에 판치는 야만과 폭력에 길들여졌거나 방조하는 여러 태도들을 보여준다.

폭력의 고리와 폭력의 근원에 있는 심리도 쉽게 파고든다.

어떤 무서운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전조다.

 

군대 이야기에서 때렸다는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얻어맞기만 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때린 것보다는 맞은 것을 오래 기억했다. 그래서 교사들은 우리를 그렇게 때리는 것이다.

많이 맞은 사람이 많이 때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 되풀이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맞기만 하고 때리지는 않는 첫번째 사람이 될 것이다. 최소한 자식을 때리지는 않을 것이다. (55쪽)

 

'내가 링에서 그렇게 많은 주먹을 내뻗었던 것은 공포 때문이었다.'

권투 선수 알리가 했다는 말이다. ...... 때릴 때의 공포라는 게 있다.

오로지 공격의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 하나. 손을 멈추는 순간 찾아올 상대의 반격.  (68쪽)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저자가 믿는 것은 미움, 미움의 힘이란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273쪽)"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엘레니 카라인드루(Helene Karaindrou) 음악을 자주 들었다고 썼는데,

검색해 보니 그리스의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에 음악도 함께.

테오는 자신의 영화와 그녀의 음악은 정교하게 얽혀있어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작가 한창훈은 "다른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고 고백한다.

 

검색해 좀 들어보니까 머나먼 어느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 같다. 좀 사서 들어봐야겠다.

 

엘레니 카라인드루 / 율리시즈의 시선

 

 

시간의 유해 ost

 

 

 

 

 

 

 

 

 

건너뛰었던 한창훈의 산문집이다.

이참에 다시 관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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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2-21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은 읽어보지 못한 작가라 궁금...

2012-02-21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3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2-02-2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지난 주말에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를 다 읽었어요.
당장 작가님을 만나 회 한접시 놓고 소주한잔 하고 싶었어요.
책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풀어놓지 않은 책밖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흥미로울지 .. ^^


프레이야 2012-02-21 22:35   좋아요 0 | URL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부제도 마음에 끌리더군요.
레와님은 그 책을 읽으셨군요. 저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책 밖의 이야기,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이 말이 더더 좋으네요.

2012-02-22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5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7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2-02-27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려 프레이야님의 녹음 이야기를 듣고 가네요.
저는 처음 보는 작가인데 책표지가 고와서 눈길이 가요.^^

프레이야 2012-02-27 13:23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정말 오랜만에요.ㅎㅎ
책표지가 참 곱지요. 내용은 야만과 폭력의 나라를 다루고 있어서 아이러니하게도 묘한 슬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