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 - 석혜원 선생님의 지구촌 경제 이야기
석혜원 지음, 고상미 그림 / 다섯수레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용 경제관련책은 늘 아쉬움이 남았다. 한동안 부자아빠를 강요하는 일련의 실용서들이 부자이지 못한 대개의 아빠들 기를 죽인 적도 있다. 어린이 책에서도 돈을 모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내용을 보이는 책들이 있다. 목적이 옳으면 과정이 모두 옳은 것일까. 물론 돈의 소중함과 가치를 어릴 때부터 알게 하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심부름이나 집안일 도우기 같은 소소한 일로도 돈으로 대가를 받아 그걸 저축하는 모습을 최고인양 선보이는 책들은 늘 마뜩치 않다. 아니면 동화형식을 빌어 별 내용 없는 이야기를 몇 명의 등장인물이 엮어가게 하면서 설명글이나 만화로 빈자리 메꾸듯 지식정보 면을 채워주는 책도 있다. 그런 책은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읽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동화부분은 뛰어넘고 지식정보란만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용돈 좀 올려주세요’를 쓴 석혜원님의 이 책은 그런 아쉬운 부분을 넘어서 있다. 알토란  같은 내용들을 조목조목 명확하게 짚어주며 알쏭달쏭한 경제관련 용어들까지, 차근차근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모두 11장, 46꼭지로 Q&A가 하나의 물결을 타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그 출발은 ‘잘산다는 게 무슨 뜻인가’라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물음이다. 쉽고도 어려운 질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우리의 경제와 세계의 경제로 나아가, 세계화와 지구촌으로 모인다. 목차를 쓰윽 훑어보면 책은 지금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고 변화에 적응하기를 적극 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4월 초판인 이 책은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 경제인들에게 진취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려고 군데군데 중심을 잘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997년 시작된 IMF 외환위기와 극복에 대한 대략의 내용과  FTA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은 그런 면에서 좋은 정보가 될 듯하다. 여러 가지 경제관련용어가 생소하여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의 더 깊이 있는 독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초등 6학년 정도가 읽으면 좋은 눈높이에서 풀어놓았다. 뒤에는 ‘찾아보기’와 좀 더 기억하기 어려운 ‘경제용어풀이’를 묶어놓았다. 전체적으로 내용을 풀어감에 전혀 딱딱하지 않고 친근한 어투를 쓰며 필요한 도표와 삽화, 사진도 적절히 배치해 두었다. 아이와 선생님이 간단히 묻고 길게 대답하는 형식인데 내용상의 군더더기가 없고, 간지러운 곳을 잘 긁어준다.

 잘산다는 건 가치관에 따라 주관적인 기준이 생기는 것이므로 모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여기서 다룰 ‘잘 살기’는 그 범위를 좁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겠다는 것이다. 경제적 의미로 잘산다는 기준은 ‘국민소득’이라는 지표로 가늠할 수 있다고 슬슬 경제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연한 순서로 국내총생산과 국민총소득, 그에 따른 경제성장률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1962년에서 1981년 동안 약 30배의 성장률을 보였고 수출은 약400배의 신장을 보였다. 여기서 급성장의 폐해(황금만능, 환경파괴, 근로자들의 희생, 도시인구과열 등)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요즘 우리아이들 중에 돈이면 다 좋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눈치였다.

 

 ‘경제성장이 곧 경제발전은 아니다’는 개념에서 올바른 경제발전으로 이야기가 나아간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면이나 국제경쟁력 등도 따진다는 점, 그리고 경제적인 면으로의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과 공업화의 정도를 본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날의 선진국이라면 여기에 환경평가도 첨가되어야하는 게 아닐까 여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은 스위스 같은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니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13꼭지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요?’의 답변은 감상적이지 않고 현실적이라 믿음이 간다. 1998년 런던의 한 대학교수가 조사한 각 나라별 행복지수의 결과를 언급하는데, 알고 있듯이 1위는 방글라데시다. 2위는 아제르바이잔, 5위는 인도, 미국은 46위, 프랑스가 37위, 그리고 우리나라는 23위로 나왔다. 즉,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생활수준의 차이가 크거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연 지금의 우리가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을 정말 부러워할까? '자발적 가난'이 정신적인 면을 넘어 새로운 미덕이 되고 있는 건 풍족함에 싫증나고 경쟁에 지친 자들의 어쩌면 배부른 노래가 아닌가. 인도인들도 가난은 모든 죄악의 근본이라 하고 부 없는 덕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자본주의가 어쩌니 해도 경제적 생활수준이 더 나빠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경제성장으로 이룬 자본의 혜택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나라, ‘다시 말해 국민의 행복 지수가 한 단계 높아지는 나라’를 물려주고 싶은 게 어른들의 바람'이라고 저자는 조심스레 말한다.

