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 목욕탕 타일은 누가 붙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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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집 목욕탕 타일은 누가 붙였을까?” 아침에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관련돼 있을 경우, 얘기는 좀 달라진다. 예컨대 그 사람이 창문을 닦았을 때 궁금증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바쁜 사람이 왜 창문을 닦았을까? 창문을 떼서 닦았을까? 위험하게시리 그냥 매달려 닦았을까? 못 쓰는 자동차 윈도 브러시로 닦으면 좋은데 그걸 알기나 했을까? 고무장갑은 끼고 닦았나?….

    무관심은 질문을 공허하게 만드는 반면 사랑은 질문조차 해답으로 만든다. 사랑은 도구다. 그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조각도가 되며 내 꿈을 매다는 풍선이 되고 사랑하는 이의 꿈 속으로 태워다 주는 배가 되기도 하며, 사랑하는 이를 나의 기다림으로 초대하는 초인종이 될 때도 있다. 사랑이 조각도라 하여 꼭 날카로울 필요는 없다. 또 풍선이라 하여 반드시 커다랗고 화려할 필요도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 세상을 향해 미소를 보내는 사랑이라면 소박한 만큼 더 아름답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다정한 마음으로 사람을 보자.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분노는 자신을 할퀴고 증오는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다. 아침에 들리는 새소리, 등교하는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갓 구운 빵을 진열하는 흰 모자 쓴 빵집 아가씨의 콧노래를 감상하자. 세상에 이로운 것은 발명, 발견이라기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숲을 거닐며 나무들에, 바닷가를 거닐 때 파도소리에 감사하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행인, 상점들, 심지어 포장된 길과 가로등에 친절한 인사를 던지면 당신의 하루는 행복해진다.

    대선을 앞두고 사회 전체가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는 요즘, 파당(派黨)과 지역에 따라, 또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들이 대결과 갈등의 양상을 보이며 불협화음을 연주한다. 이해와 연민으로 감싸인 방패는 내던진 지 오래다. 주장이라는 칼과 모함이라는 총만이 그들의 손에 들려 있을 뿐이다. 마음속에 사랑을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창을 닫았으니, 그들이 보는 세상은 암흑과 같다. 대상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나 자신을 볼 수도 없다. 상대방을 인정하는 일이 곧 나를 부정하는 일이니 그들에게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요즘 역이나 터미널 인근 식당의 풍경. TV에서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금세 두 패로 갈린다. 뉴스가 마음에 드는 사람과 갑자기 인상을 쓰며 숟가락질을 거칠게 하는 사람들. 택시를 타도 그렇다. 예민한 사안에 대한 기사 아저씨의 질문에 대꾸를 잘 해야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저마다 자신들의 관점과 이익에 따라 목청을 돋워, 사회 전체가 낙찰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매장처럼 소란스럽다. 모든 요구와 요구들이 칼끝이 무뎌질 때까지 부딪치고 있다. 그 와중에 세상은 갈수록 힘을 잃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쓰러질 것만 같다.

    그러나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에게는 사랑이라는 용광로가 있다. 갈등과 분열, 증오와 분노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세상을 빚어내는 과정에서 존재해야 하는 필요악일지 모른다. 내가 나의 일상에 대답할 수 있고, 스스로 나의 어설픔을 껴안을 수 있으며, 결국 나를 사랑할 수 있다면 타인과 빚게 되는 반목과 갈등도 결국은 커다란 의미의 사랑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의 소소한 풍경과 장면에 대한 관심은 사회를 평화롭게 만드는 큰 사랑의 첫걸음이다. 우리 집 목욕탕에 타일을 붙인 그 사람도 분명, 어느 집의 사랑 받는 아버지일 것이며, 또 사랑 받는 아들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분명한 건, 그 사람도 누군가를 사랑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      김창완 가수·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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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 내 생각..

