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원이가 적녹색약이란 걸 알게 된 건 2학년 때 학교에서 하는 신체검사 때였다. 그러니까 3년 전, 신체검사 후 무슨 용지를 가져와서 내게 주었다. 적녹색약으로 검사결과가 나왔으니 조만간에 가까운 안과에 가서 전문의의 소견을 정확히 받아와서 학교에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아이들 아빠가 적녹색약이긴 해도 여자아이들의 경우에는 잠재인자로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던데 희원이는 좀특이한 경우였다.

그 때 안과에서 하는 검사를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내 눈엔 보이는 숫자들이 희원이 눈에는 안 보이는 것이었다. 적색과 녹색 계열의 점들이 불규칙하게 섞여있는 가운데에 있는 숫자가 전혀 안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공계나 산업디자인 같은 쪽으로는 진학을 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전혀 어려움도 없고 불편도 없다.

이번에 학교 신체검사 결과, 또 적녹색약이니 안과에 가보라는 진단을 받았다. 희원인 이 일에 대해 좀 과민하게 반응했다. 반에서 자기만 그렇다며, 남자아이들이 알면 또 놀릴 거라며 숨기려들었다. 며칠 전 안과에 가서 검사를 하고 의사의 확인서를 받았다. 근데 양쪽의 시력이 0.4 차이가 났다. 난 이게 더 걱정되어 물어보니, 별로 걱정할 바 아니란다. 의사선생님은 꽤 털털해 뵜다. 어쨌든 불편하다고 안경 쓰기를 싫어하는 희원이에겐 다행이다. 2학년 때도 지금이랑 시력검사결과가 꼭 같았는데, 큰일 났다싶어 안경을 당장 두 개나 해서 끼고 다니게 했었다. 원시에 한 쪽만 시력이 안 좋으니, 안 좋은 쪽만 렌즈를 하고 다른 쪽은 돗수가 전혀 없는 안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불편하다고 안 끼기 시작하더니 그 안경 다 어디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안과에 간 김에, 희령이도 적녹색약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검사를 해 보니 역시 그랬다. 아빠의 인자가  두 딸에게 다 나오다니. 그래서인지, 희원이도 희령이도 더 어릴 때 연두색을 노란색이라고 해서 나를 의아하게 했다. 안과를 나오며 투덜대는 희원이에게 난  "그래도 색맹이 아닌게 어디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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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6-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울 신랑도 적녹색약인데... 증세가 어떤 거죠?
우리 딸이 숫자랑 색은 월령에 비해 굉장히 빨리 익혔는데, 이상하게 보라색만 못 익혀요.
불안 불안 불안...

프레이야 2004-06-0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계열과 적색계열이 섞여있으면 두 색의 구분이 안 되는 거에요. 따로따로 있을 땐 아무 이상 없구요.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근데 마로가 보라색만 못 익히는 건 아직 어려서일 거에요. 마로는 잠재인자이면 좋을텐데...

nugool 2004-06-0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적녹색약이 의외로 꽤 있군요... 정말 신기하네요... 따로 있을 땐 이상없는데 섞여 있을 때만 구분이 안되는 것... 그럼 신호등은요?

프레이야 2004-06-0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호등은 괜찮아요. 따로 있잖아요. ^^ 근데 우리 신랑, 오래 전에요, 벽돌색 면바지보고 카키색 바지 갖다달라고 해서 절 완전히 혼란에 빠뜨린 적 있어요.^^

nugool 2004-06-0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행이네요.. 아~ 벽돌색이 카키색으로 보이는 거군요... ^^;;;

조선인 2004-06-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좀 안심이 되네요.

프레이야 2004-06-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새벽별을 보며님, 전 아마 아닐걸요. 그렇다면 저의 아버지가 색약이어야 하는데요.^^
제 남편은 카키색과 벽돌색 바지 헷갈려요. 처음엔 무척 놀랍더군요.

다연엉가 2004-06-0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으니 참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