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님이 제게 주신 선물이랍니다.^^ 콧날이 시큰해지는 풍경이에요.

 

 

동행

                                                -박성우


멈추어 있는 듯
움직이는 리어카 더얼컹,
지푸라기 낀 바퀴는 굴러
관촌 주천들녘 농로 돌아
살얼음 낀 오원천(烏院川)
주천다리에 멈춘다

손잡이 놓은 여자는
콧물 훔친 목장갑 벗고는
봇짐처럼 실려온
여자아이의 볼을 비벼준다
킁, 해도 가만있는 아이
물코를 닦아 몸뻬바지에 닦는다

다리 위의 두 여자는
조용조용 중얼중얼
들판을 보고 먼 산을 본다

짐칸에 탄 아이가
고개 끄덕이자 몸뻬바지는
허리를 굽혀 리어카 당긴다

리어카 끌고 마을로 가는
몸뻬바지 며느리도
아이가 된 시어머니도
된서리 맞은 허연 볏단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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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12-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후후후후- 이게 여기까지 왔군! 아 좋아라.

다락방 2007-12-07 23:08   좋아요 0 | URL
으쓱 :)

소나무집 2007-12-0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어머니한테 치매가 온 모양이네요. 며느리도 같이 늙어가면 친구가 되는 것 같죠? 시어머니가 건강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네요.

프레이야 2007-12-07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덕분이지요^^
소나무집님, 그래요. 아이로 돌아간 어머니..
살청님, 시 선물도 명함 선물 못지않게 좋아요.
다락방님의 외모는 눈부신 걸로 이미 증명되었다구요.ㅎㅎ

다락방 2007-12-0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혜경님.
옮겨와주기도 하셔서 정말 감사해요.
읽으시고 좋아해주기만 하시면 그걸로 정말 족했거든요.
읽으면서 혜경님 생각했었어요. 아, 혜경님이 참 좋아할 만한 시다, 하고 말이지요.

얼마전에 혜경님의 에세이-그 뭐지요? 배꼽이랑 빨간색이 나오는 그 에세이요-
혜경님처럼 글 잘 쓰는 엄마를 둬서, 혜경님의 자녀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눈부신 글이었답니다.
:)

프레이야 2007-12-07 23: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늘 마음으로 고마워하는 거 아시죠? 으쓱^^ 헤헷..
딸은 늘 애틋해요. 여자끼리의 무언가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