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용도로 사용된 최고의 사진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우스꽝스럽고 황당하고 놀라운 민낯을 드러내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경우 사진은 순전히 악을 위해 이용될 수도있어요. 사진의 가장 진부한 용도는 무언가를 팔아먹기 위한 거예요. 저는 셀카가 이상적으로 위조된 자기 모습을 자신에게 팔아먹으려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정말 슬픈 일이죠.
위대한 작가 대부분은 시를 포함해 훌륭한 문학 작품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사진은 어떨까? 데이비드 베일리에게 먼저 물었다.
데이비드 베일리1960년에 시작된 끔찍한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킨 건 다름 아닌 사진 한장이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네이팜탄의 폭격에 옷을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뛰쳐나오는 한 소녀의 사진이었죠. 사실 그 사진은 보도용이었습니다.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포착한 것이지 예술 작품은 아니에요. 사진을 찍는(taking) 것과 사진을 제작하는(making) 것은 별개입니다.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때와 장소를 적절히 선택해 찍은 사진은 중요한 의미가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진을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500명의 사진작가가 당신 옆에 나란히 서 있다면,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사진을 찍을 겁니다. 그걸 예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