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황인숙 [자명한 산책] 중
김형경이 '사람풍경'에서 의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인용한 황인숙의 시 '강'의 전문이다.
사랑이나 우정의 가면을 쓰고 행하는 상호의존 혹은 공의존 관계,
그런 방식은 서로 병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여서 두 사람 모두에게 위험한 관계였다고,
그런 관계에 고착되면 내면의 좋은 성향을 발현시킬 수 없고, 성장을 향해 노력할 수 없고,
내 삶을 추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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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은 정신분석의 끝에서 피면담자가 느끼는 감정에 '고립무원의 느낌'이 있다고 한다.
"아무한테도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의존성이 극복되는 지점, 우리가 진정으로 독립할 때 맞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 [사람풍경] 12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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