 잘사는 나라,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가 한 단계 높아지는 나라, 경제발전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나라를 위해 책에서는 우선 경제성장을 이루는 가장 큰 요인으로 무역을 거론한다. 오늘날 세계화니 지구촌이니 하는 용어는 무역의 중요한 결과이기도 하고, 무역은 세계화 전략의 생존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역’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2천여 년 전의 사마천(출처는 밝혀두지 않아서 갸우뚱)과 실크로드, 동북아 해상무역을 주도한 장보고 등을 언급한다. 오늘날 우리의 수출품목에서의 변화도 일목요연하게 도표화 해 두었다. 또한 수입품목과 그 변화도 도표화하며 ‘수입 먹을거리는 다른 것에 비해 값이 싸니까 국내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지적하고 공산품의 수출을 늘릴 수 있다고도 한다. 지금 우리 농산물이 위협을 느끼는 사태에 대한 또다른 시각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지 않고, 그것이 석유무기화처럼 식량무기화가 일어날 수도 있느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민 단체들은 농산물 시장 개방이 식량 자급률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농산물 수입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처럼 식량 자급률 목표를 설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귀띔해 두었다. 우리 수출 품목 중 특이한 것은, 소전(素錢)이다. 소전은 액면가와 각종 문양이 새겨진 동전을 만들기 전의, 반쯤 만들어진 상태의 동전이다. 세계 각국의 동전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수출되는 우리 기업의 소전은 세계 소비 동전의 절반이 넘는다고 하는데 나도 아이들도 새로이 알게 된 반가운 사실이다.

 내용은 잘사는 나라를 위한 세계화로 귀결된다. 정보뿐만 아니라 무역을 통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하나의 시장이 되어가는 현상을 세계화로 정의한다. 물론 경제저 의미의 세계화다. 얼마전 어느 님의 서재에서 '아픔의 세계화'라는 말에 공감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의 그것을 위해서도 우선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무역과 자본의 거래가 자유로워지면서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등이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오가게 된 오늘날의 지구촌에서 경쟁력 있는 나라, 잘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해야 할 일로 생각을 모으게 한다.

 

 세계화의 시대에 더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빠뜨려서는 안 될, 우리전통과 문화에 대한 각별한 지킴이 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세계화의 이름으로 압박하는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현실적인 방안과 피해 보는 측에 대한 구체적 보상 방안에 대한 상기, 그리고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선진국의 힘이 커지면서 잘사는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소득차이가 더욱 심해지는 등의 부작용을 간과하지 않게 한 점은 바람직하다. 자본의 세계화와 그 음험한 폐해,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여기 어린이책에서 깊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러기 이전에 세계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며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수레에 비유하여 수레를 끄는 정부, 뒤에서 미는 개인의 조화로운 작용을 말한 것은 선의로 읽힌다. 그런데 수레를 끄는 게 정부가 맞는지, 이점은 경제에 밝지 않은 나로서는 다소 어리둥절하다. 그래도 여러가지 면에서 고학년 경제관련 책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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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2007-08-22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는 평을 언젠가 봤는데 여기서도 봤으니 꼭 보렵니다~

프레이야 2007-08-23 07:59   좋아요 0 | URL
작은도서관님, 굿모닝!! 아이들에게 경제에 대한 균형있으면서도
발전적인 생각을 심어줄 수 있을 거에요. 경제관련 용어들도 이해하기
쉽게 연결고리를 엮어가며 풀어놓아 마음에 들었어요.
모의 FTA 협상도 해봤는데요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그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아이들 스스로 느껴보구요.^^

몽당연필 2007-08-2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교육...넘 어려워요. 저도 받아보지 못한터라..
아이가 1학년이 되면서 어떻게 해야할까...고민만 하고 있다니깐요. ㅠㅠ

프레이야 2007-08-23 14:42   좋아요 0 | URL
몽당연필님, 하기야 우리 어릴땐 뭐 이런 책이라도 있었나요.
요즘 아이들은 좋은책 읽을 게 참 많아 좋겠어요. 그래도 안 읽죠 ㅎㅎ
초등1학년이면 아직 경제개념은 좀 어려워할 것 같은데요.
(중1은 아니죠?^^) 아직 고민하지 않으셔도 될 듯해요.
어린아기랑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