    우연한 기회에 이 글을 읽게 되었다. 가수 김창완의 글이다. 어느 누구 문인의 글보다 마음을 울리는 글이다. 내 갈등에 힘이 된다. 요즘 나는 몇가지 일 때문에 마음이 무척 소란스럽다. 유야무야 덮고 넘어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런 방법이 결코 좋지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자꾸 흔들렸다. 결론을 내렸다. 따질 건 따지고 넘어가자. (내가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말씀하신 어느분의 말이 거슬리는데, 참, 따지기 좋아하는 게 내 힘이다. 왜? ㅎㅎㅎ) 늘 방법이 서툰 나지만, 지금의 갈등이나 분노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를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아닌 것에 타협하는 것은 포용이 아니다. (뱀꼬리: 옆에서 역성 들어주며 앞뒤 맥락도 모르는 소리 하는 어느 나이 많은 분에게 더 화가 난다. 나이 먹어 가는 것과 힘 있어 보이는 쪽에 붙어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것이 동일어가 되어가다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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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인 2007-11-2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관심은 질문을 공허하게 만드는 반면 사랑은 질문조차 해답으로 만든다." 라는 말.
    너무나 철학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군요.
    역시 싱어송라이터답게 얽혀있는 사람의 마음을 타협하도록 만드는 군요.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도 사랑의 일환이 아닐까요?

    프레이야 2007-11-28 11:30   좋아요 0 | URL
    얽혀있는 사람의 마음을 타협하도록 만든다는 전호인님의 말씀도
    참 좋습니다. 지금 제 마음에 딱 들어맞는 말이에요.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도 사랑의 하나, 맞습니다.^^

    네꼬 2007-11-2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찜했어요, 저 이거. (^^)

    프레이야 2007-11-29 09:34   좋아요 0 | URL
    네꼬님, 굿모닝!!
    김창완씨 글이 참 좋지요. 역시 사람이랑 글은 닮아있나 봐요.^^

    씩씩하니 2007-11-2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창완의 그런 면 좋아요...자전거를 타는 김창완이 딱 그려지는 그런 글인걸요..
    님 그리고 저도 따질껀 따져야하는 성격인데..예전엔 저의 그런 모습 자체를 고민했지만,
    이제는 나는 따지지 않으면 그 사람을 보구 웃을 수 없구 그거 자체가 스트레스 되서 못견디는 사람이니..아 별꺼 있냐,세상 일단 내가 편하고 봐야지.하면서,,따집니다!!!
    님도 편하게 따지시구..그래서 더 편안해지시길....
    턱없이 나이 만으로 모든 것을 자기 기준에 맞춰주길 바라는 분 그런 분 제일 힘들지요..
    님 힘내세요~~~~~~~~~~~~~~~~~~~~

    프레이야 2007-11-2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따져서 이야기하고 상황에 대한 잘못된 해석 지적해 드리고
    그래도 젊은 사람이 덤벼서 죄송하다고 하고 그렇게 웃고 넘겼어요.ㅎㅎ
    고마워요, 신경써주셔서요. 상대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들면 뭐 못할 게 있나요. 그래도 아닌 건 아니거라고 못 박았드렸답니다. 잘했죠.ㅎㅎ

    마노아 2007-12-0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창완님의 푸근한 미소가 떠올라요. 원래도 좋았지만 더 좋아집니다.
    혜경님 문제는 잘 해결되었나봐요. '얘기'해야할 때를 포착하는 타이밍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요즘이에요. 말을 해도 고민이 되고 안 해도 고민이 되고, 그런 갈등 속에서 하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는데 귀찮다며, 혹은 불편해질 것을 두려워하며 넘어갈 때가 많아요. 그래놓고 또 불편해 하죠. 이 악순환을 빨리 끊어야 할 텐데요. 앗, 나의 주저리가 너무 길었습니다..ㅜ.ㅜ

    프레이야 2007-12-01 09:1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어제 마이클 클레이튼 영화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진실을 숨기고 조작하고 다들 같은 꿈을 꾸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들,
    터뜨려야할 '때'를 놓치지 않는 감각, 말하지 않고 불편한 것보다는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창완님 참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