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낭독을 시작한 책이다.   (출판사 산지니)

     부제는 '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보다'이다.

     저자 김훤주는 1963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2006년 12월 마산창원환경운동연합이 주는  

    녹색언론인상을 받았다. 2007년 1월부터는 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을 하 

    고 있다. 병들어 누워있는 아내와 아들 딸 하나씩을 둔 가장이다.  

    딱딱한 내용이지만 부드러운 인상으로 읽히는 이유는 그의 문체, 상당히 겸손한 문장과  

    겸양조의 높임체에서 오는 낮고 소박한 태도 때문이다.  도움말을 준 사람들의 말을 인용부호 

                                           를 이용하여 그대로 전하며 과격한 주장도 피한다.

                                           내용도 충실하여 낭독하는 재미가 있다. 

                                           습지와 인간 블로그 http://sobulman.tistory.com 

 

 내용 중에서 이런 시도 나온다. 책이 저자의 표정처럼 순하게 읽히는 비결이다.  

창녕 대지면 석동 출신의 시인 성기각의 시 "토평천"을 옮겨본다.  

 

화왕산 정기 받아 넓은 들 안고 

굽이쳐 흘러가는 맑은 토평천 

토끼풀 가는 모가지에 꽃을 맺는 냇가에 서면 

대지국민학교 나갈 종소리 낭랑하게 퍼져오고 

여름 내내 우리는 

선생님 몰래 멱을 감았다 

돌틈 사이로 메기 잡는 

병우가 냇물 깊은 곳으로 자맥질하면 

꼭순이는 

검정고무신 넘치도록 피라미를 잡았다 

말매미 울어샀는 버드나무 

마파람은 여지없이 거미줄에 걸리고 

수박서리 하러 갔던 홍경이가 멱살 잡혀 돌아오면 

오후 수업 시작종은 사분의 삼박자로 이어졌다 

종소리에 놀라 우리는 제각기 

물에 젖은 깜장빤쓰를 입고 

발목 붙잡는 고들빼기 농로를 지나 

물새궁둥이를 흔들며 교실로 달려갔다.  

 - 성기각,  [토평천]    54쪽

 

토평천은 화왕산 북서쪽 열왕산에서 비롯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고암면 감리못을 거쳐 성 시인의 모교인 석동의 대지초등학교 앞을 지나 소벌(우포)로 나아갑니다. 토평천은 여기서 소벌의 막내 쪽지벌을 지난 다음 낙동강을 향해 느긋하게 흘러갑니다...... 토평천은 경관과 생태가 살아 있습니다...... 그이의 시 "토평천"은 여름철 물가 아이의 일상을 꼼지락꼼지락 보여줍니다...... 성 시인이 1960년생이니까 여기 정경은 '국민'학교 4-6학년, 1970-1972년으로 짐작되는 여름날 학교 풍경이겠지요. 중략...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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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없는 나는 이 시에 나오는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다.  어린시절의 경험을 떠올려 소박하게 건져올린 시어들이 그 자체로 활동사진처럼 생생하다.  말매미 울어쌌는 버드나무, 사분의 삼박자 경쾌한 오후 수업 시작종소리, 물새궁둥이 닮은 아이들의 궁둥이!

내 국민학교 시절을 떠올려봐도 토평천은 아니어도 물이 먼저 생각난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완전히 주택가가 되었지만 당시는 소풍만 갔다하면 거기로 갈 정도의 멋진 장소가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면 있었다. 무주구천동 계곡을 떠올릴만한 물 많고 물 맑고 물 깊은 계곡이 있었고 물소리가 요란했다. 물이 회오리 돌며 하얀 거품을 일으키던 곳에서 삼남매와 친정아버지 이렇게 넷이서 찍은 사진은 우리 네 명이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사진 속에서도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것 같았는데 그 많던 물은 언젠가부터 다 사라져버렸다.  

또 한 번의 물은 국민학교 4학년 때 작은이모를 따라 서울 사는 큰이모집에 놀러가서 함께 갔던 청평유원지. 그 물은 넓고 깊어 보여 튜브를 타고도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물이 지금도 무섭다. 수영복을 입고 배 볼록해서 인상 쓰고 서있는 옆모습사진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갔는지 없어졌다. 당시 사촌오빠들과 언니가 그 사진을 보고 놀릴 때면 약이 올라 뾰로퉁하곤 했었다. 흑백사진 속의 아릿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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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6-07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이 녹음하신 거 듣고 싶어요.^^
어릴때 사진보고 놀림 당했던 기억이 있는 저도 늘 약이 올라 뾰로통했었답니다.ㅎㅎ

프레이야 2009-06-07 09:37   좋아요 0 | URL
지금은 얼굴색이 흰편인데 초등저학년 땐 약간 가무잡잡했어요.
특히 이마가 반지르하면서 가무잡잡했지요. 배도 볼록ㅎㅎ
섬님도 뽀로통 ㅋㅋ

반딧불이 2009-06-07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좋은 책들을 낭송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멀미때문에 차타고 책을 못보는 체질이라 Ipod을 이용하고 있어요. 혹시 프레이야님의 낭송 파일을 저도 들을 수 있는건가요?

2009-06-07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7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9-06-07 23:11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 하는 일이라 즐거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