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종일 겨울비가 차갑게 내리더니
오늘은 다른 날입니다.

여울 님 여섯 번째 전시가 어느새 오늘 마감일이네요.
그날, 불쑥 갔는데 따스하게 맞이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여러가지 소재의 만남과 손으로 만져지는 재료의
물성과 물성, 여러 면에서 온기있는 시선이 돋보였어요.
특히 응시, 라는 부조는 익살스럽기까지 합니다.
포항 구도심 낡은 골목에 아닌 듯 앉아 있는 문화공간
2층으로 올라가는 좁다란 계단도 정겨웠어요.
그곳, 부산이 고향이라는 관장님의 문화 전도사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도 느껴졌어요.

그날은 바람이 제법 부는 날이었어요.
장기면 유배문화체험촌을 먼저 둘러보았어요. 다산이 처음 유배 온 곳입니다. 마루에 내려앉은 겨울햇살이 목화솜을 담아 둔 광주리 위로 포근하게 느껴졌어요. 해설사가 권해준 대로 장기읍성까지 차로 올라갔습니다. 걸을까 하다 높은 곳을 보니 오금이 저려 읍성 걷기는 포기했어요. 봄날 따뜻할 때 다시 오자 생각하고 내려와 시내로 달렸어요.
구도심 골목을 뒤져야겠다 생각하고 담벼락에 주차했는데, 자동차 뒤쪽 타이어 바람이 꽤 빠져 있는 걸 발견했어요. 더 두면 완전히 빠져 어려워질까봐 타이어점부터 찾아갔고 날카로운 게 깊이 박혀 있는 걸 알았어요. 기사가 그걸 빼내느라 고생했어요. 시내 도로 공사하는 곳 옆을 지날 때나 어디선가 날아든 뾰족한 이물이겠지요. 박힌 지 좀 오래된 거 같다는데, 저는 감지하지 못하고 여태 무심히 달렸네요. 언제부터였을까요.
수리 후 전시장을 다시 찾아 갔습니다.

이번 전시의 중심 소재는 가자미라는 게 특이하기도 하고요. 바닥을 감지하고 자신의 몸 색깔도 바꿀 줄 아는 가자미에 대한 여울님의 시선, 각기 다른 시선들의 중첩과 만남, 교차하는 시선과 그 각도에 대한 생각에 교감합니다. 마무리 잘하시길 바라고요,
또 새로운 시도를 항상 기대하겠습니다.

다 달라서 좋고 다다를 수 있어서도 좋고 다다르지 못해서 더욱 좋은 날들입니다. 실수에서 배우고 실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말씀, 시인이고 화가인 여울 님 서재에 포스팅된 인터뷰에서 들었어요. 공감의 박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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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14 17: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소식도 좋지만... 프레이야 님, 책을 내셨으면 페이퍼를 올려 주셔야죠?
책 제목이 고독한 기쁨, 인가요? 제목이 참 좋습니다.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프레이야 2023-12-17 10:4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페크님 말씀대로 책 소개 혹은 고백 페이퍼
소소하게 올렸어요.

희선 2023-12-15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시작부터 비 오고 어제 그리고 오늘 새벽에도 비가 오는군요 겨울비가 오래도 온다 싶습니다 눈이 오는 게 더 좋은데... 유배문화체험촌도 있군요

멋진 전시회였군요 다 다른... 가자미도 다 다르고 사람도 다 다르겠습니다 다른 걸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좋겠네요

프레이야 님 추워진다고 하니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프레이야 2023-12-17 10:53   좋아요 1 | URL
포항의 옛이름이 장기라고 하네요.
지형도 그렇고 옛날에 그곳에 수군도 배치되어 있어서 유배지의 조건들에 맞는 고장이었대요.
그냥 조그만 체험촌인데 날씨 따뜻한 날 주변을 걸으면 좋겠더군요. 다시 한번 가야겠어요.

여울님은 시선이 남다른 것 같아요. 항상 그렇게 깊고 맑은 시선으로 작품활동 하시는 모습이 참 좋아 보여요. 다음엔 어떤 시도를 하실지 또 기대되네요.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희선님도 감기 조심하시고요~

2023-12-16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