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 정호승 <꽃을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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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나라' 62호 표지에는 흑백의 벚꽃이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벙글어져 있다.
그리고 이 시!
칼을 버리면
인내하며 더 깊어진
꽃이 피어서 들어온다.
보지 않으려 눈감았던 그것이 아프다아프다 피어있다.
요즘 '은교' 편집 중이며 라즈니쉬의 '숨은 조화'를 끝부분 녹음중이다.
우리 집에도 있는 아주 오래된 누런 종이에 깨알같은 글씨가 박인 책이다.
대구에 사는 회원의 신청 도서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 분은 전에 '피타고라스 강론'도 신청한 60대 남자분이라는데
라즈니쉬에 심취한 분 같다.
전에 그 도서(1,2권)를 내가 녹음했었는데 이번에도 내게 해달라고 부탁했다해서 기뻤다.
시력을 잃기 전 오래전에 읽고 집에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다시 귀로 읽고 싶어 신청을 한단다.
'숨은 조화'는 헤라클레이토스 강론이다.
대우주의 전체성에 합당하게 살아가는 조화로운 삶을 의미하는데
녹음 중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이 아주 많다.
"모든 불행은 그대가 상궤를 벗어나 어디론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존재한다.
즉시 돌아오라, 그대의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본질과 내면적인 존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때,
그대는 더욱더 행복해진다.
본질의 소리를 잘 듣도록 하라.
로고스에 귀를 기울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