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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을 소개합니다 - 조금은 달라도 행복한 나의 가족 이야기
이윤진 지음, 하의정 그림 / 초록우체통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오늘은 어버이날. 어제 우리집 작은딸과 아빠는 또 갈등을 빚었다. 요즘 12살 작은딸이 사춘기 징후를 많이 보이고 있어서 감정을 다뤄주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아빠와 내가 아이에게 갖는 감정이나 그 표현방식이 같을 수는 없지만 옆에서 보기에 큰딸에게 대는 잣대와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있는그대로 받아들여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아이는 어젯밤 많이 울다 잤고 아침에 아빠 가슴에 꽃 달아드리고 카드도 드릴 거라고 했던 말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나는 같이 누워 안아주고 많이 다독이고 엄마아빠가 저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음을 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아침에 아이를 안 깨운 것, 그건 내 실수다. 일찍 출근하는 아빠라, 내가 아침에 일찍 아이를 깨워주기로 했던 건데 오늘이 어버이날이란 것도 난 잊고 아이를 깨우는 걸 깜박했다. 결국 아빠는 아이가 아무 기척이 없으니 섭섭했고(뭘 기대하긴 했나보다^^) 나가면서 한 마디 하길래 그제야 아이를 급히 깨웠다. 왜 늦게 깨웠느냐고 아이는 내게 투덜댔고 엘리베이터는 이미 1층으로 내려가 있었다. 오늘밤에 달아드려도 되겠지? 엄마, 이러며 어젯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아니 정말 다 잊고 아빠를 생각하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아이는 아침에 유난히 맑은 음성으로 내게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집을 나갔다.
아이가 어른보다 훨씬 마음이 넓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아침에도 그랬다. 자꾸 뭔가 충돌하고 갈등하고 속을 끓이는 게 속상하다. 하지만 예민하고 정 많은 성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3학년 때인가, 아이가 쓴 가족을 소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극히 아이답게도 도식적이었고 아이가 엄마아빠에게 어느정도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제는 학교에서 우리 부모님의 좋은점을 다섯가지 적어왔다. 그리고 아이가 바라는 점도 다섯가지 적어왔다. 꽤 긍정적이다. 인정하고 기대하고 원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단하지만 적혀있었다. 내 가족을 소개한다면, 아이는 어떻게 적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의 부제처럼 '조금은 달라도 행복한 나의 가족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조금은 다르다는 말이 우리집에 적용되기엔 이 책의 경우들과는 다르지만, 모든 가정이 다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이 책에 소개된 다섯 가족의 이야기는 아프고 쉽지 않지만 훈훈하고 밝게 그려진다. 한부모가정, 조부모가정, 재혼가정, 입양가족, 다문화가정 등이 소개된다. 실제로 주위에서도 날로 늘어나는 가정 형태다. 3학년 3반 아이들의 이야기인데(우리집 작은딸도 2년 전에 3학년3반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잘 모르지만 알고보면 모두 다른 가족구성원이다. 하지만 다시 알고보면 보면 행복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는 소망은 다 같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고 다양해지고 있는 요즘 '다르다'가 '나쁘다'와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의 편견을 깨어주기에 적절한 이야기들이다. 아이들은 편견을 갖기도 쉽지만 그만큼 그걸 깨기도 쉽다. 그걸 깨어주는 몫은 어른들에게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작가는 이야기 속 어른들의 무게도 적절히 주고 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이들과 감정을 나누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유머와 온기를 잃지 않고 있는 문장과 대사도 좋다. 아이와 다른 아이들, 아이와 가족이 화해하게 되는 이야기가 타당해 보이고 따뜻하다.
주인공 아이들의 아이다운 심리가 이야기속에 잘 녹아서 전개된다는 게 장점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장 섭섭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결국 마음 속 진실을 알고 서로 표현하고 안아주는 전개방식도 자연스럽다. 너무 착하지도 너무 나쁘지도 않는, 아이들의 딱 그만큼의 순수하고 선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아이들은 참 마음이 넓다.
어려운 단어도 없고 술술 잘 읽히는 글이다. 초등 3학년 정도에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